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풀 등 흥행 가능성 ‘모락모락’
임요한·홍진호 등 스타들 가세… 쉬운 해설 등 대중성 확보 ‘절실’

엔씨소프트가 대작 MMORPG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의 e스포츠 종목화를 추진한다. 엔씨 측은 9월을 기점으로 첫 공식 리그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전세계 유저를 모아 최강자를 가리는 ‘월드 챔피언십’도 청사진에 포함됐다.

‘블소’의 e스포츠화 소식은 종목 다각화에 목말랐던 e스포츠 업계는 물론,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 종목의 특징과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MMORPG로 얼마만큼 흥행에 성공할지 궁금하다는 이유에서다.

엔씨 측은 ‘블레이드&소울’의 e스포츠 안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먼저 e스포츠 종목으로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캐릭터 밸런스를 잡는 작업이 시작됐으며, 경기장을 방문한 유저를 만족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지난 6월 개최된 ‘네네치킨배 블레이드&소울 비무제:임진록(이하 비무제:임진록)’ 결승전 현장에서 ‘블소’의 e스포츠화를 선언했다.

배재현 엔씨소프트 부사장은 이날 현장에서 “엔씨소프트는 올해 하반기 ‘블소’ 정규 리그와, 제1회 월드 챔피언십을 계획하고 있다”며 “e스포츠 종목으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위해 선수 지원 방안과 콘텐츠 업데이트, 캐릭터 밸런스를 가다듬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스포츠 종목으로서 발돋움 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관련 행사가 줄 잇고 있다. ‘블소’ e스포츠의 무대이자 경기장이 될 ‘투기장’을 즐기는 유저를 초청해 개선점을 묻는 작업이 가장 먼저 진행됐다. e스포츠 종목으로서 형편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캐릭터 밸런스부터 잡아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또 엔씨는 ‘블소’의 첫 프로게임단 ‘아이뎁스(IDEPS)’ 탄생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리그 흥행을 위해서는 스타 플레이어(인기 선수)가 필수 불가결하다는 원칙에 따른 것으로, ‘비무제’에 출전할 선수들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책도 곧 내놓을 예정이다.

이밖에도 ‘블소’와 ‘비무제’의 마스코트로 활동하게 될 ‘블소걸’ 선발도 진행 중이이다. ‘블소걸’은 9월 10일 발표될 예정이며, 정규 리그를 통해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

# ‘비무제’로 가능성 확인
‘블소’의 e스포츠 리그가 이번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엔씨는 지난 몇 년간 ‘블소’의 유저간 결투(PVP) 콘텐츠인 ‘비무’를 기반으로 1대1 결투를 벌여 최강자를 뽑는 이벤트 대회를 개최해 왔다.

‘블소’의 이벤트 PVP 대회 ‘비무대회’는 월 단위로 마련되는 ‘비무연’과 이를 결산하는 ‘비무제’로 나뉘어 개최됐었다. 마지막 이벤트 대회가 된 ‘비무제:임진록’까지 포함하면 총 다섯 번의 ‘비무연’이 진행됐으며, ‘비무제’는 두 차례 펼쳐졌다.

지난해 말 개최된 1회 ‘비무제’는 ‘무왕결정전’이란 이름으로 치러졌다. 엔씨 입장에서는 ‘블소’의 e스포츠화와 흥행 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던 첫 공식 행사였고, 그만큼 성과도 중요했다. 엔씨 측에 따르면 이 대회의 공식 집객 수는 2800여명으로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만한 성적을 냈다.

2회 대회였던 ‘비무제:임진록’에서 ‘블소’는 또다른 진기록을 쏟아내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62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 e스포츠 인기 종목과 비슷한 성과를 냈다. 이 중 여성 관객의 비율은 35%인 2200여명 수준으로 여심을 사로잡으며, 남녀가 함께 즐기는 대작 MMORPG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이런 성과 덕에 ‘블소’ e스포츠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상황이다. ‘비무제’를 통해 관객 동원력, 집중도, 흥행성 등을 검증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대회가 진행되면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해야 인기종목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게 e스포츠 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 RPG 관람 한계 극복해야
먼저 다소 불편할 수 있는 관전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로 꼽혔다. 경기 시간이 짧게는 몇 십초에서 길어도 5분 내에 마무리되기 때문에 밀도 높은 진행상황을 쉽게 풀어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화려한 이펙트와 타격감에 비해 경기의 진행상황을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또, MMORPG의 특성상 다양한 캐릭터가 ‘블소’에 등장하는 것도 e스포츠화 걸림돌이다. MMORPG 유저는 육성의 어려움을 이유로 소수의 캐릭터만 즐기고 있다. 즉, 해보지 않은 캐릭터에 기술과 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이 다양한 직업이 등장해야 하는 e스포츠 경기 특징과 어긋난다는 것.

현재 e스포츠 업계에서 최고 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리그오브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를 예로 들 수 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130여개의 캐릭터를 보유한 대규모 게임이지만, 각 캐릭터당 스킬은 4개로 제한돼 있다. 또, 방송경기에 활용되는 캐릭터가 40여개 남짓이라 특징을 이해하기 쉽다. 캐릭터의 특징을 모르더라도 경기의 규칙(룰)과 승패여건만 이해하고 있다면 흐름만으로도 승패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3개 종족과 약 60여개 유닛이 등장한다. 하지만 대규모 전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전작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1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e스포츠 대회가 열려 친숙하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이에 비해 ‘블소’는 화려한 효과와 긴박감 넘치는 상황이 이어져 밀도가 높다는 점은 기존 인기 종목과 같지만, 경기 시간이 짧아 관객들이 집중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캐릭터를 조명하고,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얼마나 피해를 입혔는지 설명해줄 필요성이 있다.

물론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해설이 이 역할을 담당하겠지만, 경기 시간이 짧아 순간 스치는 세세한 부분을 잡아줄 수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시스템 적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 예를 들어 사용한 스킬과 데미지 등을 화면에 표시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해설이 보충한다면 보다 재미있게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비무제’를 집중조명할 프로그램이나 방송 콘텐츠 제작도 고려해 볼만하다. 전문가의 입장도 좋지만 유저의 시선으로 경기를 바라본다면 다양한 분석이 가능해져 경기의 흥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또, 경기를 바라보는 눈이 높아져 몰입도가 높다는 것도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런 프로그램이 엔씨 입장에서는 유저와 소통하는 장으로 활용돼 생생한 의견을 수집하는 채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엔씨는 ‘블소’의 글로벌 흥행을 바탕으로 ‘월드 챔피언십(가칭)’을 개최한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현재 ‘블소’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만 서비스 된다는 점은 약점이 될 수 있다. 곧 대만과 러시아 서비스가 시작되지만 부족해 보인다.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 전세계적인 주목도를 높여야 장기흥행에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 분명하다.

또 ‘월드 챔피언십’을 위해서라도 각 국가별 클라이언트 버전(업데이트) 수준을 맞춰야 하는데, 글로벌 진출이 늦어질 수록 이 작업이 힘들어 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 여성 위해 배려 필요
‘비무제’에 출전할 선수를 확보하는 것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프로게임단 ‘아이뎁스’가 있지만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아무추어 강팀의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 타 e스포츠 종목 선수 풀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몰리는 현상이 있지만, ‘블소’는 18세 미만 이용불가 등급이라 선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e스포츠 종목의 인기가 선수의 '스타성'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엔씨의 전폭적인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

e스포츠의 흥행을 결정짓는 곽객 동원에도 힘을 써야 한다. 인기 게임이 e스포츠 대회를 열 경우 평균 1000여명의 관객이 몰리지만 무대 환경상 수용인원은 500여명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대에 부풀어 현장을 방문했지만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방송 시청과는 별개로 현장 집객률이 떨어져 대회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비무제:임진록’도 수 천명의 관객이 몰려 급하게 추가 관람석을 확보하는 등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정적인 관람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엔씨측의 의무라 할 수 있다.

‘던전&파이터’ ‘카트라이더’ 등 다수의 e스포츠 종목에서 해설가로 활동 중인 정준은 ‘블소’ 관객 중 여성 비율이 높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여성의 경우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남성에 비해 많은 불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꼭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준 해설은 “e스포츠 종목의 열성팬은 경기 시작 전날부터 현장을 찾는 경우가 있다. 이는 종목의 인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관객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해 다음에도 경기장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종목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지정 좌석제나 추가 경기장 확보도 고려해 볼만할 것”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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