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이라는 말이 요즘 많이 눈에 띈다. 망명은 혁명 또는 그 밖의 정치적인 이유로 자기 나라에서 박해를 받고 있거나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사람이 이를 피하기 위하여 외국으로 몸을 옮기는 것을 말한다. 사이버 망명은 ‘망명’의 본 뜻보다 더 나아가긴 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사이버 상에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을 하고, 박해의 위험이 없는 곳으로 몸을 옮기는 것이다.

카카오톡 대화내용의 정부 검열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사이버 망명’이 번지고 있다. 관련기업의 창업주가 이야기한 대로 우리가 화내야 할 첫 대상은 카카오가 아닐 수도 있다. 카카오는 일단 피해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사과문 공지나 경영자들의 태도를 보면 화를 키우고 있다.

어쩌면 카카오 사태와 사이버 망명은 이미 예견되어있었다. ‘창조경제’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늠름하게 발의된 ‘4대 중독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명 ‘게임중독법’이라고도 불리우는데, 2013년 4월 30일에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을 필두로 한 14인의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4대중독법이다. 이 중독업의 취지는 도박, 마약, 알콜 그리고 ‘게임 등 미디어콘텐츠’를 한데 묶어 콘트롤타워를 두고 통합관리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공연히 알려진 비밀 중의 하나는 4대 중독법의 원안은 도박 마약 알콜 그리고 ‘인터넷’이었다고 한다. 그러한 징후가 드러나는 대목이 자주 보이는데, 게임중독법을 발의한 측에서 제시하는 중독 관련 자료들의 대부분이 ‘게임중독’이 아니라 ‘인터넷 중독’의 수치들이니 말이다. 결국 ‘인터넷’에 재갈을 물려 국민여론을 장악하고 통제하려다 뭇매를 맡고 애먼 ‘게임’이 당하는 형국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게임 등 미디어콘텐츠’를 포함하는 4대 중독법이 철회되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게임 등 미디어콘텐츠’가 바로 인터넷서비스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미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인’들의 망명은 간간히 계속되어오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2000년 초반, 그러니까 10년 전 정도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당시에도 이미 국내의 이러저러한 규제로 줄 도산한 게임회사들의 경영자들은 재기를 꿈꾸며, 그리고 핵심개발자들은 궁여지책으로 망명을 시작했다.

사이버 망명의 심각성은 광범위성과 일시성에 있다. 게임산업을 포함하여 인터넷 서비스 업계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이버 방명이 순식간에 대규모의 엑소더스(사용자 급감과 핵심개발자 이탈에 따른 대량 실직)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일자리도 부족하고 경기불황에 힘겨운 시기이다. 지칠 대로 지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어야만 할 판이다. 새롭게 갓 출범한 ‘다음카카오’호가 좌초될까 염려되고, 대한민국 국민플래폼 ‘카카오꽃’이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땅에 떨어질까 걱정이다.

그야말로 ‘창조’적인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가 좌충우돌 ‘정쟁’과 분열에 골몰하는 동안, 중국의 자본은 국내 게임시장을 송두리째 삼키기 시작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알리바바의 시가 총액은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많아져서 세계 전자상거래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이버 망명을 할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에서 창조경제를 기대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다음카카오와 정부는 석고대죄의 자세로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한다. 더 이상의 사이버 망명 사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 조속히 범국민적 정서를 헤아리면서 모두가 납득할 만한 창조적인 해법을 내놔야 한다.

정부는 서슬 퍼런 권력의 칼을 거두고, 더욱더 국민들과 진심을 담은 소통과 그에 따른 실천이 필요하다. 다음카카오는 조직 내에 번져있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진부한 경구의 ‘안일’과 ‘오만’을 던지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국민’을 제대로 섬겨야 한다.

지금의 사이버 망명이 유신시대의 망령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것은 왜 일까?

[김정태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thats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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