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사성서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교수진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이 지록위마가 선정됐기 때문이다.

'지록위마'는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고사성어로, 진나라 2대 황제인 호해와 환관 조고의 고사를 표현한 용어다. 조고가 황제 앞에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가 진실을 왜곡하고 전횡을 휘두르는 것을 뜻한다. 

교수들은 "올해는 수많은 사슴이 말로 바뀐 한 해"였다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사회를 강타했다고 '지록위마'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게임계에서는 올 한해 어떤 '지록위마'가 있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대부분 정부와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이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미래 먹거리 산업'이었던 게임은 올 한해동안 그야말로 천덕꾸러기였다. 정부에서는 연초부터 웹보드게임 규제강화 등 강도높은 규제책을 시행했고 정치권에선 국정감사를 전후해 게임산업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집중 부각시켰다.

그러다가 연말이 돼서야 규제완화책이 나오고 진흥중장기계획이 발표됐다. 정치권에서도 국정감사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관심을 거뒀다.

그들은 게임을 마치 사회악처럼 치부하며 '지록위마'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반짝 관심을 끌기 위해 게임을 이용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게임산업을 이용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자마자 관심 자체를 끊어버렸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좀처럼 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에게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꿔달라고주문하면 그들은 오히려 게임계를 향해 '게임의 실질적인 피해와 부모의 고통은 숨긴 채 경제적인 측면만 강조하고 있는 게임계 인사들이 바로 지록위마'라고 주장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올 한해 게임계를 향해 '지록위마'의 우를 범했던 모든 이들에게 옛 고사성어를 빌어 말하고 싶다. 앞으로 게임계를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로 몰아가지 말고, 게임계의 양약고구(良藥苦口)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이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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