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네이버가 NHN Next 라는 교육기관을 설립해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인재를 육성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신선함 그 자체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 기업이 자신의 기업에서 채용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해 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나서는 ‘이게 사실일까?’ 하며 의심도 들었지만, 기사를 잘 읽고 나서는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었다.

평소 좋은 게임 개발자를 위한 교육기관 설립에 늘 관심 있던 필자로서는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왔기에 내심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몇 가지 우려는 여전히 맘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자 교육에 대한 방식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평소 필자의 생각과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대학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교육방식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기초 과목, 응용 과목, 그러고 나서 약간의 프로젝트 실습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프로젝트는 SI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7월 네이버 이사회는 NHN 넥스트의 대학원 대학 설립을 결정했다. 이는 공식적으로 학위가 인정되는 석사 과정이다. 기존 NHN 넥스트는 정식 교육기관 인증을 받지 않은 일종의 ‘대안학교’였다. 하지만 새로 설립될 대학원 대학은 관련 전공을 학사과정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더욱 심도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 발표가 나오자 네이버가 초심을 잃었다는 바판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사회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창의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 추어올리며, 이런 창의적인 인재가 한국에서도 나와야 한다고 수년 동안 떠들어왔지만, 정작 그런 교육은 있지도 않은 환경에서 스티브 잡스와 주커버그 같은 인재가 나오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바였다. 창의적인 인재 양성엔 창의적인 발상을 위한 환경과 창의적인 교사들이 필요한데, 한국에서는 그런 환경을 찾아보기도 어렵거니와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하기 위해 교육을 받은 교사들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맘 속에 자리잡았던 우려는 두 가지였다. 한 가지 우려는 과연 기업이 약속한대로 천억원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교육 철학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겠는데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뉴스를 보면 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이제 막 첫 졸업생을 내는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교육철학과 교육방식을 바꾼다고 한다.

천억원의 지속적인 투자도 중요하지만, 교육철학이 변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과연 그들은 불과 몇 년전에 고심 끝에 내놓은 교육철학이 진정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는가? 물론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대학 입시제도마저 1년이 멀다하고 바뀌는 마당에 한 기업이 설립한 교육기관의 교육철학이 바뀌는 것이 무슨 대단한 것이냐고 반문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게임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필자로서는 생각이 달랐다. 그래서 그 교육기관이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랬었다.

두 번째 우려는 ‘교육자들을 계속해서 교수들로 호칭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진정으로 키워낼 수 있을까?’ 였다. 예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서 운영했던 게임 아카데미도 교수를 일반직원과 같은 과장, 대리로 변경하고 나서 학생들의 교수들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고, 교육기관의 위상도 낮아지고 그저 취업 기관으로 전락해가고 있음을 잘 보아왔던 터였기 때문이다. 어쩜 그 우려가 이렇게도 잘 맞아 떨어지는지.

NHN Next는 최근 뉴스를 통해 교수들의 직함이 교수에서 연구원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존경으로 따랐던 교수님들의 직함이 바뀌면 학생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다음에 입학할 학생들은 교수들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를 한 번 더 고려해봤다면 이런 치졸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하려면 더욱 더 신경써야 할 잉여의 시간마저 갖지 못하게 교육 방식을 변경하겠다고 하는 것은 교육철학 뿐 아니라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인재상이 무엇인지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연 필자만의 생각일까?

해외에서는 청소년들에게도 코딩을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면 한국의 미래도 밝지만은 않다. NHN Next가 다시 정상화되길 진심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윤형섭 상명대 대학원 교수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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