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등 중남미 성장가능성 매우 커”
한국시장과 유사한 점 많아… 로컬 모바일플랫폼에 관심

게임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게임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해 성장세가 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잘 만든 게임으로 신흥시장을 공략해 성공신화를 쓴 사례가 점점 많아지는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제 글로벌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중남미 시장이 뜨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콘솔게임이 지배하는 땅으로 알려져 있지만,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남미 시장은 이미 1조원 규모를 돌파하고, 곧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을 먹거리로 탐욕스럽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런 중남미 시장으로 오라며 한국 업체에게 ‘러브콜’을 날리는 업체가 있다. 중남미 시장에서 게임 포털 ‘카이보닷컴’을 운영 중인 FHL게임즈다.

FHL게임즈는 중남미에서 게임포털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한국 업체다. 지난 5년간 한국 게임을 무기로 시장을 개척해온 현지에서도 손꼽히는 퍼블리셔다. 900만명이 넘는 유저를 확보해 시장에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정철 FHL게임즈 대표는 “중남미 게임시장은 현재 온라인게임 3000억원, 모바일게임 80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이제 막 걸음마를 땐 시장은 성공 가능성이 무한대에 가까운 매력적인 시장이라고”고 평했다.

정 대표는 한국 게임업계서만 10년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SK텔레콤, 네오위즈 등을 거쳤다. 사업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5년 전인 2009년 FHL게임즈를 설립했다. 시작은 개발업체였다. 레이싱게임을 출시하며 선전했지만, 중남미 시장의 가능성을 엿보고 포털 사업자로 변신했다. 게임포털 ‘카이보닷컴(KAYBO.com)’이 탄생한 순간이다.

# 5년 간 절치부심
지난 5년간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퍼블리셔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작업부터, 결제 플랫폼을 확보 하는 데만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많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했고, 시장 점유율은 현재 20%의 달하는 유명 게임포털로 보답 받았다.

현재 ‘카이보닷컴’은 ‘포인트블랭크’ ‘오퍼레이션7’ ‘건즈온라인’ ‘로한’ 등을 중남미 지역 유저에게 서비스 하고 있다. 가히 ‘게임한류 전도사’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라인업이다.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게임 뿐 아니라, 중남미 지역에서 새 생명을 얻은 작품들도 즐비하다.

“중남미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몇몇 게임이 성공적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매출은 없었죠. 문제가 뭘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정 대표와 ‘카이보닷컴’이 시작부터 순탄한 길만을 걸은 건 아니다. 분명 포탈사업은 순항 중이었지만 매출이 없었다. 전 세계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페이팔’만 붙이면 결제 플랫폼 문제는 해결될 걸로 봤지만 오산이었다. 신용카드보다는 현금거래가 더 익숙한 환경이 문제였다. 유저 입장에서는 게임 아이템을 사고 싶어도 신용카드가 없으니 ‘그림의 떡’이었던 셈이다. 한국 시장의 특수성에 길들여져 중남미 현지 사정 파악을 게을리 한 것이 문제였다.

“신용카드 등 신용거래 서비스를 이용 중인 유저가 적다는 시장의 특수성을 몰라서 발생한 문제였습니다. 게임 유저들은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대부분 편의점이나 PC방 등에서 캐시카드를 현금으로 구매하는 방식을 이용하는 걸 몰랐죠. 이걸 모르고 ‘페이팔’만 믿고 있었으니, 매출이 오를리 없었습니다.”

문제가 뭔지 알았으니 해결책을 찾는 게 화급했다. 그는 업무 1순위로 결제 플랫폼 확보를 내걸고 이에 주력했다. 중남미 주요 유통업체를 돌며 각국의 결제 플랫폼과 e핀(상품권)에 ‘카이보닷컴’을 추가했다. 이후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 2개국어 현지화 작업 필수
“중남미 시장에서 주요 시장은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로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유저가 이쪽에 집중되고 있지요. 이 국가들은 크게 포루투칼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합니다. 역으로 말하면 2개 언어로 현지화 작업을 마치면 20여개 국가에 서비스 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정 대표는 중남미 시장의 매력으로 진출의 편의성을 제일 먼저 꼽았다. 물론 현지화 작업 자체가 쉽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어를 기반으로 짜인 시스템을 변경 하는데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 그의 설명은 사실 ‘편의성’ 보다는 ‘효율성’의 영역에 속한다.

정 대표는 “포루투칼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2억명,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4억5000만명”이라며 “10억이 넘는 전체 인구수에 5억의 잠재 고객이 있는 지역이 중남미 시장”이라고 말했다.

사실 한국 업체들에게 중남미 시장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다. 엠게임과 소프트닉스 등 국내 업체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선호도만 따진다면 멀고도 먼 나라들이다. 지리적으로도 멀고, 문화권이 달라 성공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 시장의 파이가 작다는 오해도 중남미 진출을 꺼리는 요소였다. 곧 2조를 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2000년도 초 쓴 맛을 본 경험이 뇌리에 박혀 업체의 발목을 잡았다. 정 대표는 중남미 시장의 가능성을 설명하는데 유독 공을 들였다.

“15세에서 28세까지 비교적 젊은 세대가 게임의 주요 소비자라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나이 대에 속하는 유저들이 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합니다. 그들이 30~40대가 되면 시장의 폭이 넓어지게 되고, 이점이 중남미 시장의 가능성을 대변합니다. 성장하는 신흥 시장으로서 향후 20년까지 내다볼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대인 시장입니다.”

그렇다면 현지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콘텐츠 선호도는 어떨까. 그는 한국과 매우 유사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사실 중남미 시장은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유저의 소비 패턴, 선호하는 장르, 부분 유료화에 대한 반응 등 업체들이 기획단계에서 고려하는 부분들이 매우 유사 합니다”

정 대표는 중남미 진출을 꺼리는 업체들에게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막연한 불안감과 선입견을 버리면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통신망 등 인프라가 성장하면서 온라인게임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정부가 나서서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게임시장의 파이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남미 온라인게임 시장은 매년 2%의 성장률을 기록, 오는 2017년 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 대표는 “‘카이보닷컴’ 유저 수 만도 900만명에 달한다”며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시장의 파이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남미 시장의 또 다른 장점으로 충성고객이 높다는 점을 꼽았다. 정열적인 국민성을 가진 히스페닉계가 많아 한번 잡은 게임을 오랫동안 즐긴다는 것이다. 더운 날씨와 넓은 땅덩이 덕에 느긋해진 국민성도 충성도를 높이는 요소다.

“중남미 시장을 형성하는 유저는 충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서비스 5주년을 넘어간 작품들이 아직도 인기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요. ‘라키온’ ‘울프팀’ ‘건즈온라인’ ‘나이트온라인’ 등 오래된 작품들도 중남미에서는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정 대표의 설명을 듣고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중남미 시장 유저가 충성도가 높다는 말은 곧 신규 게임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이 물음에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충성도가 높다는 것은 새로운 것에 배타적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년 신규 유저가 유입되고 있어 성공 가능성 역시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에 서비스 되는 게임 뿐 아니라 새롭게 출발하는 게임에도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봅니다.”

# 스마트폰 보급률 25%
글로벌 트렌드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중남미는 매력적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25%를 넘어섰고, 오는 2017년에는 전체인구의 4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남미 전체 인구가 10억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게임을 즐기는 세대인 10~20대가 전체 인구에 50%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적어도 5억명 이상의 잠재 고객을 보유한 셈이다.

FHL게임즈도 시장에 발 맞춰 모바일시장 개척을 위해 다시 출발선상에 섰다. 현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앱마켓(로컬 마켓)을 출시해 플랫폼 사업자로서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의 T스토어, 올레마켓 같은 로컬 마켓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정 대표는 “중남미 시장의 모바일게임 유통은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의 의존하고 있다”며 “아직 로컬 마켓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 부분을 공략해 현지 퍼블리셔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플랫폼 사업자로서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FHL게임즈와 ‘카이보닷컴’이 지난 5년간 중남미 시장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를 총동원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고 정 대표는 평했다. 5년 전 중남미 시장에서 온라인게임 포털을 시작할 때의 승부욕을 다시 꺼내겠다는 각오다.

그는 마지막으로 중남미 게임시장 개척을 위한 국내 업체의 참여를 독려했다. ‘게임한류’의 동반자로서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뜻도 숨기지 않았다.

“국내 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가 왔습니다. 신흥시장인 중남미에 도전 하세요. 지난 5년간 구축한 인프라를 총동원해 같이 성장하는 동반자로서 힘을 보태겠습니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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