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자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 상장되면서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번 뉴욕 증시 상장으로 세계 정보통신(IT) 기업 가운데 시가 총액 기준으로 구글(4061억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2016억달러)이 됐다. 잘 나간다는 페이스 북(2016억달러)보다 시총 규모가 더 크고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한다는 삼성전자의 그 것(1706억달러)보다도 더 많다.

그 중심에는 마윈(馬雲 )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서 있다. 항저우의 한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머리가 명석하거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학생이었을 뿐이다. 대학도 명문 북경대나 칭화대 입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저 잘하는 영어만을 믿고 미국 하버드 대학 등에 입학 원서를 내기도 했으나 그 때마다 낙방을 거듭했다. 그런 그가 3수 끝에 선택한 대학은 평범한 학생들이 주로 입학한다는 항저우 사범대학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는 한 때 영어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체질과 적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자 곧바로 교사직을 때려 치웠다. 그리고 단돈 50만 위안(한화 약 8500만원)을 손에 쥐고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설립해 새로운 세상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5척 단구라고 할 정도로 작은 키의 소유자인 마윈은 외모조차 받쳐주지 못했다. 익살스러운 얼굴이라고 하지만 밉상에다, 작고 마른 체형으로 존재감조차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한번도 자신의 외모에 대해 콤플렉스를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할 만큼 주변사람들 앞에서 당당했다. 특히 그의 빼어난 언변은 좌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의 언변은 오늘날의 마윈을 있게 한 재일교포 기업가 손정의의 투자를 이끄는 기폭제가 됐다.

규모경제를 실현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당장 사업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같은 목돈을 쥐기가 쉽지 않았다. 마윈이 투자자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한 사람은 야후 설립자 제리양이었다.

마윈의 부탁을 받은 제리양은 고심 끝에 자신이 잘 아는 IT산업 투자의 귀재 손정의 회장을 마윈에게 소개했다. 마윈은 그 자리에서 무려 2000만달러(한화 약 208억여원)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알리바바에 거금을 투자한 손회장은 후일 한 모임에서 마윈의 말 솜씨에 대해 당장 투자하지 않으면 두 번 다시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았다며 칭찬했다.

알리바바 그룹 회장 마윈은 이제 13억 인구 중국의 최대갑부가 됐다. 그리고 그의 기업 알리바바는 이번 뉴욕 증시 상장으로 무려 20~3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현금으로 확보하게 됐다.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전문기업에서 문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아우르는 명실공한 통신 융합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는 것도 다 이같은 엄청난 자금원이 뒤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이를 토대로 이미 한국 게임기업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다. 게임이 킬러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을 경쟁사인 텐센트를 통해 터득해 온 알리바바이기에 한국 게임 기업에 대한 투자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면서 정작 부러운 것은 일약 세계 기업으로 우뚝 선 알리바바도 그리고 중국의 최대 갑부로 올라선 마윈도 그리고 알리바바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해 무려 747억달러의 거금을 손에쥔 손정의도 아닌 석세스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스토리 텔러와 투자 환경이었다.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산업에 투자 자원이 고갈됐다는 건 비단 어제 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특히 게임은 펀드 자체를 찾아볼 수가 없을 지경에 처해 있다. 정부도, 창투사도 손놓기는 마찬가지다. 투자 환경이 예전에 비해 훨씬 나아졌는데도 이처럼 뒷짐을 쥐고 있다면 뭔가 뒤 틀려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석세스 스토리를 결코 현실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금융계의 불신이 산업 전반에 걸쳐 팽배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투자규모 역시 통 크게 움직이지 않고 고만 고만하게 이뤄진다. 확실히 보여주는 곳에만 자금줄을 열어주니 이문 역시 박 할 수 밖에 없다. 스토리 텔러(기업) 입장에서도 안타까움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이 늘상 하드웨어적인 관점에서 상품(콘텐츠)를 평가하려 든다는 것이다.

마윈이 알리바바에 대한 기업 공개를 앞두고 불명확한 자금 용처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지금은 해프닝으로 여겨지겠지만 당시로서는 그에게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은 알리바바의 대주주인 손 정의 회장에 의해 해결될 수 있었다. 손 회장은 논란이 된 금전 문제를 당시의 불투명한 중국 시장 환경과 여건 등을 예로 하여 개미투자자와 심사 관계자들의 이해를 구한 것이다.

마윈은 올해 우리나이로 50세가 된다. 50세는 타고난 자신의 운명을 안다는 지천명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는 과연 억만장자가 되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었을까. 마윈과 손정의의 만남이 기가 막힐 뿐이다.

그들의 성공스토리가 정말 부럽게만 다가온다. 말 그대로 풍전등화 같은 게임계의 처지 가 딱한 때문인지 통 크게 움직인 그들의 그릇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 산업계엔 통큰 인물이 없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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