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의 유명한 학원 그룹인 지케이그룹(Jikei-Group)과의 교류를 추진하면서 몇 차례 일본을 다녀왔던 경험이 있다. 실상 일본의 게임교육은 아쉽게도 우리보다 훨씬 역사도 길고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게임교육의 현장에서 여러 문제점들을 오랫동안 피부로 느껴오면서 언제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의문점은 ‘과연 그들은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였다. 일본의 앞서있는 게임교육시스템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국내에 현지사무소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지케이그룹 한국소장을 지인을 통해 소개받고 무작정 찾아갔다.

한국소장의 도움으로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도쿄 중심가에 위치한 TCA(Tokyo Communication Arts)이었다. 첫 인상은 대학이라기보다는 그저 조금 큰 규모의 전문학원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지케이그룹에 속한 학교들이 대부분 전문사 학위(국내의 전문학사와 유사)를 수여하는 직업전문학교의 성격이지만 우리의 유사한 학교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아카데믹한 차분함이나 근엄함은 찾아볼 수 없고 마치 유명게임회사의 비주얼과 흡사한 통통 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학교의 구석구석을 보고 그들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TCA가 게임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와 투자를 거듭했는지 알 수 있었으며 우리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게임교육을 위해 최적화된 시설은 물론 과정별로 2~3년 동안 이뤄지는 교육시스템도 국내 게임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게임 학과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배워야할 것 들이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학교에 전임교수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학교의 패컬티 멤버는 오직 학교운영을 위한 행정직원 밖에 없으며 강의를 진행하는 모든 교수들은 현업에서 활동 중인 개발자들을 초빙한다는 것이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학교에 전임교수가 한 명도 없는데 운영이 될 수 있을까?

의외로 그 해답은 간단했다. 일본게임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임개발자들은 학교에서 자신의 제자를 길러내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발적으로 자신의 개발시간 중 일부를 학교에서 강의하는 시간으로 기부하고 있으며 강의료의 많고 적음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교육과정이 실무교육으로 채워지는 것이며 말 그대로 직업전문교육이 되는 것이다.

전문 직업인 교육을 오래전부터 실시해 온 일본이 업계에서의 요구와 학교교육의 현실 간 괴리를 줄이는 해결방법을 학교가 아닌 바로 업계에서 찾은 것이다. 물론 국내의 상황과는 다른 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쓸 만한 개발자 찾기가 어렵다는 불평과 게임교육기관에 대한 불신만을 앞세우기 보다는 업계에서 먼저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고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우수게임인력 양성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된다. 규모가 작은 개발사들은 실상 개발에 전념하느라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고 한다. 백번 공감이 되는 말이며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중소기업 이상의 큰 개발사들은 교육 쪽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과 자금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다. 대한민국 게임개발사들의 백년지대계는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말 그대로 쓸 만한 개발자가 없는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학교 역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틀에 박힌 원칙이나 규정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어떻게 하면 향상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 그 부분을 최우선으로 하여 업계의 빠른 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게임업계의 백년지대계. 이제는 업계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할 시기라 생각한다. 더는 늦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삼하 서강대게임교육원 교수 funmaker@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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