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이 그나마 오늘날의 형태를 갖춘 건 정부측 관계자들의 노력이 컸다. 이 얘기는 역설적이지만 규제를 남발하고 있는 최근의 정부의 움직임과는 아주 대조적인 모습인데, 시대적으로 보면 그 당시 새로운 먹거리 아이템 발굴이 정부측에 그만큼  절실한 과제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부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얼마되지 않아 곧바로 답이 왔다. 국민의 정부 당시 박지원 장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김한길 장관(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은 바통을 이어받아 게임산업이란 동산에 잔디를 입혔다. 박 장관이 주로 예산 확보와 인프라 구축에 힘을 기울였다면, 김한길 장관은 문학청년 답게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냈다.

그 중 하나가 게임 전시회였다. 2000년 초기 벤처 붐을 타고 게임산업은 마치 날개를 단 적토마 같았다. 하루가 달랐고 또 하루가 변했다. 내수와 수출은 상전벽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수직 상승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갖춰야 할 것을 갖추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린 꼴이 됐다. 그 무엇보다 게임 산업에 대한 미래와 그 가능성, 그리고 예측불허하는 잠재적 로열티를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해 시장 안팎의 가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제도권으로부터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게임계로서는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게임시장쪽에서 보면  개발사와 유저간 소통을 위한 통로 마련이 절실했다는 점이다. 주력 상품이 온라인게임이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유저와 개발사의 만남이란 게 간간히 열리는 ‘랜 파티’가 고작이었고, 아주 일부이긴 했지만 게임 캐릭터를 흉내낸 코스듐 플레이를 통해 개발사와 유저가 만나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국제 게임전시회인 '지스타'였다. 개발사와 유저의 만남 뿐 아니라 해외 바이어를 불러들여 이 전시회를 국제적 컨벤션 사업으로 키우자는 것이었다.

B2B, B2C관이 따로 열리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 게임전시회인 E3를 벤치 마킹한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연찮게 맞아 떨어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E3만을 바라보지 않았다. ’지스타‘ 개최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E3란 국제 게임전시회의 성격과 맞아 떨어진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점 또한 확실하다.

어찌됐든 국민의 정부에서 빚어낸 국제 게임전시회 개최 프로젝트가 참여 정부 들어 빛을 보게 됐다. 명색이 열려 있다는 정부에서 ‘지스타’를 만들고 다듬는 데 4~5년이 소요됐다. 그렇게 보면 산업 인프라는 결코 쉽게 구축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스타’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한번 확인한 셈이다.

그렇게 길고 긴 잉태의 시간을 통해 어렵게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지스타’가 지금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외견상 규모는 예년보다 확실히 커졌다. 참가업체 수만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국제 전시회로 부르기엔 참가업체들의 면면이 너무 초라하다. 명색이 메이저라고 불리는 게임 기업은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두 개사 뿐이다. 거기에다 중국에서는 유명세를 탔지만 국내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스마일게이트 정도만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요즘 잘 나간다는 기업과 모바일 게임기업들은 모습조차 찾아볼 수 없다.

주최측은 게임 수출을 위해 B2C는 축소하고 B2B를 강화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왠지 낯설게만 느껴지고 설득력 조차 없어 보인다.

‘지스타’가 때 아니게 B2B 전시회로 전락한 것은 세계적인 전시회 흐름과 무관하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지스타’ 만큼 옹색해 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따로 있다고 할 것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도 그 것이지만 국내 게임시장 침체기가 예상밖으로 길어지고 있는 따른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그 것이다.

게임시장은 지금 온라인과 모바일의 대결 구도로 유례 없는 혼란기에 빠져 있다. 거기에다 정부의 규제 정책은 숨이 막힐 정도로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소비 경기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년 행사 가운데 가장 큰 국제 게임 전시회를 이처럼 외면하는 건 너무한 처사다.

전시회 참가를 위해선 약 10~20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등 업체로선 부담이 적지 않다. 개별기업 입장에서 보면 결코 작은 예산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매출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기업들이 단지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불참하는 것은 유저들을 위한 것도, 산업을 위한 것도 아닌, 오로지 자신들만 생각하겠다는 아주 얄팍하고 이기적인 사고에서 비롯됐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같은 이유라면 정말 손을 놓고 막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스타’ 참가 여부를 놓고 옳다 그르다를 논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시점에서 이 문제를 신중히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도움이 안된다면 아예 없애 버리든지, 아니면 방향을 틀든지, 그도 저도 아니라면 회원사 모두 참가하는 방안을 마련해서 추진하든지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향배를 저울질할 키 포인트는 산업 인프라는 말처럼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이를 테면 버리긴 쉬워도 다시 주어 담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10년의 성상을 쌓은 지스타가 지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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