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데브시스터즈에 소송 제기
아이템 구매방식 둘러싸고 양측입창 첨예… 열악한 중소기업 타깃 될수도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특허 침해와 관련된 소송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레몬(대표 윤효성)이 데브시스터즈(대표 이지훈, 김종흔)에 대해 게임아이템 구매 방법에 관한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특허권침해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데브시스터즈는 글로벌 시장에서 러닝 게임 ‘쿠키런’을 성공시키며, 코스닥 상장까지 추진 중인 업체인 만큼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게임은 최신 기술과 창의성에 민감한 산업이다. 발전 속도 역시 대중이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상황이다. 업체들은 시시때때 변화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이와 같은 경쟁 과열은 표절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성장한 것과 비례해 업체들의 덩치까지 커지자, 이런 분쟁도 그 심각성을 더하게 됐다. 특히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표절 논란에서 기술 특허를 타깃으로 삼는 사례로 영역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게임 산업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지적재산권의 가치는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권리는 지지받아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특허 싸움이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쟁점은 서버 통한 다운로드 방식
이번에 데브시스터즈에 대해 특허소송을 제기한 레몬은 지난 2003년 해당 특허를 출원했다. 이는 서버컴퓨터로부터 게임프로그램 및 잠금장치가 설정된 아이템을 다운로드 받는 것을 비롯해, 주문서 출력 및 작성, 키데이터 추출, 잠금장치 해제 등의 단계를 거치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또 그동안 다수의 업체들이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소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소송과 관련해서는 수익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특허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데브시스터즈 측은 레몬이 제기한 침해 내용과 전혀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며, 대응에 나섰다. 레몬의 특허는 아이템 데이터를 단말기에 다운로드하고 결제 시 단말기에서 실행된다. 반면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은 서버에 연결된 상태로 플레이가 되며, 아이템 정보를 서버로부터 전송받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레몬 측은 “특허의 핵심은 아이템을 서버에 접속해 구매하는 방식에 대한 것으로, 서버 연결 여부는 청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히는 등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공방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급격하게 성장한 모바일게임 시장은 경쟁 양상이 심화됨에 따라 특허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이와 같은 사례가 널리 퍼지면서, 특허권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모바일게임은 비교적 빠른 기간에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모방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특허의 중요성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 유사한 사안 ‘비일비재’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프트웨어 특허는 개발자의 창작 욕구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에 대한 경계심은 재차 강조되고 있는 편이다.

특히 ‘둠’을 비롯한 FPS 장르를 창시한 개발자로 잘 알려진 존 카맥의 사례를 들어볼 수 있다. 존 카맥은 당시 혁신과 같은 기술의 소스를 공개했다. 이 결과, 후학을 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또 만약 존 카맥이 특허권을 등록하거나 기술을 독점했었다면, 발전 속도가 급격히 더뎌졌을 것이란 평가다.

여기에 그 역시 특허권은 게임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며, 소스를 공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게임 개발 특성 상, 서로 다른 개발자의 기술이 유사한 상황이 의도치 않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편이다. 이는 특허권 취득 이후 개발자의 발전 의지를 꺾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 이와 같은 속성을 악용하면 특허권을 선점해 기존 기술에 제약을 걸 수도 있다. 때문에 개발자의 권리보다는 경쟁사를 공격하는 법적도구로써 변질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이와 같은 특허권 침해를 명목으로 공격적인 전개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캡콤이 코에이테크모에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약 98억원 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캡콤이 주장한 침해 요소는 확장팩이 본편과 결합하거나, 시리즈 속편이 전작 기능을 일부 이어가는 경우에 추가 캐릭터나 시나리오를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또 적이 등장할 때 게임 콘트롤러 진동기능으로 이를 알려주는 기능 역시 침해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캡콤은 지난 2002년 두 기능에 대한 특허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와 같은 시스템과 기능은 코에이테크모가 발매한 ‘전국무쌍’ ‘진삼국무쌍’ 시리즈 등에 적용됐다는 것이다. 이에 캡콤은 매출에 대한 특허 라이선스 수수료를 지급하고, 일부 작품의 경우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코에이테크모는 이와 같은 요구를 거절한 상황이다.

이밖에 EA, 징가, 그리 등 대규모 해외 업체들의 특허권 침해 공방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게임 산업이 글로벌 시장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 역시 이와 같은 분쟁 사례에 얽매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 타협점 찾는 게 최선
특허 분쟁은 단순히 경쟁 업체 간 시장 논리로만 한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허권 침해를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허괴물은 제조, 서비스 등 생산 활동은 하지 않고 특허를 매입한 뒤 이를 침해한 업체를 상대로 소송 등을 통해 소송합의금이나 로열티로 수익을 얻는 지식재산관리회사를 지칭하는 용어다. IT 산업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제조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특허전문관리회사(NPE, non-practicing entity)로도 불린다.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특허괴물이 1000여개 이상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특허 전쟁을 치열하게 펼치는 애플 역시 특허괴물에게 시달리는 업체 중 하나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 5년간 NPE와 191건의 소송을 벌였다. 다음으로 애플과 특허권을 두고 공방을 펼쳤던 삼성전자 역시 152건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게임 시장 역시 이와 같은 특허괴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가 점차 커져가고 있다는 점에서 사전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됐듯이 모바일게임은 비교적 짧은 개발 기간과 빠른 모방이 가능한 만큼 특허권 선점이 악용될 소지가 높은 편이다. 또 우후죽순처럼 신생 업체가 등장함에 따라 특허 분쟁으로 번지기 쉬운 환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특허괴물이 파고들기 좋은 조건으로 게임 산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게임은 최신 기술과 창의성이 조화를 이루는 문화산업인 만큼 지적재산권에 대한 가치가 중요하다”며 “그러나 개발자의 가능성을 옭아매는 덫으로 산업 발전을 저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타협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