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게임과몰입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지원키로 했다고 한다. 이는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그동안 거의 없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같은 연구과제에 대해 게임업계가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등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과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여성가족부 총 다섯 개의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사업이다. 과제명은 ‘인터넷·게임 중독의 뇌과학적 원인규명 및 진단/예방 기술(이하 과몰입연구과제)’로 돼 있다.

그런데 업계가 뭔가 석연찮다는 반응인 것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연구과제의 이름에 ‘게임중독’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 째는 연구 사업자가 게임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가톨릭대학교로 선정됐다는 점이며 마지막으로는 227억원이라는 연구과제비의 규모다.

먼저 게임을 중독물질로 인정하고 들어가는 과제명이다. 게임이 중독물질이라는 증거는 세계 어디에서도 제시된 바 없다. 그럼에도 버젓이 ‘중독’이라는 이름을 과제명으로 채택함으로써 정부에서 ‘게임=중독물질’을 인정한 꼴이 됐다. 그렇다면 자칫 결론을 이미 내놓고 거기에다 결과를 짜맞추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제명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업 추진 주체가 가톨릭대학교란 점이다. 과거 게임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이 대학에서 연구가 이뤄지는 만큼 공정하고 중립적인 연구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게 게임계 안팎의 정서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연구자를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게임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사업 과제에 대한 세부 과제를 공개하는 방안 등도 검토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생각인 것 같다. 그렇다면 굳이 정부도 이를 마다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227억이라는 사업비에 대한 논란이다. 이같은 규모는 결코 많다고도 그렇다고 작다고도 할 수 없다. 더군다나 5년이란 기간 진행되는 중기 과제다. 하지만 명시적인 사업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연구예산을 더 늘려서라도 확실한 답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점 때문이다. 연구 절차를 위한 사전 연구 과제를 수행해 보지도 않고 바로 본 연구 과제를 진행하는게 다른 의도가 있어 그런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 결과로 나온 금액이 227억이라는 설명이다.

모처럼 기획한 정부 프로젝트가 이쪽저쪽의 오해를 사 국고를 낭비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명칭부터 재검토하는 작업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공청회도 필요하다면 열어야 한다. 왜냐하면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 매는 것도 삼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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