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산업의 주도권이 넘어간 이후, 게임계는 다시금 도용과 표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과거 게임방식을 차용한 것에서 벗어나 현재에는 중국 웹게임에서 보았음직한 리소스 도용 표절 논란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과거 게임 시스템 도용은 ‘최소한의 양심’을 지켰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올 지경이다.

특히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게임이 국내에서 뿌리내릴 때 자행되었던 게임 유형 및 아이콘 카피는 유저들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먹혀들지 않아 거의 사라졌지만 게임 내 캐릭터 및 시스템을 그대로 카피해 비슷하면서 다른 게임을 만드는 행태는 오히려 늘어났다. 이는 자연스럽게 모바일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이탈로 이어지고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묻는다. 그렇다면 표절의 범주는 어디까지이고 창조적 모방의 경계는 어디까지냐고. 게임뿐 아니라 타 분야에서도 표절의 기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게임의 표절 기준을 검색해 보면 지난 2010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선보인 ‘게임콘텐츠 저작권 침해대응을 위한 표절기준 마련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 및 분석 자료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법적으로 어떤 기준이 마련되어 있는지는 찾기조차 어렵고, 또한 있다 하더라도 모바일 게임시장 특유의 짧은 수명 때문에 업계 자체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풍토를 막는 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개발자 혹은 제작사가 도덕적인 마인드를 갖고 창조적인 작품을 출시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표절에 대한 기준을 쉼 없이 연구하고 제시하며 문화 창작을 위한 규제를 철저히 시행하거나, 유저 스스로 표절이라고 보이는 게임을 서로 알리고 불매하는 태도를 갖는 것 등의 방법이 우선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사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만이라도 철저히 이루어지면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가장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다. 만약 오픈마켓 등에서 이런 소비자들의 의견을 타 유저에게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적 지원을 해 준다면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무한정 소비자들의 올바른 선택만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임 자체적으로 새로운 시도나 도전이 쉼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개발자나 사업가 모두에게 떳떳한 창조 활동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장인 정신만을 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에 공을 들일 수 있을만한 기반이 마련되고 그러한 게임 제작을 위한 투자 환경이 밑거름 되어 주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베끼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이상 표절 게임의 근절은 요원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표절 게임에 대한 규제에 있어서도 보다 활발히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것을 정부에 일임하기보다는 정부가 주도하되 실제 내용은 업계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어 빠르게 변해가는 시장에 대한 대책과 기준을 제시해 나가는 방식의 프로세스가 절실하다.

전 세계가 스마트 혁명을 통해 빠르게 변화해 나가고, 콘텐츠 산업의 잠재력이 점점 더 각광받는 시기가 도래했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한국의 게임 산업이 보다 큰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창조적 활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보상, 표절이나 도용 등에 대한 준엄한 제재, 그리고 올바른 문화 콘텐츠 선택에 대한 유저들의 안목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미래에 우리가 한국의 이름을 건 보다 새로운 게임, 한결 색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느냐는 결국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는 셈이다.

[김정주 노리아 대표 rococo@noria.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