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초중반이었던 1941년, 영국 해군 전 병력이 독일 해군의 함선 하나를 목표로 동원된 전투가 있었다. 이후 ‘비스마르크 추격전’으로 알려진 이 전투는 영국의 ‘후드’ 순양전함과 독일의 ‘비스마르크’ 전함을 역사의 일면으로 끌어올린 전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덴마크 해협 전투에서 비스마르크가 후드 순양전함을 격침시키면서 영국 해군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지고 만다. ‘무적 후드’라는 별명과 함께 영국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군함이었기 때문에 혼란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이렇듯, 후드 전함은 영국 해군의 자존심이었기 때문에, 영국 해군 대부분이 이렇다 할 명령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스마르크 전함을 격침시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들을 통제해야 했던 윈스턴 처칠 총리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비스마르크만큼은 꼭 격침시킬 것”이라는 지시를 내리기까지 했다.

이후 영국 함대는 비스마크르 한 대를 격침시키기 위해 항공모함 2척, 전투함 3척, 순양함 4척, 구축함 7척 등 영국 해군이 가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전력이 덴마크 해협에 집결하게 된다.

결국 영국 해군의 집중적인 함포 공격 및 어뢰 공격의 영향으로 비스마르크는 좌현으로 전복, 가라앉기 시작했다. 물론 전쟁 이후 독일과 영국에서는 함선의 침몰 이유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비스마르크 추격전은 2차 세계대전 해전사에 길이 남는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번에 이어, 장황한 2차 세계대전 해전사로 이번 논단을 꺼내게 된 이유는 이 ‘비스마르크 추격전’의 참전국이었던 독일과 영국이 게임시장에 있어 과거 영국 해군과 같은 공격적인 작전을 구사고 있는 것을 이번 지스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독일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연방주가 직접 설명회를 개최해 국내 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공개했다. 국내 업체가 독일로 이주할 경우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인프라 프로젝트 등 총 투자의 40%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다른 지원 역시 다양한 투자은행과 투자기금, 업체 등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영국대사관이 직접 B2B 부스를 마련하고 지원 정책을 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지스타 첫날과 둘째 날 이틀에 걸쳐 네트워킹 파티를 진행하는 등 이주에 대한 장점과 지원책을 소개했다.

이같은 외국 국가들의 러브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게임 규제와 관련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중국과 일본 등에서 ‘우리나라는 한국 정부처럼 게임을 중독으로 보지 않는다’라는 공격적인 멘트와 함께 본사 이동을 유치한 사례가 빈번히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독일과 영국은 그 수위 자체를 더욱 높여 규모 있는 기업들도 솔깃한 수준으로 정책과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해외의 적극적인 러브콜과 달리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진흥책이 나오고 있지 않다. 그나마 ‘규제 철폐’를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강제적 셧다운제 제도 개선 역시 논의는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렇다 할 방안 등이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는 게임산업에 대한 진흥 정책을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산업의 해외 유출 현상에 대해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겠다’라는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보호와 진흥은 물론이거니와 규제 등을 통한 압력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산업 유출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특히 보다 나은 개발 환경과 사업 환경을 위해 개발사들이 직접 한국을 떠나는 경우가 생겨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스마르크 추격전’에 있어 최대 변수는 비스마르크 함선을 추가적으로 지원하고 보호해줄 수 있었던 후속 함대의 부재였다. 현재 국내 게임산업 역시 지원 및 보호 함대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함선의 침몰을 막기 위해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학용 SD엔터넷 대표 ceo@sdenter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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