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으로 돌아가던 발걸음이 지하철 광고 전광판 앞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게임중독, 상상 그 이상을 파괴합니다'라는 문구가 나오는 광고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광고를 통해 '게임중독자'로 묘사된 모델이 지나가던 고령의 여성을 폭행하는 모습을 묘사해 공포심을 부각시켰다.

무엇보다 공익광고에서 '게임중독'이란 단어를 마치 당연하다는 듯 사용하느 모습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또 게임을 폭력사태의 원인처럼 다루고 있다는 데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게임을 하면 폭력적이 됩니다' '무차별 폭행은 게임 때문입니다'라고 주장하는 듯 했다.

특히 마지막 문구로 삽입된 '게임중독, 상상 그 이상을 파괴합니다'는 마치 지금까지 벌어진 폭력이 시작이며,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일어날 폭력과 사회 문제를 오롯이 게임탓으로 돌리려는 그들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건복지부가 '게임중독'을 의심해 보라고 예시를 든 질문들도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다.

'사물이 게임 캐릭터처럼 보인 적이 있다' '게임 BGM 소리가 환청처럼 들린 적이 있다' '게임을 하지 못하면 불안하다' '가끔 현실과 게임이 구분이 안 된다' 라는 4개의 질문이다.

이 질문들의 공통은 뇌가 손상이 있을 경우 벌어지는 현상들에 단순히 게임을 대입했다는 것이다. 사물이 괴물처럼 보이고, 환청이 들리며, 항상 불안하고,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인지장애와 정신병, 우울증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즉, 게임을 하면 뇌가 손상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가 하고 싶은 말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보건복지부는 게임을 하면 뇌가 짐승처럼 변하고 손상된다는 '게임뇌 이론'을 여전히 신봉하고, 이를 그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사이비 과학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각종 게임규제를 낳는 단초를 제공한 그 이론을 말이다.

해외에서는 여러 연구사례를 통해 게임콘텐츠의 유해성은 일부 유저에 국한되며,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게 정설로 통하고 있다. 주변 환경과 교육수준, 가정교육 등 사회변수가 더 연관이 크다는 연구 결과다. 따라서 보건복지부가 내세운 소위 '전문가'들인 정신의학계에서 '게임중독'을 현실로 보고 있다는 주장은 신뢰성이 떨어진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게임을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할 근거를 얻기 위해 중독물질로 치부하고 싶어도, 게임콘텐츠의 유해성이 전 세계적 공론화가 되지 않으면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일부 보수적인 정부부처는 이제 더이상 게임을 폭력과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몰아가는 '마녀사냥'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사회적 갈등과 문제의 원인으로 게임 콘텐츠를 지목하는 구시대적 발상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시각에서 사회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공포심을 조장해 게임을 '악'으로 묘사하는 낡은 프레임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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