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이맘때면 게임개발사들의 스케줄은 하나로 모아진다.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국제게임전시회인 ‘지스타(G-Star)’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작년은 게임 산업에 대한 국내의 미숙한 인식과 게임규제법이라는 제도적인 이슈로 인해 주춤했던 해였다. 하지만 올해 10주년을 맞이하는 지스타는 27개국 536개 게임개발사가 참가해 총 2558개의 부스가 마련되는 등 개최 이후 그 어느 해보다 행사규모나 참가하는 개발사들의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가 ‘블레이드&소울’을 출시한지 2년 만에 ‘리니지 이터널’을 공개할 예정으로 ‘MMORPG 명가’라는 타이틀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으며 엑스엘게임즈는 악마의 게임으로 잘 알려진 ‘문명’시리즈의 온라인 버전인 ‘문명온라인’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국내 게이머들의 기대치를 잔뜩 부풀려 놓고 있다.

세계 3대 게임쇼로 불리던 미국의 E3와 일본의 도쿄게임쇼 그리고 영국의 ECTS가 예전의 명성을 잃고 쇠락해가고 있는 동안 독일의 게임스컴과 중국의 차이나조이 그리고 대한민국의 지스타가 점차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글로벌 게임문화 축제라는 슬로건을 걸고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국내외에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한 해도 빠짐없이 지스타에 학교부스를 설치하고 전시에 참가한 필자는 매번 정작 행사의 내용이나 프로그램이 너무 게임비즈니스 쪽에 치우쳐 있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전시회의 첫 번째 목적은 전시에 참가하는 개발사들이 자신들의 주력 게임이나 신작 등을 전 세계 바이어와 일반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얻고자 함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쇼들은 비즈니스데이와 퍼블릭데이를 별도로 운영하거나 지스타와 같이 B2C관 그리고 B2B관으로 분리하여 전시를 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방법론이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비즈니스 목적으로 전시장에 오는 사람들 이외의 일반 관람객에 대한 배려나 준비가 좀 더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던 1990년대 말에는 게임관련 전시회들이 여러 개 있었지만 10년 전 지스타로 통합되면서 1년에 딱 한번 게임관련 국제전시회가 열린다. 게임을 사랑하고 게임에 관심 있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대놓고 게임을 즐기거나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유일하게 부산에서 열리는 것이다. 상업적인 전시회는 지금처럼 B2B관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발전시켜 가면 된다. 하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지스타조직위원회나 부산정보산업진흥원등에서 일반 대중에 대한 행사의 내용에 조금 더 고민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일반 대중들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게임전시회에 오기 보다는 말 그대로 게임과 관련된 축제를 즐기러 오는 그런 행사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스타의 슬로건이 ‘글로벌 게임문화 축제’이다. 지금까지 지스타가 걸어온 내용들을 살펴보면 몸집 불리기에 주력을 다 했을 뿐 게임문화 축제에 걸맞은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들로 채우지 못했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대한민국처럼 왜곡되어 있는 곳에서 글로벌 게임문화 축제를 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이다. 게임콘텐츠는 다양한 문화가 복합적으로 녹아있는 종합예술매체이다. 문화체험행사로 구성하기에도 아주 적합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지스타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비즈니스 네트워크 파티나 지스타의 밤 등과 같은 본 전시회 이외 부대행사는 대부분 게임관련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며 부산 가족 e스포츠 잼과 한․일 게임애니송 페스티벌이 일반 관람객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다른 건 더 없을까?

게임의 본질은 재미이다. 조금만 고민하면 얼마든지 재미있고 훌륭한 프로그램들로 채울 수 있다. 행복하고 유쾌한 추억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게임문화 축제’라는 슬로건과 함께 ‘온라인게임과 스마트게임, 그리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글로벌 게임 문화 축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는 대표 카피문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행사를 준비한다면 더욱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 믿는다.

전 세계 게임인 들의 축제 그리고 게임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로서의 위상을 지스타가 갖추기 위해서는 일반 관람객을 위한 프로그램의 다변화가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funmaker@sogang.ac.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