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 감사는 커다란 이슈가 없는 가운데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논란의 핵심 인물이었던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이 수위를 낮춰 발언에 나선 것도 그 한 원인이긴 하지만 정곡에서 비켜가는 의원들의 맥 빠진 질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보좌관이 넘겨준 자료를 그대로 앵무새처럼 반복해 읽는 의원들의 질의 때에는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그나마 눈길을 끈 이는 박창식 의원(새누리당)이었다. 그의 질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게임 산업계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예산도 그렇고, 민간 베이스에서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또 산업계도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이러다가 게임 개발은 커녕 산업공동화 현상으로 우리경제에 부담을 안기게 되는 게 아니냐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었다.

박 의원의 지적이 모두 맞다고 할 순 없지만 게임산업계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게임시장이 황금 궤를 캐내는 옥토인데, 무슨 엄살이냐고 하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할 것이다.

정부측 관계자들도 대체로 수긍할 수 없는 현상이 일고 있다는 반응이다. 엄청난 순익을 거두고 있고, 영업 이익도 한해 수백억에서 수천억을 달성하는 게임산업계에서 돈이 돌지 않고, 돈이 없다는 말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별기업들의 속사정을 뻔히 들여다보는 국세청에서도 같은 입장이다. 게임 기업들이 사내 유보금이라는 명목으로 상당한 금액을 금고에 보관해 왔는데 무슨 말이냐는 것이다. 세무당국은 대략 그 규모가 7조원에서 10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게임산업계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것은 투자를 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거나 딴 데로 빼돌렸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만하게 회사 돈을 유용할 수 있는, 그런 썩어 빠진 동네가 게임산업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업계가 투자 여부와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그런 전제에서도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를테면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넘어가는, 플랫폼의 대 변화의 시기에 써야 할 돈을 장롱 속 깊숙한 곳에 쟁여 놓은 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즉, 돈을 써야 하는 데 돈 가뭄을 자초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를 종합하면 게임산업계에 유동성 자금이 없는 건 아닌 게 맞다. 분명히 유동성엔 문제가 없다. 더군다나 신 수요가 기대되는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주저할 이유도 없다. 명분 또한 있다. 넓고 깊은 수요가 다름 아닌 모바일 게임시장의 특질이라는 점에서 레드 시장은 아니다.

그렇다면 투자를 외면하는 또다른 이유를 찾아볼 수 밖에 없는데 그 것은 다름아닌 규제란 이름의 대못이다.

게임 산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이래도 걸리고 저래도 밟히는 데 무슨 재미로 투자를 하겠느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젊은 게임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사회 일각에서 게임에 대해 끄떡하면 사행, 중독 폭력 운운하는 데 도대체 어떤 자긍심으로 버텨 가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시장에 대해서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는 것 같다. 모바일 게임 사업이 그리 녹록한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선데이토즈, 파티게임즈, 4시33분, 데브시스터즈 등 몇몇 재미보는 모바일 게임기업 외에는 대부분이 아랫돌 빼서 웃돌 막는 격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기업들이 수백개에 이른다는 것이다. 투자가 이뤄져도 한계에 맞닿을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선순환 구조가 붕괴된 모습으로 산업이 비춰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게임산업계가 총체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단순히 경색된 투자 문제 뿐 아니다. 또 규제라는 이름으로 사안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처리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산업이 이렇게 흘러가서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판을 새롭게 짜야 하는데 그런 역량과 힘이 있느냐는 것이다.

언필칭, 지금처럼 모래알 같은 업계의 단결력으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리고 끄떡하면 전문 CEO로 대별되는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행태로는 표류하는 산업을 바로 잡을 수 없고, 돈만 되는 비즈니스로는 산업과 문화를 육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더 이상 혼자 내 달리는 일방의 코드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과감한 투자는 그 다음의 문제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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