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오락실로 연상되던 한국의 게임 산업은 90년대 말 인터넷의 확산과 정부의 강력한 게임 산업 육성 의지가 맞물려 온라인 게임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고, 10여년 이상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2012년 기준 한국의 게임 산업 시장규모는 9조7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 성장률은 갈수록 하락하여 11%에 그치고 있다. 게임 산업의 시장 규모에 있어서는 이미 중국이 월등히 앞서 있고, 성장률도 높은 실정이다.

온라인 게임 산업의 무게 중심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사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게임 산업 강국들은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를 키워왔으며, 그 동안 게임 이용자가 적어서 산업화가 어려웠던 북유럽의 작은 국가들인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은 스마트폰 게임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작은 게임 하나로 큰 성공을 거두는 기록을 세우면서 한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는 게임 산업 규제법은 한국의 게임인들의 자존감을 꺾어 내리는데 큰 몫을 하고 있으며, 게임 산업의 성장 둔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게임 산업을 이렇게 고사시킬 것인가. 창조 경제를 외치며 새로운 성공 모델을 찾고 있는 정부는 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게임 산업을 육성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국가, 일자리 창출은 공허한 외침뿐이었나. 박 대통령의 게임산업 육성 발언과 여성가족부와 여당의 게임산업 규제 법안 발의,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부의 게임산업 육성의지는 서로 충돌하여 우왕좌왕하는 사이 우리는 우리의 게임산업은 계속해서 멍들어 가고만 있다.

이제라도 제2의 게임산업 도약을 위한 전략적 정책을 추진하여 스마트 시대의 새로운 게임산업 리딩 국가로 거듭나도록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산업의 혁신과 산업육성을 위한 게임혁신단지가 필요하다. 게임혁신단지는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같이 상상력과 아이디어와 넘쳐나고 이를 위해 투입할 자금이 흘러 다니며 이를 IT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고급 인재가 결합되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개발연구소와 비즈니스 센터, 그리고 문화 정보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해 나간다면 세계적인 게임밸리로 성장하여 글로벌 마켓을 주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는 판교를 들 수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판교는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조건, 편리한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이 높으며,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 NHN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 등 주요 게임 기업을 비롯한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집적해 있다.

게다가 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가능한 정보통신 기업들과 바이오 기업, 그리고 보안 솔루션 기업들도 입주해 있다. 이 정도의 조건이라면 문화 정보 인프라와 게임 연구개발센터와 비즈니스 센터 등만 보강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리콘밸리가 성공한 배경이 명문 대학과 우수 인재, 그리고 벤처 캐피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실리콘 밸리는 벤처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하나로 이루어져 생태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게임 산업 전체가 살 수 있는 생태계, 즉 게임산업 혁신단지가 필요하다.

최근 스마트기기의 보급률은 급속하게 이루어져 PC 보급률을 앞서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선제적으로 정책을 마련하여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이었던 한국은 더 이상 과거의 명성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 다시 한 번 스마트 시대의 게임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게임 혁신 단지 조성과 같은 굵직한 전략 사업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윤형섭 상명대 대학원 교수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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