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게임에 대한 대통령의 한 마디
[데스크칼럼] 게임에 대한 대통령의 한 마디
  • 김병억
  • 승인 2014.11.26 1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고전을 소재로 한 모바일 게임 개발이 필요하다’고 언급해 화제가 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게임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지난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5년 만에 나온 것이어서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게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냥 상식적인 차원에서 언급한 말일 것’이라며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다.

이번 대통령의 발언을 지켜보면서 과연 역대 대통령들은 게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궁금해 졌다. 그리고 대통령의 발언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결론은 이렇다. 게임산업에 대해서 깊이 알고 있고 관심을 가진 대통령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게임관련 발언은 당시 누구나 뉴스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평범한 내용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에 불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우리도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개발할 수 있지 않나”라고 주문했던 것은 당시 닌텐도가 휴대용 게임기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올 때의 일이었다는 점에서 그 발언의 의미를 게임쪽으로만 묶어 해석하기에는 어딘가 어색한 측면이 있다. 어쩌면 이 전 대통령은 닌텐도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도 그 같은 제품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자신의 희망사항을 피력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도 닌텐도와 경쟁할 만한 게임기는 국내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만들 수 없었다. 게임기를 만드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도 될 정도였다면 IT기업들이 즐비한 국내에서 왜 게임기를 내놓지 못했을까. 이 전 대통령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그는 게임산업의 실상을 잘 모르고 한 말이 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고전을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을 만들어 보라”고 한 말도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여기저기에서 모바일게임이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화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리 만만치가 않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데다 유통플랫폼들이 수익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기형적인 구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모바일게임 시장이다. 힘든 비즈니스 모델이다. 아마 박 대통령은 이런 것까지 알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다시 말하면 이렇게 지나가는 말로 던진 내용을 놓고 ‘대통령이 게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게임에 대해 관심이 많고 산업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드러난 현실을 종합하면 아직까지는 그렇지가 않는 것 같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이 점은 안타깝지만 인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제 아무리 게임에 관심이 많다고 한들 그것이 정작 일선 공무원들에게 까지 전달되고 실천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정책입안자들의 인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산업현장을 직접 지켜보는 일선 공무원들이다. 그들이 진정 게임산업을 이해하고 지원해 주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발언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해마다 국정 감사가 진행되면 게임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지만 정말 게임산업을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고 싶다. 아마도 직접 발로 뛰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보다는 보좌관의 보고나 뉴스에서 보고 듣는 정도의 지식이 고작이라면 그건 선무당이 사람 잡는 소리이고 지적일 뿐이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에게 ‘게임산업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떼를 쓰는 것은 어쩌면 억지 춘향격이다. 그러나 게임산업이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리고 문화 생활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면 뭔가 깊이 고민하고 솔루션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상식이 아닐까. 예컨대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작정하고 하는 말이 돼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언제 또 대통령의 입에서 게임과 관련한 말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좀 더 뼈있는 말이 나왔으면 한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