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셧다운제’ 계속 남겨둘 것인가
[데스크 칼럼] ‘셧다운제’ 계속 남겨둘 것인가
  • 김병억
  • 승인 2014.09.11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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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최근 ‘셧다운제’를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그동안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일괄 적용돼 왔던 ‘셧다운제’를 앞으로는 부모 동의에 따라 적용하거나 제외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양 부처는 이를 통해 학부모의 양육권 침해 논란을 해소하고 가정 내에서 자녀의 게임 이용 지도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좋겠지만 게임업계에서는 이 합의안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제도를 존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셧다운제’가 완전히 폐지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꼴이 됐다는 주장이다.

규제는 만들기는 쉽지만 한번 만들어진 것을 없애는 것은 그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셧다운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여가부 입장에서 보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인데, 이를 쉽게 놓치를 못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셧다운제’ 시행을 고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셧다운제’의 경우 이미 3년이 넘도록 시행되면서 그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지난 2012년 여가부는 ‘셧다운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셧다운제 적용 시간인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심야게임 이용 비율은 기존 0.5%에서 0.2%로 단 0.3%의 감소만을 보여줬다.

이번의 부모 선택 ‘셧다운제’가 시행된다면 그 효과는 얼마나 될까. 또 그로 인해 게임업계는 어떤 이득을 얻고 어떤 손해를 보게 될까. 물론 앞서 열거한 효과나 이득은 경제적인 것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셧다운제’는 그 시행 취지부터 경제적인 문제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규제가 아닌 문화규제라는 점에 있다. 정부가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는 것은 영화나 방송 등 일부 장르에 국한돼 있었다. 물론 게임에도 등급이 매겨진다. 전체이용가부터 청소년이용 불가까지 모두 다섯 단계로 구분돼 있다.

영화나 방송의 경우 24시간 케이블채널이 등장하면서 가정에서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청소년들이 집 안에서 성인용 영화나 방송을 보더라도 이를 법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영화나 방송에 대한 ‘셧다운제’는 없다.

그런데 유독 게임에만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것은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네트워크가 24시간 개방돼 있다는 점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극장이나 지상파 방송의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문을 닫는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의 경우 연중무휴로 24시간 접속이 가능하다. 그래서 ‘셧다운제’가 기획됐고 시행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밤 12시 이후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자정 이후 게임을 플레이하는 청소년은 전체의 0.2~0.5%에 불과하다. 이들 때문에 게임업계가 마치 청소년 유해 물질을 파는 악덕업자처럼 비춰지고 그에 따른 규제를 당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조치다.

청소년과 학부모의 자발적인 규제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강제로 시간을 정해 접속을 막는 것은 엄연한 월권 행위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셧다운제’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지만 그 결정 역시 기성세대의 고루함에서 나온 판결에 불과하다는 게 정보통신업계의 시각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청소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키워주기 위해 교육의 방향도 수정하고 있는 판에 정작 이러한 가치관을 심어줘야 할 여가부는 그들에게 되레 족쇄를 채우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여가부와 문체부는 학부모에 의한 선택 ‘셧다운제’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협의를 해야 한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가 아니라 분명히 선을 긋고, 아닌 것은 아니다란 사실을 말이다. 그래야 ‘셧다운제’란 주홍글씨로 인해 매도당한 게임업계가 힘을 얻고 ‘메이드 인 코리아’의 게임 위상을 다시 높일 수 있지 않겠는가. ‘셧다운제’는 서둘러 폐기돼야 한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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