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몰입연구과제 제안요구서 중 일부 연구의 사업목적과 시행방안,일정,사업비 등이 적혀있다
  증명 안 된 중독이 연구대상 경악

 미래부·문체부 등 5개 부처 참여업계 게임뇌 신드롬재현될까 우려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로 한 가운데 시작단계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게임과 뇌의 역학관계를 연구하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그 방법과 내용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게임과몰입(게임중독) 이슈가 커지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게임과몰입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함에 따라 이를 예방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인터넷·게임 중독의 뇌과학적 원인규명 및 진단/예방 기술(이하 과몰입연구과제)’로 명명된 연구과제는 인터넷·게임 과몰입이 발생하는 뇌과학적 원인을 찾고 생체 신호로 과몰입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 개발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생체신호와 뇌영상 등을 통해 과몰입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인터넷·게임 과몰입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국가 차원의 첫 시도여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과몰입연구과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여성가족부 등 총 5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사업이다.

연구 기간은 오는 2018년까지 총 5년간 진행된다. 사업비는 227억원으로, 당해 연도에 해당하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10억원, 차후 4년간 50억원 내외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게임과몰입 연구를 본격화 한다는 취지 자체에는 긍정의 뜻을 표하고 있다.

, 세부적인 추진과정에 있어서는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좁아 연구 성과가 치우쳐질 우려가 있어서다.

 업계에서 문제로 지목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 째 연구과제가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해 연구 진행이 이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 둘 째 연구 사업자가 게임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연구단체 가톨릭대학교로 선정됐다는 점. 셋 째 227억원이라는 연구비가 너무 과도한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정부가 책정한 예산이 5년에 걸쳐 집행되기는 하지만, 게임산업 육성지원금과 비교될 만큼 책정된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취지나 목적이 게임과몰입을 단정 짓기 위한 짜맞추기 식 진행으로 곡해될 수 있는 만큼, 좋은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 세금 낭비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 2단계로 나눠 연구

과몰입연구과제는 지난 825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뇌과학 원천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달 가톨릭대학교 정신과학과 김대진 교수 연구팀이 사업자로 확정됐다.

 정부의 과제제안요구서(RFP)에 따르면 과몰입연구과제는 크게 2단계로 나뉘어 진행 된다. 2016년까지 연구되는 1단계는 인터넷·게임과몰입 뇌영상’ ‘생체신호’ ‘빅데이터 분석’ ‘진단지표 발굴4가지 연구가 진행된다.

 이 과정을 통해 과몰입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뇌 변화를 연구하고 MRI 등 뇌영상학적 변화 장비를 사용한 변화 과정을 규명한다. 화학적 중독과 비교해 인터넷·게임 과몰입 원인을 규명하려는 시도다. 이를 기반으로 행위 중독의 동물모델 연구도 진행하고 스마트기기 기반 진단 지표 확립도 추진한다.

 2단계 연구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이며 과몰입 진단과 예방 시스템을 개발을 목표로 한다. 생체신호와 뇌영상, 동물모델 등을 기반으로 한 통합 진단지표를 만들어 임상에 적용해 실용성을 검증한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과몰입 진단·예방을 위한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 연구기관 중립성 담보돼야

업계는 일단 과학적 지표 발굴을 위한 연구사업 진행에는 찬성의 뜻을 표했다. 그동안 실효성이 없는 지표들이 게임규제에 활용돼,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것에 대한 반감이 커서다. 해외 사례에서는 여러 차례 게임이 중독 유발물질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온바 있어 국내 연구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인 상황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에 입장이다. 게임을 이미 중독물질로 규정지은 것 같은 연구목적과 범위가 눈에 거슬린다는 것이다. 정부가 게임을 예단해서 풀어가는 점이 문제라는 것인데, 학문적으로 사용돼지 않는 게임중독을 연구과제명으로 채택한 것은 정부가 게임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의견이 나오는 데에는 중독이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게임과몰입이 실존하는가 보다는 게임과몰입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에 더 무계를 둔 연구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구 과제 구성을 살펴보면 게임과몰입이 성립하는가에 대한 기준 확립 연구보다는 게임을 중독물질로 전제한 실험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연구내용 중 뇌영상 : MRI 등 뇌영상학적 변화 규명에서 화학적 중독과 게임과몰입을 동일 선상에 놓고 있다는 점은 비교 대조군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주관 사업자로 가톨릭대학교이 선정된 것이 연구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 사업자인 가톨릭대학교 정신과학과가 게임을 중독물질로 분류 하는데 찬성하며,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하 중독법)’ 통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가톨릭대학교 정신과학과 소속 이해국 교수는 지난 2월 신의진 의원이 주최한 공청회에 참석해 게임은 마약보다 강한 중독성이 있을 수 있다” “(중독법에서 게임을 빼느니)차라리 마약을 빼겠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된바 있다.

 연구비 227억원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업비가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과 비교해 봤을 때 지나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5년간 각종 첨단 장비를 활용해 연구가 진행되는 측면에서 사업비가 많이 책정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게임과몰입의 초기 연구 단계부터 너무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과몰입연구과제 추진 의지나 목표에는 공감하나 결과물에 대한 신빙성을 왜곡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 철저한 중간 검증 필요

 게임업계가 정부의 과몰입연구과제 추진에 환영의 뜻을 표하는 가운데, 과제 진행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게임을 규제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게임뇌 신드롬이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게임뇌 신드롬은 모리 아키오 일본 니혼대학교 교수가 지난 2002년 출판한 게임 뇌의 공포를 인용해 게임을 사회적 악으로 몰아넣는 현상을 지칭한다.

 게임뇌 신드롬은 지난 2012년 각종 규제 입법이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부터 시작됐다. 각종 사회단체들과 여성가족부는 모리 교수의 게임 뇌의 공포를 인용해 게임을 하면 뇌의 전두전야(前頭前野)에서 베타(β)파가 저하되고 전두엽이 퇴화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게임을 하면 아이들의 뇌가 짐승처럼 변한다라는 짐승뇌이론으로 확대해석해 게임계를 압박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그렇다면 손꼽히는 게임강국 중 하나인 일본에서 한국의 게임규제를 불러일으킨 책 게임 뇌의 공포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일본에서는 이 책이 사이비 과학으로 취급되며, 2003일본 어처구니없는 책 대상(日本トンデモ本大賞)’에 선정된 바 있다. ‘연구 대상에 대한 무지’ ‘과학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음’ ‘엉터리 논지등이 선정 이유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당시 게임뇌 신드롬이 산업을 악으로 규정하는데 앞장섰고, 현재 게임산업의 역성장을 낳았다. 이번 과몰입연구신규과제도 취지는 좋으나 연구 결과에 따라 게임 뇌의 공포책의 내용처럼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정치권이 게임산업 규제를 완화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학회 관계자 역시 사업의 타당성과 사업자 선택 과정 등 관련 정보 공개 요구를 정부 측에 전달했으나,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왔다이미 이의신청기간이 지나 사업에 제동을 걸 수 없는 만큼 앞으로의 사업 진행상황에 따라 업계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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