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게임산업협회장을 맡았을 때 업계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당시 국회의원의 신분이었던 남 회장이 게임산업을 얼마나 잘 알겠느냐며 협회활동이 부실해 질 것이란 지적도 많았다.

그래도 게임업계 CEO들이 모두 마다하는 자리에 남 회장이 총대를 메겠다고 나선 모양세라 강하게 반대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남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협회의 명칭을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로 바꾼 것이었다. 이 말이 나왔을 때 업계 안팎으로 참 많은 말이 오고 갔다. 찬성하는 측도 있었지만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특히 '게임인'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왔던 많은 개발자들이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지만 협회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명칭 변경을 강행했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난 지금 이름을 바꾼 협회가 어떻게 달라진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사실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 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라고 하고, 일본은 컴퓨터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CESA: Computer 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다. 즉 세계 게임 강대국인 미국과 일본도 애초부터 게임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라는 이름으로 협회를 결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과 우리의 산업협실은 다르다. 우리는 처음부터 게임을 중심으로 모였고 출발도 게임산업협회로 시작했다. 굳이 이름을 바꿀 이유가 그에 따른 명분도  없었던 것이다. 

사실 지난해 중순 경 게임산업협회가 현재의 K-IDEA로 명칭을 바꾼다고 했을 때 업계 관계자와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게임산업협회가 게임이란 단어를 공식 명칭에서 뺀다는 것이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남 회장과 협회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자 협회 개명을 추진하겠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를 위해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받았다고 했다.

협회에 속해 있는 회원사들이 ‘게임’이란 이름을 지우기 원했다고 하니 당시에는 납득이 되지 않더라도 이해하려 했다. 글로벌 경쟁과 여러 콘텐츠를 융합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까지 협회가 지원한다면 ‘인터넷’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라는 다소 모호하고 포괄적인 단어 3개를 사용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에서다. 단, 협회 스스로가 '게임'이란 두 글자를 주홍글씨로 치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1년여가 넘는 기간동안 K-IDEA의 행적을 볼때 왜 명칭을 바꾼 것인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게 한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해소된 것도 아니고, 협회가 콘텐츠 융·복합화를 위해 액션을 취한 흔적도 없다. 

협회는 게임이라는 이름을 그저  '주홍글씨'처럼 부끄럽게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러지말고 게임이란 단어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긍정적인 효과를 연구하고 스스로도 그런 쪽으로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서서히 게임산업계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 갔을 것이다.

게임산업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남 회장도 결국 정치인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회장 임기 중에 시도지사 선거에 나서 도지사에 당선됐다. 그 이후 남 회장은 협회의 일에 사실상 손을 놓았다. 어찌보면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다. '자, 함께 열심히 해봅시다' 말해 놓고 중간에 슬그머니 빠져나간 꼴이다.

협회의 이름을 바꿔놓았던 남 회장은 이제라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협회 이름을 되돌려 놓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 그에게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도 얼마 없고 힘도 없을 것이니 말이다. 차기 협회장을 누가 맡을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의 첫번째 핵심 과제는 잘못 들어간 길에서 돌아 나오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소중한 우리의 이름을 되찾아 오는 일이므로.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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