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 ‘국제시장’이 11일 현재 960만 돌파라는 흥행을 기록하면서, 영화 초반을 장식하는 ‘흥남 철수’ 역시 다시금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 중 최고의 기적으로 불리는 철수 작전을 영상으로 재현했기 때문에 본인 역시 관심 있게 지켜봤다.

흥남 철수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의 거센 반격에 밀린 UN군과 한국군이 대대적인 후퇴를 감행한 1.4 후퇴의 시작으로 알려진 철수 작전이다. 특히 한국군과 유엔군의 병력 10만 5000명과 피난민 9만 8000여 명, 도합 20만이 넘는 사람들이 피해가 거의 없다시피 하며 철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기적으로 평가되는 작전이다.

여기에 이때 수송 상선이었던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1만 4000여 명의 피난민을 태우고 퇴각에 성공하면서 ‘단일 선박으로 가장 큰 규모의 구조 작전을 수행한 배’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렇듯, 흥남 철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전개된 1.4 후퇴는 전쟁 초기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거짓 방송과 달리 일사천리로 피난이 진행되게 됐다. 실제로 한강철교 폭파 등에 의해 길이 차단되었던 전쟁 초반과 달리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한강이 얼어붙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피난 행렬이 움직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아픈 역사임과 동시에 기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현재 게임산업이 처한 상황과 무서우리만큼 흡사하다는 점에서 역사의 반복성을 다시금 느꼈다.

특히 게임 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진흥 움직임과 규제 움직임을 돌이켜본다면, 무서우리만큼 한국전쟁 당시의 정부의 움직임과 동일하다.

정부는 게임산업이 본격적인 문화 수출 산업의 중심 역할을 하기 시작한 이후 진흥책을 선보여 산업을 장려하는 듯 보였으나 보기 좋게 셧다운제 등으로 대표되는 게임 규제안을 펼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지낼 수밖에 없는 단초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후 계속된 정치권의 게임 규제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업계를 힘들게 했다. 심지어 해외 국가들이 국내 업체를 영입하기 위한 단골 멘트로 ‘규제 없이 꾸준한 지원’을 내세웠을까?

이런 가운데 새롭게 2015년 을미년이 시작되었다. 정부는 작년 말부터 게임산업에 대한 움직임을 ‘규제’에서 ‘완화’로 가닥을 잡는 모습을 보였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를 구체화시키고 했다.

특히 작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게임산업 3차 중장기 계획이 게임산업에 있어 흥남 철수에서의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될 수 있을지는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적극적인 진흥 정책을 바탕으로 외부적인 규제 요인 역시 완화로 돌아설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일 것이다. 아직 배는 탑승객과 물자 등을 채 다 실어놓은 상태도 아닌 상황에서 모든 것을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피난 시작 이후에도 흥남 앞 바다에 깔린 수많은 기뢰와 소련군의 공격 등 갖은 난관에도 불과하고 단 한명의 피해자 없이 무사히 거제도로 피난해 왔다는 점에서 ‘기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3차 중장기 계획 역시 앞으로 산재해 있는 일부 집단들의 게임 규제 요구와 정치권의 꾸준한 규제 법안 추진 움직임이라는 장애물 앞에 출항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확고한 항로와 대비가 없다면 출항과 동시에 침몰하는 최악의 수가 나올 수도 있다.

과연 게임산업 역시 모처럼 규제일변의 자세에서 돌아선 상황이 기적적인 산업의 진흥으로 이어질지, 업계 모두가 응원하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학용 SD엔터넷 대표 ceo@sdente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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