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俠)과 의(意) 집대성한 무협 MMO
결혼·문파 등 즐길거리 ‘풍성’…원작 이야기 전개 방식도 합격점

‘동방불패’ ‘규화보전’으로 유명한 중국의 무협지 ‘소오강호’를 원작으로 개발된 ‘소호강호 온라인’이 최근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중국에서 약 5년간 대규모 개발진이 투입돼 만들어진 대작 MMORPG로, 지난해 7월 중국을 시작으로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일본, 북미 등 글로벌 서비스에 성공한 작품이다.

‘완미세계’를 서비스 하면서 국내 유저들에게 이름을 알린 중국 개발사 퍼펙트월드는 ‘소오강호온라인’의 성공을 위해 한국에 직접 지사를 세우는 등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소오강호온라인’은 서비스 3주 만에 첫 번째 대규모 업데이트 ‘풍운재기(風雲再起)’를 적용해 최고레벨 상향과 ‘강호절학’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유저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지상파 방송을 통해 주말의 명화를 섭렵한 사람이라면 ‘동방불패’와 ‘규화보전’의 이름이 분명 낯설지 않을 것이다. 또 한국에서 무협지 좀 읽었다 싶은 사람이라면 ‘소오강호’와 작가 김용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김용은 무협소설이 그리는 협(俠)과 의(意)의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작가다. ‘소오강호’는 그런 김용의 대표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완성도와 지명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이런 매력적인 소설을 품은 ‘소오강호온라인’은 재미와 완성도를 수준급으로 완성해 원작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 10대문파 고르는 재미 ‘쏠쏠’
‘소오강호온라인’에 처음 접속하게 되면 다른 MMORPG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낼 캐릭터를 선택하게 된다. 이때 유저는 외향만을 선택할 수 있을 뿐, 무협게임이라면 의례 등장하는 문파나 무공을 선택하는 메뉴가 없다.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초반 이야기를 즐기다 보면 핵심 퀘스트를 통해 앞으로 어떤 무공을 배울지 선택하도록 당위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서 유저는 무협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무당’ ‘당문’ ‘소요’ ‘아미’ ‘화산’ ‘오선’ ‘일월’ ‘항산’ ‘형산’ ‘소림’ 등 무림 10대문파를 선택할 수 있다. 이 문파들은 각자 독특한 무공을 갖고 있고 캐릭터가 사용하는 무기 종류도 이때 결정된다.

다양한 문파가 있는 만큼 유저 입장에서는 어떤 곳을 고를지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소오강호온라인’은 문파를 고르는 순간 캐릭터가 공격과 보조 등 전투에서의 역할이 결정되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캐릭터의 역할 뿐 아니라 사용하는 무기도 문파에 따라 달라진다. 칼, 도, 부채, 채찍, 곤 등 무협에 등장하는 무기들은 사용하는 무공들에 따라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가지게 된다. 한 가지 예로 여성 캐릭터만이 선택할 수 있는 ‘오선’ 문파는 채찍(편)과 독공격을 주로 사용한다. 전투에서의 역할 역시 독을 이용한 전투통제와 공격에 특화돼 있다.

반대로 ‘무당’ 문파의 경우 대검을 사용한 호쾌한 공격과 방어형 캐릭터로 사용할 수 있다. ‘무당’은 타 MMORPG에서 ‘탱커’로 분류되는 캐릭터와 유사하다. 강한 체력과 돌진력, 한방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무당’과 비슷한 문파로는 ‘소림’을 꼽을 수 있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오선’ 파와 구별된다. 전투에서의 역할은 공격과 방어로 극명하게 나뉘고,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의 성별도 남성으로 제한된다.

이렇듯 근래 출시된 게임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지만 이 작품은 사용하는 무기와 무공에 따라 개성을 살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소오강호온라인’의 장점은 다양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가 없다면 MMORPG로서 금방 질리는 게 현실. 개발사 퍼펙트월드는 이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여러가지 시스템을 단계마다 제공해 활로를 찾았다.

유저 캐릭터가 10레벨이 되면 무협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던 다양한 액션이 가능해 진다. 흔히 ‘경공’이나 ‘수상비’ 등 빠른 이동기술은 10레벨부터 퀘스트를 통해 획득해 사용할 수 있다. 초보 유저를 돕기 위한 ‘사제’ 시스템도 이용 가능하다.

사제 시스템은 고레벨 유저와 저레벨 유저가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나 게임플레이에 대한 도움을 주고받고, 경험치를 추가로 획득하는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일찍부터 맛 볼 수 있다.

20레벨에는 흔히 ‘길드’라 불리는 ‘방파’ 가입 메뉴가 활성화 된다. ‘방파’는 제물을 지키고 협의 길을 걷는 ‘표국’과 약탈과 악의 길을 걷는 ‘산채’로 세분화된다. 다른 MMORPG게임에서 유저간대결(PVP) 활성화를 위해 선택하는 진형 시스템이다. 20레벨에는 또 보석과 무공승급 등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추가된다.

30레벨을 달성한 캐릭터는 성별에 따라 ‘혼인(결혼)’이 가능해 진다. ‘혼인’은 청혼과 혼인, 행진 과정을 거쳐 뜻이 맞는 유저와 백년가약을 맺어 게임을 보다 풍성하게 해준다. 만일 결혼한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접속이 뜸하다면 낙양성의 NPC를 찾아가 이혼을 할 수 있다.

31레벨이 되면 본격적인 유저간 갈등이 생겨난다. 필드 어디에서나 다른 유저를 공격하는 행위(PK)가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특히 가입한 ‘방파’의 특성에 따라 적대시 하는 세력과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에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사냥에 긴장감을 더한다.

사제 시스템의 상위호환인 ‘제자양성’은 50레벨부터 가능하다. ‘제자양성’은 고레벨 캐릭터가 다른 유저를 제자로 받아들여 세를 구축하는 콘텐츠로, 사부 등급이 높아지면 더 많은 제자를 거느릴 수 있게 된다.

대규모 업데이트 ‘풍운재기(風雲再起)’로 최고레벨이 60레벨까지 오르면서 신규 시스템 ‘강호절학’도 추가됐다. ‘강호절학’은 최고레벨을 달성한 캐릭터가 기존 문파 무공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야구권’ ‘미녀권법’ ‘소염퇴법’ 등 추가 무공을 습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 결혼·문파 즐길거리 ‘풍성’
이외에도 일일퀘스트 격인 ‘현상금임무’와 ‘암기사용’ ‘심법’ ‘생상’ 등의 콘텐츠를 캐릭터의 레벨과 퀘스트 진행상황에 따라 즐길 수 있다.

‘소오강호온라인’은 전투 관련 시스템 외에도 원작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재미도 충실하다. 이 게임은 ‘프롤로그’에서부터 무협게임의 존재감을 드러내 무공수련 장면과 시네마틱 영상 등이 아름다운 그래픽으로 제공된다.

특히,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협(俠)과 의(意)를 관철하는 이야기와 배신, 타 문파와의 갈등을 풀어내는 시네마틱 영상은 중국어 음성과 한글자막이 제공돼 가장 중국스러운 콘텐츠인 무협의 재미를 배가한다.

유저는 이런 시스템을 통해 소설과 영화로 즐겼던 ‘소오강호’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며, 각종 시스템에서 획득한 포인트로 무림명사가 소개되는 무립첩 ‘소오강호’에 이름을 올려 영웅으로 추앙받을 수도 있다.

이 작품은 분명 잘 만든 무협 온라인게임이지만 몇 가지 단점도 눈에 뜨인다. 너무 다양한 시스템을 담고 있다 보니,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10레벨 단계마다 제공되는 시스템이 많아 하나의 시스템을 다 맛보기도 전에 다른 것에 손을 대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또, 게임 내에서 일종의 도움말인 ‘소오대백과’를 통해 각 시스템의 장점과 이용방법을 설명하고 있지만 친절한 설명이 뒤따르지 않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백문이 불여일견이기에 직접 해보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 하지만 핵심 시스템을 설명하는데 공을 들이는 요즘 추세와는 맞지 않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미 서비스 1주년을 훌쩍 넘은 작품이지만 아직까지 세부적인 완성도가 부족한 점도 옥에 티다. 가장 큰 문제는 유저 인터페이스(UI)다.

이 게임을 최대 해상도로 플레이 하다 보면 많은 정보가 대화면에 걸맞지 않게 작은 아이콘으로 표시돼 불편함이 크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고명한 무림인사 NPC나 기연을 만나 예를 취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스토리 진행상 기연을 얻거나 고명한 무림인사를 만나면 예를 취해야 상승무공(스킬)이나 스토리 진행이 가능해 진다. 이때 게임 속 알림창이 액션 아이콘을 클릭하라고 알려주는데, 이 너무 작아 이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생긴다.

조작방식과 카메라 시점도 불편하다. ‘소오강호온라인’은 ‘소오강호 스타일’ ‘RPG스타일’ ‘액션 스타일’의 총 3가지 조작방식을 지원한다. 각각의 조작방식은 여러 게임에서 차용된 조작체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공한다. 유저 편의를 위한 기능인데, 각 스타일마다 카메라 시점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 유저 편의·디테일은 아쉬움
‘액션 스타일’의 경우 오르막을 오를 때 카메라 시점이 아래에서 위를 보도록 변경돼 적이나 NPC를 제대로 타깃팅 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RPG 스타일’ 역시 NPC와 대화 메뉴를 선택해도 반응하지 않는 문제점이 눈에 띈다.

물론 이런 단점들이 게임의 재미를 크게 깎아먹는 부분이라고는 할 수 없다. 카메라 시점이나 유저 인터페이스, 아이콘 배치는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의 개성, 다양한 시스템으로 무장한 잘 만든 MMORPG ‘소오강호온라인’이기에 오히려 사소한 단점이 더 커보이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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