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공한 1세대 ‘게임인’들이 주축이된 인물들이 ‘벤처자선(Venture Philanthropy)’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화제다. 김범수(47)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김정주(47) NXC 대표, 김택진(48) 엔씨소프트 대표, 이재웅(46)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이해진(47) 네이버 의장 등 5인이다. 아직 산업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미생(未生)‘의 게임업계에서 ‘완생(完生)’한 5인방의 자선은 주목할 만하다.

벤처자선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시도라 우리나라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이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이베이 창업자, 알리바바 창업자 등 성공한 IT 기업인들의 사회 참여활동 중 하나다. 벤처자선은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 벤처의 투자원칙과 방식에 따라 펼치는 사회참여 활동으로, 대개 재정상태가 열악한 사회단체나 비영리기구 등을 지원한다.

이들 5명의 성공한 기업인들은 벤처자선기금을 조성하고, 창의성과 도전정신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과학인과 기업·단체를 후원하기 위해서 회사명도 ‘C프로그램’으로 정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1990년대 중후반 20대 후반의 나이로 창업한 이들 5인방이야말로 벤처자선의 핵심인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겸비한 ‘창조경제형’ 인재들이 아니었을까? 돌이켜보면 이 5인방들의 게임과의 인연은 불가분의 관계다.

C프로그램 출범 이전에도 이 성공한 벤처기업인들 제각각은 박물관, 도서관, 소셜벤처, 글로벌 펀드 등에도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오고 있어 우리 벤처생태계에 귀감이 되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후배 게임인들과 대한민국 게임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게임을 ‘중독물질’로 몰면서 게임산업 규제에 혈안이 되어있는 현 정권하에서는 부담을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C프로그램’의 첫 투자 대상은 NGO단체인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의 아시아기금 설립에 5년간 총 500만 달러(약 55억원)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NGO단체를 벤처자선 1호로 삼은 것은 명분상 창의성과 도전정신으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과학인· 기업·단체나 환경운동가 등’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벤처자선의 투자대상인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갖고 사회 변화를 이끄는 ‘과학인·기업·단체’의 범주가 어디일까? 우선 ‘창의성’과 ‘도전정신’에 제일 부합하는 분야는 게임산업이라는 것은 본인들이 입증해 오고 있다. 게다가 ‘사회 변화를 이끄는’ 핵심연구 분야로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앞 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게임적 사고(Game thinking)’를 적극활용한 ‘게임화(Gamification)’를 위시한 심층적인 ‘게임학 연구(Game Studies)’가 진행 중이다.

이렇게되면 ‘게임연구자’와 ‘게임인 협단체’야말로 C프로그램에 가장 적합한 수혜자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수없이 많은 땀과 피눈물을 흘려온 ‘게임인’들의 희생 위에 오늘날 대한민국 게임산업 생태계가 형성되었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실력 있는 ‘게임연구자’들의 발굴지원이 시급하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는 게임인 협단체들이 오늘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5인방들의 ‘친정집’격인 게임업계는 지금 내우외환에 심각한 동맥경화까지 겹친 형국이다. 그런 마당에 명분 찾기에만 급급하여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다가는 ‘친정집’이 완전히 폐허가 될 운명에 처할 수 있다. 범세계적 차원에서 국제 NGO 단체에 ‘벤처자선’하는 것도 좋지만, 친정집인 ‘게임업계’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자칫, 돌아가 맘 편히 쉴 수 있는 친정집이 사라지는 비극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지금이야말로 ‘완생(完生)’한 5인방들이 하루하루 견디며 겨우 살아가는 ‘미생(未生)’의 게임인과 게임업계를 위해 진정한 ‘벤처자선’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김정태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thatsok@naver.com]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