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유통채널이 생긴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자의 입장에서는 유통채널이  다양하고 많을 수록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을이라고 생각했던 유통채널이 '수퍼갑'으로 변해 횡포를 일삼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이러한 일은 게임업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닌 것 같다. 또 홈쇼핑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지난달 새로운 홈쇼핑 채널 개국이 허가됐다. 그러나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특히 내년 출범을 앞둔 새로운 홈쇼핑, ‘제7홈쇼핑’의 등장은 홈쇼핑 간의 경쟁 심화를 불러일으켜, 중소기업 부담감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모바일게임 시장과 비교해볼 만한 사례다. 개발사와 플랫폼의 관계를 홈쇼핑에 대입시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사가 플랫폼에 입점해 모객 효과를 거두듯이, 홈쇼핑 역시 업체의 상품을 판매하는 명목으로 수수료 30%를 가져가는 구조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우 새로운 플랫폼 등장은 비교적 환영받는 분위기였다. 플랫폼 자체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만, 유통채널 증가에 따른 효과는 대체로 긍정하는 편이었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카카오 플랫폼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또 당연히 점유율이 높은 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수수료를 비롯해 업체가 감수해야 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이는 홈쇼핑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한 때는 어떻게든 좋은 게임을 유치해보려고 애걸하던 카카오가 어느새 '수퍼갑'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는 ‘갑의 횡포’를 비롯해 납품비리 등 업계를 병들게 하는 일들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 실제로 홈쇼핑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가 불거졌고, 모바일게임 역시 업체들의 비슷한 고충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기존 플랫폼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중소업체들에게 유리한 사업을 전개하겠다며 밴드게임이 카카오의 대항마로 등장했다. 그러나 밴드게임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결국에는 이곳에 입점했던 게임들이 다시 카카오로 출시돼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기존 유통 플랫폼의 장벽을 넘는 것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방증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새로운 유통 플랫폼이 늘어나는 것 보다는 기존 유통 플랫폼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21%에 달하는 카카오 게임하기의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없이는 아무리 많은 유통 플랫폼이  등장한다 해도 나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들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과연 기존 유통 플랫폼들이 자신들의 살을 깍아내려 할 것인가? 아마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도 더 큰 그림을 위해서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시장의 요구라면 말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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