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게임계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실적으로 경쟁업체의 부러움을 산 기업도 없지 않았으나 대부분의 게임 기업들이 정부의 게임규제 조치와 글로벌 환경 변화, 그리고 모바일 게임 급부상에 따른 지각 변동 등으로 큰 몸살을 앓았다.

다행스러운 건 절망적인 소식만 들려온 건 아니었다. 지난해 세밑을 앞두고 정부가 게임산업을 다시 일으켜 보겠다며 제3차 게임산업 진흥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나선 것은 마치 꺼져가는 불길을 되살리는 촉매제가 됐다. 또 한가지는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환경이 우리 기업들에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게임계에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지난해의 교훈을 통해 알게 됐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론 업계에서 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주종관계가 상생시스템 에 의한 화해 무드로 바뀔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점이다.

이같은 소식들은 기나긴 터널을 지나 밝고 넓은 들판을 바라볼 수 있다는 희망의 꽃을 피우게 했다. 어렵다고 좌절하거나 손을 놓지 않고 이를 극복해 나간다면 우리 게임업계의 숙원 과제인 제2의 게임 중흥의 시점이 그다지 멀리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의 ‘제3차 게임산업 및 이스포츠 중장기계획’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게임 피카소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사업은 창조산업의 킬러 콘텐츠로서 산업 특성에 걸맞게 육성한다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상당히 특화되고 밀도높게 진행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이번 계획의 목표를 보면 ▲시장규모 13조원 ▲수출규모 40억 달러 ▲고용규모 12만명으로 설정됐다. 시장규모를 키우고 수출 전선의 외연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청년실업문제의 돌파구로 게임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렇게 되면 게임에 대한 사회인식과 시민단체 일각의 게임에 대한 시각이 상당히 교정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 해 우리 게임계는 글로벌 업체들의 파상 공세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역으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성과 또한 적지 않았다. 모바일 게임업계 대표주자인 컴투스와 게임빌은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마켓에서 크게 성공함으로써 역대 최대 매출이란 기록을 작성했다.

또 온라인게임업계 맏형인 엔씨소프트는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한 시동을 걸며 해외 진출 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위한 온라인과 모바일을 연동하는 새로운 클라우드 서비스 개념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를 뒤집어 보면 텃밭에 결코 머물지 않겠다는 것이며 머물러서도 안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내수시장의 어려움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꾀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안에서 머물다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거대 중국 기업들을 통해 다시 한 번 통찰했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는 글로벌 마켓을 쥐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만큼은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무드와 이를 위한 새로운 좌표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은 말 그대로 주종관계이며 수직적인 관계가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협업시대이자 수평적인 연대가 필요한 때다. 특히 ‘이익을 위한 투자’에서 ‘산업의 뿌리를 튼튼히 하기 위한 지원’으로 방향타를 튼다면 상생무드에 의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이 결코 어렵고 무리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게임업계는 그동안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고도성장을 꾀해 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질적 향상도 필요한 때라고 본다.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치권과 정부, 일부 사회 시민단체의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특히 소모적인 논쟁과 불필요한 규제책에 휩싸이지 않도록 하는 업계의 절제의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한다. 을미년 한해가 시작됐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생각한다. 게임계여, 다시 뛰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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