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법칙]주홍글씨 부터 지워야
[게임의법칙]주홍글씨 부터 지워야
  • 모인
  • 승인 2014.12.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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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게임산업을 살려 보겠다고 한다. 그 것도 중장기계획을 세워서 입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노파심인지 아니면 의심병이 많아선지 알 수 없지만 시장 반응은 일단 시큰둥한 편이다.

이는 그동안 정부측과 게임계의 관계가 너무 서운했던 탓이 크다 할 것이다. 정부측 발표에 따르면 이 번이 3차 중장기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를 위한 1~2차 계획이 언제 어떻게 추진됐는지 솔직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만큼 정부와 게임산업계 사이엔 보이지 않는 강이 존재하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중장기 계획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첫 번째로 자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두 번째로는 게임 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업종을 창조산업의 근간으로 하는 정책비전을 제시해 게임을 명실공한 명품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게임계에 대한 정부의 재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게임계는 미운 오리 새끼였다. 수출시장에서는 효자노릇을 하는 업종이었지만, 안으로는 늘 말썽꾸러기로 불려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경을 쓰지 않아도 스스로 잘하는 모범생이기도 했다. 정책 자금을 굳이 마련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해결했고, 수요도 제 스스로 만들고 창출해 갔다. 문제는 게임이라는, 그 태생적 한계의 그릇을 떨쳐 버리지 못한 것이었다.

정부와 제도권에서는 안타깝게도 이 점만 문제 삼아 흔들어 댔다. 논란이 일면 시퍼런 보도의 칼만 내세워 휘둘렀고 말썽나면 그 책임을 모두 게임계로만 돌려버렸다. 이 와중에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해 온라인 시장은 위축되고 모바일 시장은 뜨는 양극단의 현상이 빚어졌다. 한국 시장만 바라보고 따라올 줄 알았던 중국 게임업계는 어느새 부쩍 커 버렸고, 일부 장르에서는 한국 게임업체를 추월해 버렸다.

규제의 족쇄를 마구 만들고 생태계의 젖줄을 조이는 사이, 그 잘 나간다는 게임업계는 벼랑 끝으로 몰려 버렸다.

그렇다. 정부의 화려한 정책 발표에도 불구, 시장에서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건 또 언제 태도를 바꿔 정책의 기저를 뒤집어 버릴지 모른다는 시장의 불안감 때문이다. 따라서 장밋빛 정책만을 남발하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정책의 근간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규제 정책을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예컨대 하지 말라는 것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지 말고, 그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푸는 방식이다. 이같은 규제책은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다 채택해 쓰는 방식이다.

코에 걸면 코걸리, 귀에 걸면 귀거리식의 잣대로 휘둘리는 규제가 존치하는 한 창조적 콘텐츠의 양산을 기대할 수 없다. 유통은 시장의 몫이다. 한마디로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흥행을 했다고 해서 그 작품이 다 좋은 작품이 아니듯이, 시장엔 늘 이같은 틈바구니 속을 헤집고 나오는 작품이 있기 마련이다.

네가티브 정책엔 그래서 유통 관련 기준안이 뒤따른다. 미국에선 포르노 극장을 쉽게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포르노 극장 운영을 허용해 주지 않는 게 아니다. 하고 싶으면 언제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이에 대한 제반 법규를 명시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

예컨대 4차선을 끼고 있는 도로 주변에선 영업을 할 수 없다. 포르노 극장을 선전하기 위한 옥외 간판도 세울 수 없고, 신문 광고나 TV 광고도 할 수 없다. 상영작을 소개하는 홍보 전단도 만들어 뿌릴 수 없다.

만의 하나, 이를 위반하게 되면 가차 없이 영업정지 또는 폐쇄 처분이 내려지고, 페널티를 내야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정책의 핵심은 하지말라가 아니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의 게임 규제책은 그동안 여론의 도마위에서 제단돼 왔다. 유통을 위한 기준안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오로지 게임은 전체이용가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 청소년 이용불가 등 4가지로만 분류돼 유통되고 있을 뿐이다. 예컨대 이용대상만 있을 뿐 어떻게 판매되고 이용해야 하는 지에 대한 관련 매뉴얼이 없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웹보드 게임에 대한 이용 기준을 명시한 정부의 관계 법령은 역설적으로 대단히 진일보한 규제 법안이다. 그런데 여기엔 하루 얼마 이상을 쓸 수 없다는 이용자에 대한 명시 조항만을 나열해 놓고 있다.

하지만 웹보드 게임은 전체 이용가가 아닌 성인용이다. 성인들에게 하루 얼마를 쓰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며 법으로 명시해 놓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다. 오히려 이용자 조항보다는 사이트 운용 기준안을 마련했으면 더 낫지 않았겠느냐는 점이다. 이를테면 성인용 게임을 포함한 웹보드 게임에 대해 배너 광고나 TV 광고 등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인증 제도를 강화해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또는 사이트 폐쇄를 명령하는 강력한 행정 조치를 명시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게임계가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자금 경색과 시장침체의 원인이 다름 아닌 규제의 상혼 때문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 칼날의 흔적이 게임업계를 도무지 숨쉴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3차 중장기 계획이 예정대로 잘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게임계에 필요한 것은 나열식 장비빛 육성안보다 업계에 덧칠해 진 규제책을 벗겨내는  일이다.

그 것이 3차 중장기 계획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먼저 나서 게임계에 씌워진 주홍글씨를 지워주기 바란다.

[모인 뉴스 1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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