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의 향을 담아야 ‘굿 콘텐츠’”
‘홍대문화’가 작품의 원천… 완성도 높인 ‘라디오해머’ 성공으로 보답

“홍대는 게임과 문화 창작자, 인디밴드 들이 공존하는 터전이기 때문에 바이닐랩이 추구하는 게임을 개발하는데 더 없이 좋은 곳입니다. 저의 목표는 홍대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기업을 만드는 것인데요. 지금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두더라도 절대 홍대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

글로벌 히트작 ‘라디오해머’를 시장에 내놓은 바이닐랩 나동현 대표는 홍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파스텔톤의 깜직한 캐릭터 디자인, 듣기만 해도 즐거운 게임음악, 거칠지만 잔잔한 재미가 숨어있는 스토리텔링 등 ‘라디오해머’의 인기요소들이 탄생하는데 홍대 예술인들의 도움과 분위기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어쿠스틱 기타의 잔잔한 선율과 과격한 갱스터 랩이 공존하는 홍대. 세계 각국의 음식과 숨겨진 맛집을 품고 있고, 밤이 되면 젊음이 폭발하는 무대가 되기도 하는 홍대. 종잡을 수 없는 혼잡함이 매력인 홍대에서 독특한 매력으로 전 세계 유저를 매료시킨 ‘라디오해머’가 태어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라디오해머’가 품은 매력은 홍대 거리 이곳저곳에 묻어있는 맛과 멋을 게임에 옮겼기에 완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동현 대표는 지난 2013년 1월 게임 개발자와 인디밴드, 공연광고 영상 제작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역을 구축한 동료 5명과 바이닐랩을 설립했다. 나중에는 문화 창작가가 합류해 게임업체로는 특이한 인력구성이 완성됐다.

그는 독특한 경력을 가진 동료들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문화를 녹여 게임을 만들고, 시장에 내놓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한국 인디문화의 성지 홍대에 사무공간을 마련했다. 다양한 문화가 도입되는 최전선인 홍대에서 감각을 연마하겠다는 속셈이었다.

# 창작열기 뜨거운 ‘별천지’
“처음에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시장에 내놓는 것만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녹인 게임을 만들고 싶었고, 환경적 요소를 고려해 홍대에 자리를 폈습니다. 많은 창작가들이 활동하는 지역이고 가장 문화적인 공간으로 꼽히는 지역이니까요.”

‘라디오해머’를 개발한 바이닐랩 나 대표가 절대로 홍대를 떠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많은 게임업체들이 각종 혜택을 이유로 판교와 강남으로 떠났지만 그와 동료들은 홍대를 고집했다. 게임 개발이 막힐 때면 거리 곳곳에서 묻어있는 멋을 느끼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공보다는 매력적인 작품을 위해 노력한다는 나 대표와 그의 동료들은 문화 용광로인 홍대의 멋을 품고 있었다.

그는 조직으로서 필요한 형태를 갖추기 위해 대표직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라며 대표라는 호칭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사실 바이닐랩에 있어서 직책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게임업계에서만 10여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나 대표조차 게임을 만들 때는 직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내놓는다. 직원이란 표현보다는 동료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 대표는 가족 같은 회사라고 자평했지만,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인 만큼 동료라는 단어가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제가 대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다양한 활동 경험이 있기 때문일 뿐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바이닐랩은 10여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개발자와 문화 창작가, 인디밴드, BJ 등 독특한 경력을 가진 친구들이 많습니다.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기 때문에 사업 관련 지식은 부족할 수 있는데요. 이를 보완하는 역할로 제가 선택된 거죠.”

# 세계 40개국서 인정
바이닐랩이 게임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건 ‘라디오해머’의 성과 덕이다. ‘라디오해머’는 잘 만든 음악게임을 손꼽아 기대했던 국내 유저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실 ‘라디오해머’의 성공은 유료 앱마켓 시장이 작아서입니다. 경쟁작이 적었기 때문이지요. 게임 카테고리에서 음악게임이 없었고, 이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에 인기를 끌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성공을 자랑해 달라는 요청에 나 대표는 손사래를 쳤다. 우연히 때가 맞았을 뿐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었다.

“‘라디오해머’를 형용하는 단어로는 ‘쓸고퀄’을 꼽고 싶습니다. 쓸데없이 높은(高) 완성도(퀄리티)를 가졌다는 뜻인데요. 구상단계에서부터 그동안 생각해온 아이디어들을 모두 녹이고 싶었습니다. 막상 제작에 돌입하니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더군요. 하지만 스마트폰이란 하드웨어의 특징을 살려야하니 작은 부분들은 과감히 버려야 했습니다. 전체적인 틀(프레임)을 작게 해야 했고, 작은 틀 속에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녹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성공에 대한 설명에 인색한 모습과는 달리 완성도에 대한 설명에 그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처음 개발한 모바일게임인 만큼 많은 노력이 투자됐고, 이에 걸맞은 성과를 나타내준 고마운 작품이기 때문에 설명이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라디오해머’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사실 ‘라디오해머:스테이션’은 바이닐랩의 청사진에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구글이 저희 작품의 성공 가능성과 콘텐츠로서의 완성도를 높게 평가해 줬고, 먼저 제안해와 무료 버전을 출시하게 된 것이죠.”

무료 버전으로 출시된 ‘라디오해머:스테이션’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다운로드 수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세계 40여개 국가의 마켓에서 추천게임에 선정되는 등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이런 성과 덕분일까. 바이닐랩과 ‘라디오해머’는 구글의 무한 애정을 받고 있는 곳으로 소문이 났다. 구글이 앱마켓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면 나 대표의 참석이 공식화 된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는 이에 대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렸던 게 구글의 사업방향과 맞았던 것 같다. 구글은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구글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했고, 이런 노력들이 좋게 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나 대표와 바이닐랩 동료들이 그린 그림에서 ‘라디오해머’는 시작지점에 위치한 작품일 뿐 도착지점은 아니다. 향후 5년 동안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녹인 게임을 선보여 복합 게임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게임문화기업으로 설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 나 대표와 동료들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라디오해머’에 사용된 음악들을 묶어 9월부터 12월까지 총 4장의 음반(OST)을 음악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물론, 보컬이 가미된 메인타이틀 곡과 대중음악으로서의 모습으로 변신한 곡들이 수록될 예정이다. 바이닐랩의 목표로 행진하는 시발점인 셈인데 이 속에는 ‘라디오해머’ 이야기를 풀어낸 e북 소설 출판도 포함돼 있다.

# 향후 5년 간 8개 작 출시
게임업체로서의 행보도 지속된다. 그는 “5년 동안 8개의 작품 출시로 목표로 기획과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4분기에 캐주얼 게임을 내놓을 예정이며, 내년 2분기에는 RPG 형식을 차용한 로그라이크 작품 ‘런어웨이즈’를 출시할 것”이라고 다음 행보를 설명했다.

물론 이 게임들도 이 회사와 나 대표가 추구하는 문화로서의 게임의 연장선에 속한다. 올해 말에 출시되는 캐주얼 게임은 ‘라디오해머’에서 미처 풀지 못한 이야기들을 꺼낼 예정이며, ‘로그라이크’ 역시 이런 큰 흐름 속에서 이야기를 공유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개인적으로 게임은 가장 대중적인 문화상품으로 생각한다”며 “수익이 발생해야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인정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잘 만든 작품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말했다.

문화에 치중해 기업으로서의 역할과 목표를 잊지 않기 위한 마지노선을 ‘잘 만든 작품’으로 설정한 것이다. 나 대표는 목표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마지막 까지 스스로를 채찍질 하듯 말을 꺼냈다.

“게임은 대중적인 많은 사람이 즐기는 매체입니다. 저희 회사의 목표는 문화친화적인 기업이지만 예술적인 창작 활동만을 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바이닐랩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것만큼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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