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부터 비게임영역 사업에 통큰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위기상황 탈출 위한 '선택' 아닌 '필수'
안정적 성장 위한 자구책…연관사업 진출해야 시너지 발휘

게임업계에 갈수록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반면 수익률은 떨어지고 모바일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그늘도 커지고 있다.

이에따라 주요 게임업체들은 두가자 형태로 자국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나는 게임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다. 작은 업체를 인수하거나 큰 업체끼리 합병을 하는 등 조직을 키워 살아남겠다는 것이다.

다른 한 형태는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게임산업의 틀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의도다. 이에따라 게임업체들은 교육이나 방송, 영화, IT 등 다양한 업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게임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업계에서는 생존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사업다각화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남들보다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사업다각화에 나설 것이라면 기존 게임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투자하면서 영역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산업체들의 동업자 의식이 강한 만큼 진출에 용이하고, 게임에 활용될 여지가 타 산업보다 많다는 게 이유다.

많은 게임업체들이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게임업체들이 다른 영역에 진출한 기간이 길지 않아 성과를 공개하기에 이른 탓도 있다. 또 기존 업체를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하고, 관련 부서를 만들어 조직적인 접근을 해야 실패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과 기밀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장기적 차원서 접근
게임업체들은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중국 게임업체들의 급성장으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생존을 위해서라도 사업다각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 팽배해 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너무 단기간의 성과에 집중돼 있는 것은 문제라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직 글로벌게임 시장 공략이라는 과제가 남은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사업확장은 게임업체로서의 정체성을 잃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사업다각화와 함께 주력인 게임사업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투자전문가는 “국내에서도 좋은 콘텐츠를 갖고, 투자자를 찾는 많은 업체들이 존재하지만 불확실성을 이유로 개발비와 운영비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형 업체들이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소업체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드는 등 시장환경 개선의 의무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투자 경향이 단기호재에 쏠리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 드래곤플라이(대표 박철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성급한 투자는 오히려 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드래곤플라이는 수년간 교육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게임을 도입한 교보재 개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120억원이 넘는 큰 돈을 사기로 날리게 됐고, 경영에 치명타를 맞았다. 다행이도 사건이 무난히 수습돼 단기 악재로 그쳤지만 다른 게임업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소업체들에게도 따끔한 충고를 하고 있다. 대형 업체들이 비게임사업 영역을 넘보는 것은 그만큼 투자할만한 가치를 가진 작품이나 업체를 찾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게임시장이 이제 신작이란 이유 만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만큼 자신만의 특색을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을 개발해 투자자들과 업체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검토는 신중 행동은 빠르게
게임업체의 사업다각화는 이미 막을 수 없게 됐다. 국내 온라인과 모바일게임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함에 따라 성장동력을 글로벌시장과 사업다각화를 통해 찾을 수 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일반 IT업체들이 게임사업에 뛰어드는 경향이 더 많았다. 단기 호재를 보기 위한 투자였던 셈인데 나우콤(현 아프리카TV)과 이스트소프트가 대표적인 경우였다. 두 회사는 각각 ‘테일즈러너’와 ‘카발’로 큰 재미를 봤다. 이는 많은 IT업체와 종합기업이 게임사업에 문을 두드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의 시장분위기는 과거와는 180도 달라졌다. 게임업체들이 그동안 번 자금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위해 IT업체 넘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회사가 NHN엔터테인먼트(대표 정우진)다.

NHN엔터는 지난해부터 IT인프라를 보유한 업체 지분을 인수해왔다. 범위도 넓어 티켓 예매 사이트, 데이터베이스(DB) 보안업체, 인력채용 사이트 등이 투자의 대상이 됐다. 이는 모기업인 네이버와 사업영향이 겹치는 경향이 강해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모회사와 중복투자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NHN엔터가 사실상 네이버와 결별을 선언하면서 모든 궁금증이 풀렸다. NHN엔터가 그동안 사용했던 네이버의 인프라를 사용할 수 없게 돼, 매출 안정화와 신성장동력원으로서 IT업체 인수에 적극적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엔씨소프트는 유료 웹툰 서비스 레진코믹스에 투자해 비게임영역 사업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

# 연관 사업에 투자해야
게임업계의 소규모 투자는 주로 영화와 만화, 애니메이션, TV방송 등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게임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상품의 유사성으로 산업 진입과 투자에 기존 업체들의 반발이 낮은 것도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업계의 투자를 바라보는 기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정부의 규제에 막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던 애니메이션과 만화시장에서는 게임업계의 진출을 적극 반기고 있다.

오히려 게임업체의 눈길을 끌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각종 게임쇼에 참가해 인연을 맺으려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체된 사업에 게임업계라는 큰손들이 들어오는 것이 나쁠 리 없다는 이유다. 최근 ‘웹툰’을 중심으로 만화와 게임의 콜라보레이션(융합) 프로모션이 자주 눈에 띄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또,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게임의 단골 소재를 제공하는 원천이니 만큼, 게임업체들로서도 투자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장기적인 관점과 재투자, 순환, 재사용 등 장점이 많아 설사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남는 것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엔씨소프트라고 할 수 있다.

엔씨는 올해 유료웹툰 서비스 레진코믹스에 50억원을 투자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콘텐츠 확보를 위한 통 큰 결정이었고,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게다가 레진코믹스가 수백명의 신인 작가를 발굴한 등용문으로서 알려지고, 매출 성과도 좋게 나와 엔씨는 큰 득을 보게 됐다. 당장의 투자대비 수익 뿐 아니라 신작 콘셉트를 기획하고 발굴하는 작업에서 크게 앞서나갔기 때문이다. 엔씨가 눈독들이고 있는 모바일게임 산업과 유명 웹툰(만화)이 연계된다면 유저의 눈길을 끄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처럼 업계 관계자와 투자가들 사이에서는 게임업체 투자는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가장 효과적이란 인식이 높다. 일부에서는 게임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일부인 만큼 만화나 게임 콘텐츠의 단순 구분이 의미 없는 시대가 도래 했다며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게임업체가 타 분야로 진출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존재한다. 외부 환경 변수다. 기존 산업군을 이루고 있던 업체들의 반발이나 급변하는 소비자 패턴을 민감하게 캐치하고, 이에 대한 전략을 수집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서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는 신규 업체 입장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투자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한 투자전문가는 “어느 업종이나 비슷한 이유지만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전문인력의 확보”라며 “게임업체가 지분을 투자하거나 신상품 개발에 자금을 대는 등의 안전책 없이 무모한 도전을 한다면 실패의 쓴 맛을 보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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