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변화에 대응 못한채 ‘발동동’
신작 부재·수익감소 이중고에 허덕… 정부차원의 부양책 마련 절실

 그동안 우리나라 게임산업 성장에 큰 역할을 해왔던 중견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무너지고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 이러한 조짐이 보였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견업체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전체 게임산업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마저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나의 산업군이 성장하는데 있어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견실한 중견업체의 존재가 필수조건이다. 산업을 대표하는 얼굴인 대형업체가 커지는 만큼 허리도 굵고 튼튼해 져야 건전한 산업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간 온라인게임 산업이 불황으로 고통 받으면서 게임산업의 허리가 얇아지고 있다. 의욕적으로 출시한 신작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투자한 개발비에도 미치지 않는 저조한 수익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여력조차 남지 않은 업체가 늘고 있다. 매년 두 자리수를 기록하면 온라인게임 성장률도 한 자리수로 격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견기업이 줄면서 대형업체와 소규모 업체로 양극화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다져온 기초체력으로 아직은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만 신작 개발비 상각과 기타 비용의 증가로 순이익과 영업 이익률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대형업체는 그나마 체질 개선과 신규 사업을 시작하는 등 적극적인 생존법을 찾았지만, 게임에 ‘올인’한 중견게임 업체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빛소프트, 조이시티, 엠게임, 드래곤플라이, 와이디온라인 등 성장동력을 찾는데 주력해온 중견업체들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거나 불투명한 상태다. 해외시장 판로를 개척해 활로를 찾거나, 모바일게임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회복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허리가 부실해 지면서 온라인게임 시장에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게임업계 성수기가 시작되는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신작 론칭이나 테스트 등 호재는 감감무소식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이 사용되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일도 벅찬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서비스를 접은 구작들을 다시 꺼내드는 일이 유행이 될 정도. 이런 상황에서 건전한 투자가 실종돼 어려움을 가속시킨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성장속도 급격 하락
최근 3년간의 매출 실적을 보면 중견업체의 실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때 국내 게임시장을 대변하는 게임 포털로 이름을 올렸던 엠게임(대표 권이형)은 지난해 31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1년 504억원, 2012년 450억원을 기록한데 비해 130~200억원 가까이 매출이 감소한 것. ‘월드오브드래곤’ ‘열혈강호2’ ‘아르고’ 등 꾸준히 신작을 출시했지만 유저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실패한 여파다. 개발비 상각 등을 이유로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줄어들었다.

모바일 SNG ‘룰더스카이’로 반등에 성공한 조이시티도 지난해에는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조이시티(대표 조성원)는 2011년 438억원, 2012년 630억원, 2013년 3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주력 온라인게임 ‘프리스타일’ 시리즈와 모바일 SNG ‘룰더스카이’가 매출 상승을 견인했지만, 지난해에는 이 게임들의 매출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온라인게임 매출은 198억원으로 34%, 모바일 게임 매출은 177억원으로 46% 줄었다.

드래곤플라이와 와이디온라인, 한빛소프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드래곤플라이(대표 박철우)는 ‘스페셜포스’가 한국과 태국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의욕적으로 출시한 ‘스페셜포스2’가 저조한 성적을 보여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 3년간 매출은 2011년 368억원, 2012년 340억원, 2013년 230억이다. 드래곤플라이의 지난해 성적은 특히 참담하다. 당기 순손실 333억원을 기록한 것이 이유다. 이는 신사업에 투자한 비용들과 누적 개발비의 손상차손, 법인세자산비용 등 비현금성 손실이 반영된 것으로 회사는 설명했다. 얼마 전 알려진 120억원대 사기피해의 손실도 마이너스 폭을 키웠다. 생존을 위해 선택한 공격적인 신사업 영역개척이 독이 된 것이다.

와이디온라인(대표 신상철)은 사정이 약간 나은 편이다. 와이디는 2011년부터 2013년 까지 각각 448억원, 367억원, 3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4년 만에 흑자전환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와이디는 4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동시에 흑자로 전환된 계기로 수익성 위주의 사업구조 개선과 ‘이것이전쟁이다’, ‘캐슬히어로즈’, ‘룬즈오브드래곤’, ‘천만의용병’ 등 신규 모바일게임의 성공을 꼽았다. 온라인 중심의 사업에서 모바일로 체질을 개선한 것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온라인게임 성적이 부진하다는 것을 완곡히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빛소프트(대표 김기영)는 지난 3년간 435억원, 402억원, 295억원으로 각각 30억원, 100억원 매출이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은 2012년 보다 18%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1억원 이득을 남겨 흑자전환 했다. 온라인게임 매출 보다는 내부 구조개선 등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 효과를 봤다.

한빛소프트는 암울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모바일시장을 적극 공략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모바일게임 ‘FC매니저’가 성과를 나타내자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시작했다.

이렇듯 온라인게임을 기반으로 성장한 업체들의 매출과 이익이 줄면서 온라인게임 신작을 위한 투자는 뒷 편으로 물러났다. 오히려 모바일게임 투자를 늘려 일단 살고보자는 전략을 앞세우고 있는 모양세다.

# 전체 시장에 악영향
중견업체의 성장이 둔화되고 오히려 규모가 축소되는 현상이 지속되자 온라인게임 전체 매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홍상표)이 발간한 ‘2013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온라인게임 매출은 2010년 4조7673억원, 2011년 6조2369억원, 2012년 6조783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012년 대비 8.8% 성장세를 보였다. 매년 20~30%의 성장률을 보이던 온라인게임 산업성장률이 한 자리수로 급감했다.

이 같은 지표들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이 성장이 멈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2013년 이후 성장률은 꾸준히 감소해 2015년에는 6.2%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한콘진이 2012년 발표한 2014년 온라인게임 매출 추정치가 11조7986억원이었고, 2013년 발표에서는 4조원 가량 줄어든 7조8759억원으로 발표한 것을 미뤄볼 때 성장률의 하락폭은 예상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게임 서비스로 성장한 중견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모바일게임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에 비해 적은 투자비용으로 단기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온라인게임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순환구조가 완성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견업체들의 몰락으로 전체 온라인게임 시장이 위축되면서 대형업체들도 적지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를 필두로 넥슨과 CJE&M, 네오위즈게임즈 등 이른바 빅5라 불리는 온라인게임 업체들도 매출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대형업체들도 모바일게임으로 눈을 돌리거나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각종 규제와 악의적인 시선들로 인해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퍼지면서 사업을 전개하는데 조심스러워졌다.

최근 대형게임업체들이 ‘외도’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올해 초 온라인 만화(웹툰)배급사에 50억원이라는 거금을 쾌척했다. 게임 외 사업영역에서 수익을 벌기 위함인데, 웹툰 업체가 서비스 하는 작품들의 게임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데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NHN엔터테인먼트(대표 정우진)다. NHN엔터는 보안, 티켓예매, 구인구직 등 IT기반 사업이라면 크기, 업종,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문어발식 확장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온라인게임으로 성장했지만 모바일게임이란 영양제를 투여해도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내부 의사결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 업체들도 게임을 통한 교육과 출판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 대내외 인식개선이 답
지난 실적을 되짚어 보면 온라인게임과 업체의 미래는 암울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조금은 나아질 전망을 보이고 있어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실적을 바탕으로 독립한 업체들이 중급규모의 신작을 잇달아 내놓고 있고 거대 중국자본 유입이 중견 온라인게임 업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라이언게임즈(대표 윤성준) ‘소울워커’, 에이스톰(대표 김윤종) ‘최강의군단’, 펄어비스(대표 김대일) ‘검은사막’ 등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그토록 바라던 다양한 신작들이 출시되는 것.

업계의 중론은 기본적인 품질이 보장되는 온라인게임 시장은 신작 출시가 유저의 관심을 끄는 하나의 기폭제라는 것이다. 특히 올해 출시되는 온라인게임들은 온라인게임 태동기 활약했던 1세대 게임인(人)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기대감이 높다는 것이 게임인들의 시선이다.

‘소울워커’를 개발 중인 윤성준 라이언게임즈 대표도 중견업체와 대형업체의 경쟁구도가 온라인 게임 시장을 살리는 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슈가 되는 게임이 하나 폭발하면 덩달아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유저의 관심이 높아져 자연히 중형 게임과 업체들에게도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과 함께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정치권과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셧다운제’로 상징되는 게임규제에 이어 ‘손인춘법’ ‘신의진법’ 등 각종 게임규제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점점 게임에서 멀어질 것이란 얘기다. 이에따라 온라인게임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업계의 적극적인 인식개선 노력과 함께 정부와 정치권의 긍정적인 시각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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