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새해가 시작됐다. 지난 해 게임업계는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참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일부 업체들은 임금이 체불된 상태에서도 차기작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져야 하는 것이 게임 업계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지만 벼랑 끝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업체들의 전설 같은 히스토리는 어쩌면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 때문에 최근 막을 내린 인기 드라마 '미생'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많은 게임업체를 닮은 모습이다.

 ‘미생’은 대기업 계약직 사원이 정직원으로 채용되지 못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그려야 하는 게임 업계의 모습을 투영해 볼 수 있다.

‘미생’에 대한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로 비유되는 등 논란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간제·파견(비정규직) 노동자 고용 기간을 현재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에 대한 희망을 무시하는 조삼모사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게임업계에도 이와 비슷한 소식이 있었다. 지난 해 말 정부가 ‘제3차 게임산업 진흥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지원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지켜보며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임 업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정부 및 정치권이 바라보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다. 게임을 마약과 동급의 중독물질로 여기는 발상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이런 취지를 바탕으로 발의된 이른바 ‘게임중독법’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미생’의 원작 웹툰을 그린 윤태호 작가는 최근 엔씨소프트 블로그를 통해 신작 ‘알 수 없는 기획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정부 정책이 ‘미생’의 등장인물로 비유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시점인 만큼 그 무게감을 가볍게 보기는 어렵다.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내용이라는 점 역시 더욱 그렇다.

새해에는 정부의 진흥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게임업계를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들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거기엔 돈이 필요할 것도 아니다. 업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이 더 절실한 것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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