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중 작품 수정요구 명백한 ‘월권’”
개발자협 ‘사과요구’ 등 강력 항의… 게임위 “잇단 민원 따른 조치” 해명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개발중인 인디게임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해 사전검열 외압이라는 반발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게임위측은 강제적인 요구가 아닌 문제발생 예방차원에서 통보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반발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이 일과 관련해 게임위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라며 또다시 이런 월권행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사건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게임을 공개한 개발자에게 게임위 측이 민원 등을 이유로 연락을 한 내용으로 여러 가지 논란을 낳으면서 공론화된 바 있다.

특히 기존에 게임위가 보여줬던 수동적인 모습과는 달리 먼저 나서서 연락을 취했다는 점에서 개발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게임위 측은 선의의 뜻으로 진행한 일이며 강압적인 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는 등 양측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게임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임 개발자와 게임 콘텐츠를 감독‧관리하는 게임위가 팽팽한 대립각을 세운 것은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만들어진 때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기업 위주로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는 게임 심위와 관련된 규정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물론, 모바일 게임 열풍과 함께 생겨난 1인 및 소규모 개발팀에게도 합법적인 게임 개발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돼 왔다. 물론 모바일 게임과 관련해서는 자율 및 사후심의 관리로 변경돼 논란이 사그라졌지만, PC를 기반으로 한 인디게임 개발팀들은 지금도 게임심의 관련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1일 인디게임 개발팀 팀수안(대표 정재순)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신작 게임 ‘불워크(Bulwark)’를 공개하면서 발생했다.

이 작품은 가상의 독재국가에서 독재정치에 반대해 혁명을 일으킨 시민들로부터 정부청사건물을 방어하는 전술디펜스 게임이다. 특히 이 작품은 비슷한 소재의 해외 유명 인디게임 ‘페이퍼플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주제와 그래픽 콘셉트를 바탕으로 펀딩 나흘 만에 목표 금액 200만 원을 달성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 사전검열 해당하는 ‘외압’
하지만 정재순 대표는 펀딩 직후 게임위를 통해 게임 소개와 리워드 수정요청 전화를 받았다고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밝혔다. 작품의 소재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 설명과 관련해 시위하는 사람과 싸우는 내용을 ‘테러리스트와 싸우는 것’으로 수정해 줄 수 있겠냐는 요구를 받고, 리워드 예시로 제시했던 김정은 사진 역시 교체를 요청받는 등 외압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처음 (게임위의)연락을 받았을 때 당황했고, 그 쪽에서 수정요구라고 했지만 게임 심의기관의 직접적인 연락이었기 때문에 외압으로 느껴졌다”며 “수정을 할 수 있는 선에서 진행은 하겠지만, 게임위의 요구는 게임 자체의 내용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큰 수정은 힘들다”라고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개발자들은 이번 사건이 사실상 게임위의 월권행위라며 강하게 비판적인 자세를 보였다. 과거 게임 심위와 관련해서 게임위는 게임법과 관련돼 법을 시행하고 집행하는 집행기관일 뿐 다른 것에 대한 조취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과 상반되는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개발자연대(대표 김종득)는 사건 발생 이후 게임위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성명을 밝혔다. 게임위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등급 분류 및 관리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출시가 진행되지 않은 작품에 대한 사전검열을 진행해 월권행위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 개발자는 “게임물등급위원회가 게임물관리위원회로 새롭게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심의와 관련된 어떠한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보다 분명한 게임위의 입장 표명과 사과가 없는 한 이 같은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게임위의 설립 이후 현재까지 인디게임 및 1인 개발자에 대한 게임 심의 완화 요구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개선책이 나오고 있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디게임 개발팀이나 1인 개발자들이 게임 심의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사안은 사업자등록을 한 경우에만 등급심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사안이다. 이 문제는 과거 ‘주차장 지붕 사건’으로 대표되는 게임 심의 거부 사건으로 공론화가 된 사안이지만 이렇다 할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여기에 신고 및 민원으로만 진행되는 사후심의 관리 역시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아예 인기 인디게임 팀만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민원을 넣는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인디게임에 대한 규제가 형평성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 꾸준한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개발자들은 게임위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를 높였다. 게임 심의 개선과 관련된 지금까지의 입장과, 이번 외압 논란에서 보여준 모습이 180도 다르다는 것이다.

# 인디게임에 대한 인식부족이 문제
실제로 게임위는 이전까지 인디 개발자 및 1인 개발자들에 대한 ‘심의에 대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나 집행기관의 한계를 이해해 달라’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올해 초 발생했던 '탐정뎐'을 포함한 소규모 게임 개발팀들에 대한 게임 판매 금지 처분과 관련해서 관습적으로 게임에 대한 유통을 묵인하고 있지만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게임이 출시도 되지 않은 작품에 대한 수정 요청을 했다는 점에서 능동적인 대처였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직 게임 출시는커녕 게임 개발 단계에 있어 심의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작품에 대한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심각성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인디게임 개발자는 “올해 초 게임 등급심사에 대한 문덕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개선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했다고 알고 있지만 현재까지 바뀐 것은 전혀 없다”며 “오히려 민간 자율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사안이 뒤로 밀린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외압 논란과 관련해서, 게임위 측은 민원이 들어와 게임 설명 변경 등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나,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사전에 예상하기 위한 조치였을 뿐 게임 개발을 막기 위한 행위는 아니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정은 사진과 관련해서는 과거 국내 발매가 불발된 ‘홈프론트’의 경우를 예로 들며 관리위 역시 게임 산업의 육성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게임 심의 절차의 개선과 관련해서는 과거부터 꾸준히 의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문체부에게 관련 의견을 제출한 상태이며, 문체부의 업무가 정상궤도에 오르면 바로 개선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 심의 업무와 관련돼 가장 큰 논쟁 중 하나였던 민간 게임물 심의 이양 문제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를 통해 성공적으로 이관 및 심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보다 빠른 피드백 적용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또 문체부가 직접 심의 관련 부분의 개선을 진행하면, 게임위는 물론 분류위 역시 똑같은 법률이 적용되기 때문에 개선 이후의 법률 시행에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 ‘강제성 없는 의견통보’ 해명
여기에 게임위 측은 ‘바다이야기’ 사태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생긴 이후 게임위의 존재 의의는 게임 산업의 긍정적인 발전에 있기 때문에 관련 업무에서 생기는 마찰과 관련해 양해와 의견 조율을 통한 개선에 나서자고 밝혔다. 현재 인디게임 및 1인 개발자의 작품들 역시 민원 등의 직접적인 신고 접수가 아닌 이상, 암묵적인 유통에 동의하고 있는 상황 역시 이런 게임위의 의의가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게임위 한 관계자는 “이번 ‘불워크’와 관련된 조치는 권고사항일 뿐 강제적인 영향력은 없으며, 게임위 역시 인디게임 개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이번 케이스뿐만 아니라 다른 경우에 있어서도 민원인의 강력한 요구 등이 있다면 사전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이해를 구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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