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90년대 후반을 X세대로 보낸 성인들의 눈길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쏠렸다. 90년대를 달군 인기 연예인들이 출동한 예능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보기 위해서다.

'토토가'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MBC의 대표 예능 '무한도전'이 연말 특집으로 준비한 만큼 화제성이 대단했다. 터보, SES, 김건모, 조성모, 지누션 등 1990년대 메가히트를 기록한 가수들이 총 출동했고, 이 수퍼스타였던 사람들이 만들어낼 무대를 보기위한 신청자 수는 2만7000여명이 넘었다.

다시보기가 언제든 가능한 세상이고, DMB‧인터넷 스트리밍‧다운로드 등 시청률 집계가 되지 않는 시청방법이 주류가 된 세상에서도 '토토가'와 이날 무한도전 시청률은 역대 두번째인 20%를 갱신했다. 이날 드라마를 제외한 예능 중 최고 시청률이자 '무한도전' 최고 시청률에 근접한 성과다.

이런 모습은 최근 e스포츠 주종목으로 복귀하겠다는 기치 아래 열린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1)' 대회들과 닮았다. 과거 화려한 플레이를 자랑했던 선수들이 출동한 것이 닮았고, 화려한 무대를 꽉 채우며 한 시대를 수놓은 과거가 있다는 점이 똑같다. 물론 관중들의 뜨거운 호응도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이다.

하지만 '토토가'와 '스타1' 리그에는 큰 차이가 있다. '토토가'는 일회성 이벤트이며, '스타1' 리그는 앞으로도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순간 시청자들을 과거로 데리고 가는데 만족하는 것과, 과거의 콘텐츠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차이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스타1' 리그가 기존의 방식처럼 단기 이벤트로 벌어지는 대회라면 과거의 모습을 답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주최 측이 바라는 것처럼 지속적인 개최를 원한다면, 과거의 공식만을 따라서는 안 된다. 경기가 새로워도 진행과 운영이 새롭지 않다면 낡고 진부한 콘텐츠로 전락할 수 있다.

사실 '스타1' 리그 역시 타 스포츠 종목보다 많은 불안 요소를 떠안고 있다. 한 차례 중단됐었던 대회이고,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점이 그렇다. 기존 협‧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는 하나 기존의 기반이 오롯이 돌아오지는 못한 상태인 것도 불안 요소다.

현재 진행되는 리그 진행방식도 너무나 익숙하다.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차용해서인데 과거를 떠올리는 맛이 있지만, 너무 익숙해서 금방 질릴 수 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데 낡은 부대에 담은 느낌이다. 친숙하지만 새로운 맛은 없다. 모순되지만 강점이자 약점이다. 기존 시청자의 관심이 끝나는 순간 리그의 수명이 끝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약점들이 있음에도 '스타1' 리그의 초반 흥행은 매우 만족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방송가에서의 사례처럼 '복고열풍'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스타1' 리그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을 잊거나, 정체되는 순간 '스타1' 리그 부활의 꿈은 허무하게 깨질 수 있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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