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리 단체는 ‘QR코드로 스마트가족만들기’활동으로 가족캠프를 추진했다. 이 캠프의 취지는 가족의 화목함을 기술적으로 표현해 보자는 데 있었다.

캠프에서 다룬 내용은, 한자리에 모인 여러 가족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을 유튜브에 올린 후, 그것을 다시 가족만의 QR코드에 담아보는 것이었다. QR 캠프 참가자들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부모가 모두 참여한 경우, 엄마만 온 경우, 심지어는 할머니가 온 경우, 형제나 남매들끼리 온 경우 등으로 다양했다. 이들 가족들은 강사의 지시에 따라 가족의 화목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QR코드를 만들려고 노력했으며, 대부분 아이들과 어른은 서로 도와가는 모습이 사뭇 진지한 자리였다.

이 캠프 과정에서 나는 몇몇 아이들이 강당 귀퉁이에 누워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 아이들이 활동에 참여하기 싫어서 누워있다고 생각한 나는 이들을 회유시키려고 곁으로 다가갔다.

 내가 다가가자 아이들은 마치 누워서 얘기하는 것처럼 행동을 하면서, 그러나 그들끼리는 뭔가 석연찮은 눈길을 주고받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게임이구나!’를 직감했다. 아이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나의 눈을 피해 이탈 행동을 한 것이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일어나 앉아서 게임을 하라고 하자 아이들은 순간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지금은 게임하는 시간이 아닌데 라고 일러주자, 아이들은 집에 가면 게임을 할 수 없다고 신경질적으로 대꾸하였다.

아이들이 나에게 보여준 반응은 즐기거나 노는 행동이 아니라 어떻게든 피하는데 급급한 행동이었다. 이것이 이 아이들의 현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우울함을 숨길 수 없었다.

동시에 아이디생성기가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아이디생성기는 과거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용어다. 사람들은 인터넷상에서 불량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아이디 제재를 받는다. 아이디 제재는 일종의 벌인 셈이다.

그러나 벌을 받은 이용자는 반성하기는 커녕 아이디 생성기를 이용하여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고, 불량행위를 지속한다. 이는 인터넷이 지능적 기술조작 개념이므로 가능하다. 게임을 하고 싶은 아이들 경우도 부모의 눈을 피하기 위해 지능적 행동을 한다. 게임을 하고 싶은 아이들이 왜 부모 앞에서는 당당해질 수 없을까.

학부모교육에 참여하는 경우, 나는 항상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의 대답은 거의 대부분 게임 문제이다.

게임을 안 해서 걱정, 게임을 너무 해서 걱정, 게임을 나쁘다고 하니까 걱정, 등으로 게임은 걱정의 근원인 것 같아 보인다. 이러한 게임을 가지고 놀고 싶어도 아이들은 부모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부모는 놀게 둘 수 없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부모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부모가 잘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공교롭게 나는 9월 12일자 연합뉴스에 실린 스마트폰 이용에 관하여 스티브잡스의 자녀양육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스티브잡스는 파시스트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을 가정에서 엄격하게 통제했다. 그러면서 저녁시간 식탁에 모여 앉아 역사, 책, 그밖의 일상을 화제로 삼아 자녀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고 한다.

우리의 저녁시간은, 자녀들은 잔소리를 들을까 걱정하고, 부모는 자녀에게 잔소리를 하게 될까봐 피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스티브잡스의 저녁시간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이다. 부모는 자녀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어야 하고, 자녀의 일상을 관리해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스티브잡스가 저녁시간에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본다면 어떻게 했을까 상상해 본다. 저녁 시간 각 가정마다 무엇인가를 한다. 무엇을 하던 간에 부모는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주민번호생성기와 같은 이탈행동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부모의 책임을 강조하면 게임사업자들은 그것 보라는 듯 웃음을 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성가족부 장관의 입장을 지지한다. 김희정 장관이 거듭 밝혔다. 게임사업자들이 책임을 회피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이다.

[학부모정보감시단 이경화 대표 katiece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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