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에서 TV채널을 돌리다 MBC 8시뉴스에서 게임 관련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접한 게임관련 내용이라 궁금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게임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미지가 부정적인 사실을 고려하여 약간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그날의 내용은 살인, 중독과 같은 끔찍한 사건이 아니라 다행히도 게임을 예술로 보아야 한다는 짧은 메시지였다. 그런데 그 메시지가 나에게는 별로 탐탁지 않게 다가왔다.

우리 사회는 게임에 대해서 여전히 팽팽하게 양분되어 있다. 한쪽에서는 유해매체로 몰아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디지털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엄청난 전파력과 침투력을 가지고 있는 언론은 이 갈등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느 쪽이 이기는지 보자는 식의 보도로 열을 올린다. 사실 대다수 학부모들은 언론보도를 각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인다. 언론보도상의 게임관련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우리 단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학부모들을 안심시킨다.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의 배경에는 나의 과거 경험이 깔려 있다. 어린 시절 TV에서 당근을 많이 먹으면 얼굴이 빨개진다는 보도를 본 후 나는 꽤 오랫동안 당근 먹는 것을 꺼려했다. 부모님이 내가 먹는 정도로는 절대 빨개지지 않는다고 말해주어도 나는 부모님의 말씀을 믿지 않았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나는 하루에 1KG 정도의 당근을 그것도 매일 1년간 먹어야 얼굴색깔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TV보도를 순진하게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운 나는 이를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에 적용시킨다.

그런데 이번 보도는 나에게 또 다른 변명으로만 여겨진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조금 가라앉는 듯 보이자 게임의 순기능을 알리면서 등장한 것이 게임을 예술과 연결시키는 메시지다. 얼마 전까지 언론에서는 게임의 순기능을 얘기하면 기능성게임을 들고 나왔었다. 그러더니 이제는 게임의 예술적 가치를 주장한다.

이 역시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학부모들을 이해시키기에는 너무나 옹색한 주장이다. 어린 아이들의 코 묻은 돈까지 다 챙겨가면서 게임이 예술적 영상미라도 있어야지 라고 투덜거리던 어느 학부모의 말이 여전히 귓가를 맴돌고 있다.

자녀의 게임이용이 중독, 과몰입, 과다이용 등 어느 것이든 간에 이 모든 자녀의 행동을 부모의 책임이라고 확실히 하고 싶다면, 학부모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영상물을 제작해 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육아채널에서 만든 ‘소리없는 뇌중독 스마트미디어증후군’ 이라는 영상물을 보았다. 그 내용을 보면 26개월 된 아이, 5살 된 아이가 스마트폰을 뺏은 엄마를 향해 떼쓰는 모습, 13살 여학생의 두뇌촬영 결과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 등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시청하는 내내 나는 부모의 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업체들이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아동 청소년 보호 의지를 보여주고 싶다면, MS 창업자인 엘렌이 1000억을 에볼라 연구에 쾌척했다는 것처럼, 확실한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면 언론에서 아무리 심각한 게임관련사건을 보도하더라도 학부모는 기업의 책임이라기보다 자녀지도의 부족이라는 반성을 할 것이다.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 katiece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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