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분리 국정감사가 오는 9월 정기국회로 미뤄지게 됐다. 이에따라 국회의 소환 요구로 출석여부를 저울질 해 온 주요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당초 9월 열려야 하는 국감이 앞당겨 진 것은 공부하는 국회상을 만든다는 취지아래 여야가 분리 국감을 실시키로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결정으로 8월부터 각 상임위별로 국감이 열리게 됐다. 그런데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함으로써 분리 국감을 실시할 법적 근거치를 마련치 못하게 됐다. 결국 여야가 합의한 분리 국감은 수포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국회가 겉돌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계속 법과 원칙만을 고수하고 있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법’이 더 급한 민생 문제라며 이를 빌미로 장외로 뛰쳐나갔다. 이런 정치판이면 올 국감은 예측을 불허한다고 볼 수 있다.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국감은 커녕 정기국회 일정마저도 제대로 합의할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회는 험난한 곳이다. 초년생 선량들 마저 국회 입문 후 첫 정기국회와 그 일정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한다. 그만큼 긴장의 연속이다. 국감은 더 그렇다. 공부하지 않으면 안될 뿐 아니라 국감을 통해 보여주는 실적이 마치 자신의 지역구에서 가장 높게 평가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게 그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감기관 및 피감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질의 과정을 보면 거칠기 그지없다. 거의 일방적이고 고압적이라 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질의와 상반되는 답이 나올 경우 피감자에 대한 질의는 겁박 수준에 가깝다.

더욱이 부정적인 사례로 국감에 불려 나갈 땐 거의 법정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음을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재계의 인사들은 국회서 자신을 부르려 한다고 소문이 일면 인맥을 총 동원해 자신의 이름을 빼려고 로비를 벌인다. 힘없고 빽 없는 자만 국회에 불려 나간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다 하겠다.

지난 2009년 9월, 정기국회가 한창 열릴 즈음, 김정호 게임산업협회장이 국감장에 불려 나갔다. 당시 게임은 산업 규모에 걸맞게 사회적 이슈가 돼 있었다. 폭력성과 중독성도 그 것이지만 사행성이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됐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건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의원들에게 거의 뭇매를 맞고 나왔다.

김 회장을 만난 건 그런 일이 있은 후 며칠 지나서였다. 그런데 김 회장은 의외로 담담했고 의연하기까지 했다. 굳이 수모란 표현조차 쓰지 않았다. 그는 공직을 맡았으니까 마땅히 자신이 감내해야 할 몫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말이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 됐다. 그는 얼마 되지 않아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NHN에도 사표를 제출하는 등 완전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결과론이지만 그가 국감장에 불려 나가지 않았으면 과연 회장직에서 물러났을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김 전회장은 4대 게임산업협회장으로 선임되자, 게임강국 실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거는 등 강한 의욕을 보이며 협회를 이끌었다. 이후 주변을 통해 들은 얘기로는 국감에서 지적된 내용을 과감히 수용하고 이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과의 마찰을 빚자 미련 없이 게임업계를 떠났다는 것이다.

국회 교문위가 게임업계에 대한 국감 증인으로 꼽은 인물은 모두 7인이다. 면면을 보면 모두 게임업계에서는 잘 나간다는 사람들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게임업계의 거물 모두를 소환했다.

국회가 국감을 위해 업종의 대표들을 싸그리 불러 모은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런 국회의 조치에 대해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 해도 그렇게 받아들여 지지 않는 것은 게임업계를 너무 만만하게 보지 않았나 하는 점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그렇게 거물들을 불러 모을 만큼 긴요한 현안이 있느냐는 점이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다면 그들을 불러 모을 게 아니라 업종을 대표하는 남경필 협회 회장을 소환하는 게 맞다. 그런데 여기서 슬그머니 남 회장은 뒤로 돌려놓았다.

당당하지 못한 태도다. 여당 소속의 경기 지사이기 때문에 빼준 것인가. 아니면 차기 대통령 후보로 당당히 당내에서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에 봐 준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게임업계 인사들을 불러 모아 망신을 주려 했던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인사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전시 차원에서 게임업계 인사들을 국회로 소환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국감이 9월 이후로 미뤄지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지금이라도 국회 소환 대상의 게임계 인사를 재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그 인원은 아주 최소화해야 한다. 필요하다고 할 경우 협회장이 나가는 게 순서다.

이 기회에 국회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솔직히 무슨 큰 죄를 졌다고 게임업계 인사 모두를 국회로 불러들이는가. 이건 한마디로 정치 공세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게임업계가 이것저것 마다하다니까 망신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고 뭔가. 나오라면 나가고 말라고 하면 입을 닥치는, 그런 비실비실한 집단이 게임업계라고 봤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저간의 사정이 이러한 데, 산업의 살림을 꾸려 나가는 게임산업협회란 곳에서는 도대체 뭘 했더란 말인가. 다시 진용을 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린다. 이 기회에 협회를 싹 뜯어고쳐야 한다. 특히 회장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임원들은 책임을 지고 총 사퇴해야 한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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