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클러스터로 명명하는 게 바람직…기반 배후시설 부지로 만들어야

정부가 경기도 성남시 시흥동 금토동 일대에 제2 판교 테크노밸리를 조성키로 함에 따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앞장서 산업 집적지를 만든다는데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내용으로만 보면 조성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못한 반면 ,업종은 상대적으로 다양하다는 점에서 과연 정부에서 기대하는 창조 경제의 핵심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2 판교 테크노밸리로 조성되는 구역은 판교 테크노밸리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시흥동 금토동 일대 43만㎡ 규모로, 기대했던 만큼 크다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작은 규모는 아니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는 클러스터 성격이 제조업이 아닌 지식산업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게임 및 바이오산업, 정보통신 업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듯하다. 하지만 앞서 조성된 판교 테크노밸리 구역이 너무 협소하게 정비돼 클러스터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산업 집적지라고 한다면 기획에서 개발 완제품까지 원스톱 일관체제를 갖춰야 함은 물론 이에 필요한 각종 제반 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 더 욕심을 낸다면 컨벤션 센터도 들어서야 맞다.

하지만 현 판교 테크노밸리는 관련 기업들을 단지로 그냥 옮겨 놓은 듯한 모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래서 이를 두고 고만 고만한 기업들을 그냥 닭장에다 가둬 놓은 것 같다는 푸념아닌 푸념을 하곤 했다.

이같은 현상이 빚어진 데는 당초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 목적이 스타트 업 기업과 특정 업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판교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조성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자 미니 산업단지로 부지 용도를 변경, 분양키로 한 것이다. 한마디로 판교 테크노밸리 지역은 자투리 땅이었던 셈이다.

다행스러운 건 이처럼 외진 땅이 지금은 옥토로 변해 있다는 점이다. 입주 대상 기업들인 게임업계가 약속대로 판교로 대거 이주해 주었고 이곳에서 나름 실적을 올려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은 판교 테크노밸리 보다 판교 게임밸리로 더 알려져 있다.

정부가 판교 테크노밸리와 제2 판교 테크노밸리를 묶어 창조경제 밸리로 명명해 부르겠다고 언급한 것도 바로 이같은 지식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을 미래 경제의 승부수로 띠우겠다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제 2판교 테크노밸리 입주 업종에 대해 따로 특화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창조경제에 해당하는 아이템으로 언급한 것은 대단한 유감이다.

언필칭 제 2판교 테크노밸리는 이제 당당히 게임 클러스터로 명명하고 이를 통해 게임산업이 재도약 하도록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ICT산업을 염두해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ICT를 위한 산업집적지로는 택지 규모와 지역적으로 적합치 않다. 그리고 그같은 용지가 필요하다면 판교가 아니라 그 성격에 맞는 제 3의 장소와 지역을 물색하는 게 옳다고 본다.

게임은 문화 할인율이 가장 낮은 아이템이다. 문화할인율이란 지식과 인종 언어 문화를 극복하고 쉽게 수용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상품을 의미하는 데, 이 가운데 게임은 문화할인율이 가장 빼어나다.

그 때문에 수출도 용이하다. 문화콘텐츠 상품 가운데 게임만큼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아이템은 없다. 판교 테크노밸리가 알려진 것도 지역적 접근성 또는 입지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게임기업들이 터를 닦아주었기 때문이란 점은 다들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게임이란 이름을 클러스터 또는 테크노 밸리 밑에 감춰 두고 얘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ICT를 간과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큰 줄기는 디지털스토리텔링의 아이콘인 게임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행과 폭력, 중독으로 얼룩진 과거사를 지울 수 없지만 그 것은 그냥 병리적 현상일 뿐이다.

제 2 판교 테크노밸리는 반드시 새 이름으로 시작돼야 하며, 그 용지 성격 또한 확실히 해야 한다. 예컨대 새로운 닭장 집을 만들지 말고 판교 테크노밸리의 기반 배후 시설이 들어서는 부지로 쓰여 지는 게 옳다.

여기서 게임 전시가 이뤄지고 수출 상담이 진행되며 청년 게임개발자가 공용랩 시설을 통해 오늘 생각했던 게임을 오늘 완성해 선보인다면 그보다 더 나은 디지털문화산업 집적지가 또 있을까.

판교 제 2 테크노밸리에 새삼 시선이 쏠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란 점을 정책 입안자들이 알았으면 한다.

[더게임스 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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