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게임이라는 두 글자만 나오면 괜스레 불안해 진다.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모두 다 나 같은 기분일 것이다. 또 무슨 사건이 터진 것일까. 슬그머니 기사내용을 향해 클릭해본다.

다행히 충격적인 사건을 다룬 것이 아니고 콘텐츠진흥원이 8년 째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자녀를 둔 학부모의 목소리와 언론을 통해 게임을 판단하는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반응이다.

사실 우리가 처음부터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1997년 10월 신주영씨가 세계 ‘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에서 1등을 하였다는 사실이 언론과 잡지에서 연일 보도되자 우리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존재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당시 학부모는 자녀가 게임을 하는데 대해 걱정하기는 하였으나, 자녀들이 프로게이머가 될거야 라고 말하는데 대해 반론을 제기하기도 어려웠다. 학부모는 게임을 하는 자녀들을 디지털 사회에서 적응력을 키워가는 것으로만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의 상황은 반전되어, 우리 학부모는 중요한 두 가지 사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하나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단순히 게임을 한다고 되는 직업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아이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부모에게 프로게이머 준비라는 변명을 늘어놓지만, 프로게이머가 판사나 의사가 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자녀의 일상을 꼼꼼히 점검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이들의 게임이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성격이 나빠진다는 사실이었다. 아이가 게임으로 폭력적이 되거나 짜증이 많아지고 중독적인 상태로 발전하는 것이 목격되고, 게다가 게임이 공부까지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지게 되자, 학부모는 아이들의 이런 행동들에 대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론의 태도도 달라져서, 하루가 멀다 하고 게임과 관련하여 충격적인 사건들을 다루게 되었다. 철없는 부모가 게임하다 아기를 굶겨 죽인 사건, 게임에서의 행동을 따라하다 동생을 죽인 사건, 게임하는 두뇌는 병든 뇌라는 기사 등등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사건들은 게임을 모르는 학부모들에게는 게임을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자녀의 게임 행동 때문에 속이 터지는 것을 참고 있었던 학부모들에게 충격이었다.

프로게이머를 만들어보겠다는 학부모의 열성, 여가활동으로 인정하겠다는 태도 등이 무참히 무시당한 것이다. 학부모는 사기를 당한 분노로 치를 떨었다. 이렇듯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심각하게 고조되자, 게임산업 육성에만 매달리던 정부와 영리추구를 위해 앞으로만 달려가던 게임업계는 사태의 심각성을 받아들었다.

이러한 오늘의 상황에서 게임에 대한 이해를 제고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콘텐츠진흥원은 매년 게임문화교실을 개설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걱정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활동에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우리단체도 ‘건전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학부모교육’ 활동을 추진했었다. 학부모교육 활동은 4회 8시간짜리로, 경제와 사회적 상황에서 게임이해, 게임심리, 타문화와의 비교 등의 내용을 담았다.

당시 우리는 말 그대로 복지관, 아파트, 지역아동센터 등을 찾아가서 학부모와 청소년을 만났다.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동병상련의 분위기 속에서 우리와 함께 했던 학부모들은 허심탄회하게 자녀의 문제를 털어놓았고, 자녀의 성공에 대해 함께 고민하였다. 본 단체가 추진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부모와 청소년들은 게임의 좋고 나쁨보다 게임의 사회경제적 현실을 배웠다고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우리는 학부모단체가 가진 강점을 실컷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콘텐츠진흥원이 학부모의 걱정을 홀로 나서서 해결해 주겠다는 것은 반쪽짜리 게임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우리가 했던 경험, 민간의 땀과 노력이야말로 학부모의 불만과 걱정을 보듬어줄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의 파트너십은 형식적인 모양새가 아니라 절실한 대안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왕에 게임을 문화로 정착시키려고 한다면 여전히 많은 갈등과 불만을 가진 학부모들을 설득시키려고 노력하는 학부모단체와 함께 가야 할 것이다.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 katiece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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