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카카오 게임하기가 론칭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을 때였다. 당시 카카오에 막 론칭 된 게임들이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특히 ‘애니팡’과 함께 ‘내가그린기린그림’ 이라는 작품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그린기린그림’은 친구들과 그림으로 소통하는 소셜 단어 퀴즈 게임이다. 제시된 단어에 맞는 그림을 이용자들이 서로 그려가며 맞추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교육적 콘텐츠로도 인기를 끌었던 만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이용자들이 틈틈이 즐겼다.

과거 학교를 다니고 있었을 때 지하철에서 이 작품을 즐겁게 하고 있던 어린 학생 무리들이 있었다. 이제 갓 초등학생티를 벗고 사춘기로 접어들 무렵의 학생들은 지하철 의자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들고 재미있게 그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학생들의 행동이 조금 이상해 보였다. 처음에는 말이 없어서 공공장소인 지하철에서 떠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손짓으로 대화하는 ‘언어장애’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도 함께 스마트폰을 돌려가며 ‘내가그린기린그림’을 재밌게 했었다.

모바일 게임 업체들을 취재 하는 도중 과거 지하철에서 ‘언어장애인’을 봤던 기억이 떠올라서 관계자들에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시스템은 없다고 했다. 그들은 현실적으로 작은 모바일 업체들에게는 그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열린 모바일게임 북미시장 진출 전략 세미나에서 강연을 한 스톰8의 안나 조 UI엔지니어는 “색맹인 사람들을 위한 옵션을 만들어 달라”는 제보를 듣고 내부에서도 해야 될 가치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수렴해 색맹 이용자들을 위해 원활하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부수효과를 가져와 야외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지금의 모바일 게임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래픽에서부터 게임의 콘텐츠, 시스템 측면까지 PC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하지만 일부 장애를 가진 사용자들을 위한 시스템은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제라도 모바일 게임 업체들이 장애를 가진 소수의 게이머들을 위해 작은 부분에도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

[더게임스 박상진 기자 kenny@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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