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말도 많고 사건도 많았던 2014년도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2015년 새해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파란양의 해’라고 하여 육십갑자 중 32번째 을미년(乙未年)으로 부드러움과 배려 그리고 융화의 의미를 담고 있는 양띠의 해이기도 하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뜻과도 같이 이제 규제와 위기로 대변될 수 있는 게임 산업의 2014년을 깨끗하게 씻어버리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할 시점이다.

2014년의 대한민국 게임 산업을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풍전등화’라는 사자성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게임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한민국 게임 산업 역사상 최악의 시기였다고 평을 할 것이다.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였다. 가장 큰 것은 게임 산업에 대한 연이은 규제였다. 정부의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가 지속적으로 게임개발사를 압박하였다.

헌법재판소는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심야에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것을 차단하는 일명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며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치료를 위해 게임사 매출 1%를 수금하는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콘텐트산업 진흥을 위해 모든 게임사 매출 5%를 징집하겠다는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 법률안’까지 등장했다. 한 때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이라는 것을 내세워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부흥시켜야 한다고 떠들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본질과는 상관없이 게임 산업이 동네 북처럼 뭇매를 맞았던 한해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규제에 의한 어려움뿐만이 아니었다. 2012년 여름을 기점으로 모바일게임 빅뱅의 시기를 열었던 스마트폰 게임 시장도 과다한 경쟁과 해외 대형개발사들의 거센 도전으로 산업 전체가 위축되고 많은 중소게임개발사들이 문을 닫는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과열된 국내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대형 퍼블리셔를 중심으로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그 마저도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더 이상 내리막을 걸어서는 안 된다. 국내 게임 산업이 암흑기를 걸으며 우수 게임개발인력에 대한 해외의 러브콜이 줄을 서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펀치를 허용한다면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2014년을 과감하게 던져 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잡아야만 한다.

다행히도 규제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산업의 생존위기가 현실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정부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12월 중순 게임 산업 진흥책을 내놓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산업진흥 중장기계획’을 발표하여 국고 1800억과 민간 출자 500억 원을 더해 총 23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의 움직임도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희망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례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으며 꾸준히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난의 시기를 겪으면서 잃은 것이 많지만 반대로 얻은 것도 많다.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여러 게임사들이 기존의 옷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전략적 변신을 꾀한 것이다. 스마일게이트의 모바일게임사 변신, 넷마블게임즈의 출범 그리고 다음게임의 독립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을미년은 우리에게 아픔의 상처들이 가득했다. 1895년 을미년에는 우리 역사상 전무후무한 초대형 사건인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발생했던 시기였다. 그로 인하여 을미의병이 등장하였으며 구국일념의 피 맺힌 항일독립운동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60년 뒤 1955년 을미년은 민족의 비극이었던 6.25전쟁이 휴전된 지 2년째 되던 해였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살기위한 집념으로 몸부림치던 시기였다. 또다시 60년이 흘러 2015년 을미년, 과연 역사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밀려온다. 대한민국 게임 산업계에 2015년 을미년은 과거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아픔을 딛고 당당하게 일어서는 재기의 역사를 기록하는 시기가 되길 소망한다.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 funmaker@sogang.ac.k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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