지난 1월 24일은 제2차 세계대전, 특히 전차전 마니아라면 참으로 슬픈 하루였을 것이다. 바로 전설적인 전차장 에이스 ‘오토 카리우스’가 세상을 떠난 날이기 때문이다.

오토 카리우스는 2차 세계대전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 봤을 책 ‘진흙탕 속의 호랑이(Tiger im Schlamm)’의 저자로 유명한 인물이지만, 무엇보다 독일의 ‘티거’ 전차를 전설로 만든 인물이다. 2차 세계대전사에 있어 유명 전차 에이스인 미하엘 비트만과 함께 큰 전공을 세우면서 말 그대로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리우스가 2차 세계대전에 있어 기록한 전과는 세계사에 그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탑승한 3대의 전차(38(t) 전차, 티거, 야크트 티거)로 연합군 전차 200대를 격파했고, 심지어 IL-2 슈투르모빅 공격기를 전차의 주포로 격추시키면서 명실상부 독일군의 전차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는 이렇듯, ‘참 군인’의 자세로 직언을 아끼지 않은 인물이었다. 당시 신형 전차였던 야크트 티거에 대해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과, 전쟁 후반 무작정 전투에 나섰던 군인들과 달리 연합군의 공군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전투에서 승리를 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런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던 그도 1945년 4월 15일, 미군에게 항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이라는 무대에서 내려오게 된다. 전쟁 이후 그는 독일에서 ‘호랑이 약국’을 운영하면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보면, 국내 게임 개발 시장 역시 이런 독일 전차와 마찬가지 상황에 놓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국내 게임 시장의 규모와 기술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전차 기술력과 비교해 전혀 뒤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빠르게 시장을 개척하고 시장을 활성화시켜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을 보면 월등히 앞서가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압도적인 전차의 성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장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해외 업체들에게 추격을 당하거나, 일정부분 이미 선두를 내준 상황이다. 특히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 모두 신흥 강자로 급부상한 중국에게 산업 규모와 미래 전망성 모두 우위를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게임 산업’이라는 전차에 탑승하고 운용해야 할 인재들이 사실상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수많은 해외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해 시장 상위권을 차지했음은 물론, 국내 개발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바탕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내에도 오토 카리우스와 미하엘 비트만과 같은 인물, 또는 기업이 있어 현재의 시장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전차장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던 독일도 결국 패망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소수의 ‘에이스’만으로 시장을 헤쳐 나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보다 많은 전차장 에이스를 통해 시장 선두를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수많은 참전용사들이 하나 둘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역시 인류사에 있어 하나의 ‘역사’로 사라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국내 게임산업 역시 ‘과거 한국의 핵심 산업’이란 이름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을 안 한 적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강력한 전차와, 소수의 전차장 에이스만 가지고는 전투의 향배를 바꿀 수는 없다. 보다 많은 전차장 에이스들과 그들을 효과적으로 지휘하고 작전을 통솔하는 사령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학용 SD엔터넷 대표 ceo@sdente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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