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난 19일 중소업체 대표들과 만남을 가졌다. 정부가 내놓은 게임산업 발전 중장기계획을 설명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 장관의 행보는 좀 늦은감이 있다. 게임산업이 문화콘텐츠산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취임한지 3개월이나 지나서야 첫 만남을 가졌기 때문이다. 물론 기자가 모르는 자리에서 업체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수도 있고, 인사청문회에 이어 국정감사까지 미룰 수 없는 이슈들도 있었기에 이해는 되는 부분이다.

김 장관의 취임은 급작스럽게 진행돼 사전정보가 부족했다. 이에따라 김 장관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인사청문회 전 게임산업을 옹호하는 사전질의서를 제출해 기대감을 모았으나, 본 경기에서 업계 현황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점이 실망감을 키웠다. 게임업체를 직접 경영하며 일선에서 뛰었던 것이 너무 옛날 일이라 ‘촉’이 없어졌다는 평까지 나왔다.

이런 저런 실망감에 김 장관에 대해 품었던 기대감도 점차 낮아졌다. 앞서 김 장관의 행보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피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김 장관은 실망을 기대감으로 바꿀 만한 행동들을 보였다. 게임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혜화동 콘텐츠코리아랩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게임에서의 표현이 다소 과격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단, 좋은 게임은 이런 표현을 동원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올바른 결론을 내는 것’이라고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게임에 있어 과격한 표현은 문제긴 하지만, 이를 품고 있더라도 좋은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게임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면 이런 발언을 하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일. 그만큼 게임에 대한 연구와 이해도가 있는 인물임을 증명한 것이다. 김 장관을 다시 보게 된 시작이었다.

또, 간담회가 종료된 뒤 콘텐츠코리아랩과 다음카카오가 공동주최한 공모전 수상작들을 돌아보며 적절한 조언을 하는 모습은 그동안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충분해 보였다. 김 장관은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춰 최적화를 진행하지 않으면 해외에서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스타트업 게임인(人)들에게 조언했다.

콕 찝어 ‘갤럭시S2’ 정도의 사양이란 단어가 나왔을 때는 실무형 인재라는 평가가 다시 떠올랐다. 각종 콘텐츠 제작장비에 대해서도 정통한 인물답게 시설을 둘러보는 내내 각종 조언이 이어짐은 덤이었다.

실패의 경험이 있었던 만큼 김 장관은 중소업체의 어려움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는 2000년 5월부터 2005년 3월까지 영상 및 게임콘텐츠 개발업체 보라존을 창업·경영하면서 중소업체의 현실을 뼈저리게 맛봐온 인물이다. 그가 설립한 보라존은 영상과 게임 콘텐츠를 다뤘지만, 매순간마다 여러 문제점들과 직면해야 했었다.

간담회가 비공개로 진행됐기에 취재를 하면서 김 장관이 업계 현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준비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현실에 대한 빠른 파악과 이해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란 생각을 하다가 그가 게임업계를 운영할 당시의 환경과 지금의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 한켠을 무겁게 했다. 김 장관의 빠른 이해가 중소업체의 현실이 변하지 않았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 장관이 게임을 잘 안다고 해서 게임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게임을 정확히 알고 방향을 제시해 줄수 있다는 것만 해도 게임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게임업계는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할 것이다. 이런 기회가 다시 쉽게 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