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인디개발자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였다. 그는 힘들게 개발했던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래도 많은 이용자들이 다운 받아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궁금증이 들어 어느 정도 매출을 올렸냐고 실례가 되는 질문을 건넸다.

그 질문에 인디개발자는 생각하는 것만큼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개발한 작품은 유료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앱 마켓에서만 1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지만, 일정부분의 수수료를 제하고 나름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다보니 그렇게 큰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는 실제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고 했다. 바로 ‘크랙’ 버전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모바일 게임에서 크랙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크랙커들이 뿌려대는 크랙에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디개발자들도 똑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크랙을 공유하는 앱 커뮤니티에서 작품이 올라왔는데 조회수가 몇 만, 몇 십만 건은 된다”며 “저작권 보호 요청을 해 사이트 관리자에게 내려달라고 해도 묵묵부답이었다”고 답했다.

여기에 포털사이트 블로그나 까페에 버젓이 크랙버전이 유포되는 상황을 보면서 그는 더 이상 해결하려는 의지를 잃었다고 했다. 한참 작품에 대한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는 그가 크랙 버전 이야기가 나오자 허탈한 눈빛으로 변해버렸다.

그가 개발의지를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곧 크랙이야기를 털어버리고 신작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뒤에 “신작이 나와 크랙버전이 돌면 어떻게 하실려구요?”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말을 삼켜버렸다. 어쩌면 그 질문은 답이 없는 질문일 것 같았다.

이런 크랙버전이 버젓이 유포되고 포탈 사이트에서도 검색되는 현상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확실한 답은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일 것이다. 특히 게임은 옛날부터 돈을 쓰기에는 아깝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밖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이런 현상은 크랙 버전이 유포되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가면 잘 느낄 수 있다. 불법 크랙 버전이 올라온 게시물에 추천글들이 달리는 모습이나, 일부 개발자들이 공유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면 오히려 뻔뻔하게 나오는 커뮤니티의 이용자들을 볼 수 있다.

이런 인식으로는 국내 모바일산업이 새로운 위기를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모바일 게임은 다양한 작품의 범람과 기업들 간의 경쟁으로 인해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크랙마저 무분별하게 유포돼 개발자들의 의지를 꺾어버린다면 위기는 곧 현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인식 교육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기관들이 나서서 시도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IT산업은 너무 빨리 발전해 버렸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IT에 대한 인식은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잠시 뒤를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산업의 육성 이전에 산업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인식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더게임스 박상진 기자 kenny@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