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체결을 위한 한중간 협상이 타결됐다. 이로써 거대한 13억 중국 시장이 활짝 열리게 됐다. 양국 관계자들은 이를 위해 무려 14차례에 걸쳐 고위급 협상을 진행하는 등 30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 왔다. 결과적으로 보면 양국 정상이 일괄 타결 방식으로 처리하긴 했지만, 그 막바지 과정에서도 양국 실무자들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양국 관계자들이 한중 FTA 타결에 힘을 기울여 온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양국 국익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한중간 교역 규모는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단일국가 시장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교역 규모는 일본과 미국의 그 것을 합쳐 놓은 만큼 크다. 중요한 사실은 이같은 흐름이 갈수록 확대되고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특히 이번 협상 타결로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한중 교역량이 더욱 증가하고 부품 관련 부문의 수출이 중장기적으로 크게 늘 것으로 내다 봤다. 더욱이 자동차 분야는 이번 양허안에서 제외 됐지만 전자, 부품,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 대중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은 서로 빗장을 완전히 풀기로 해 우리에게 가장 큰 수혜 품목이 될 것이라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간 협정 뿐 아니라 FTA 등 양자간 협정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챕터는 지적 재산권 및 엔터테인먼트를 망라한 문화, 서비스분야다. 잠재적 수요를 안고 있는데다 그 규모 또한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분야는 패션 액세서리 식품 등으로 파생되는 수요가 적지 않고 자국 문화를 알리는 전령 역할까지 담당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둘러싼 신경전이 뜨겁다는 게 외교가 안팎의 전언이다.

정부가 이번에 한중 FTA협상 타결을 선언하면서 가장 먼저 언급한 것도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이른바 빅3 한류에 대한 중국 시장의 개방을 촉진시켰다는 점이었다. 정부는 이로써 중국의 외국 영화에 대한 쿼터제를 사실상 무력화 시켜 우리 영화의 대중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 봤다.

또 드라마의 경우도 대중 수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드라마는 그동안 한중 합작이 거나 중국에서 정한 일정 비율을 자국인으로 채우지 못할 경우 중국내의 방영을 제한해 왔다.

가장 주목을 끈 콘텐츠는 다름 아닌 K-팝이다. 정부도 확실한 수혜주가 대중음악 장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보따리를 풀어놓지 않고 있어 어떤 점이 과연 적지 않은 수혜를 안겨주는 대목인지에 대해 정확히 가늠키 어렵다. 하지만 협상 타결의 머리말에 이를 수차례 얘기하고 있다면 뭔가 중국측으로부터 확실한 담보를 챙겨 놓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가능하다.

어쨌든 정부가 무역 협정을 위한 협상카드를 하드웨어 중심에서 콘텐츠 위주로 무게중심을 바꾸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중국이 지적재산권 처리 문제로 가장 늦게 WTO에 가입한 것도, 미국이 미키 마우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하드웨어 시장까지 내놓은 것도 그만큼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과 미래의 큰 먹거리 산업이란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협상 과정에서 게임에 대한 언질이 전혀 없었다는 점은 매우 유감이다. 주지하다시피 게임은 콘텐츠 고부가가치 상품 가운데 대표적인 상품이다. 한해 무려 20~3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있고 매년 급성장하는 장르이다. 특히 중국시장은 우리 게임업계의 수출의 보고가 되다시피 하는 지역이지만 규제가 많은 곳으로 소문이 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협상의 도출물이 없었다면 정작 있어야 할 게 빠져 버린 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굳이 여기서 영화와 드라마, 음악 부문의 수출이 고작 얼마고, 게임 수출이 얼마인데 라며 상대 업종과의 비교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FTA는 무역 협정이다. 양자간의 교역이 핵심이란 뜻이다. 잘 챙겨두지 않으면 나중 추가 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잘 봐 온 터다. 그럼에도 그랬다면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믿고 싶지 않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슬그머니 협상대상 목록에서 지워 버렸거나 아니면 그 잘 나간다는 빅3 한류에 더 큰 불을 지피기 위해 게임을 의도적으로 빼놓은 게 아닌가. 만의 하나 그랬다면 재협상을 통해서라도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솔직히 2014년의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그리 녹록한 편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절체절명 의 위기 상황이다. 중국 게임업체들이 우리의 코앞까지 따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차포를 떼고 장기를 두겠다면 그 사람은 정신이 나간 이다. 정부가 이에 대한 분명하고도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늘 하는 얘기이지만 이런 식으로 하니까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게임산업을 너무나 모른다.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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