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벌써 상반기를 끝내고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상반기에는 세월호 침몰 참사와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 또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가 두 번이나 스스로 사퇴하는 우여곡절이 빚어지는 등 정치 사회적으로 큰 이슈들이 많았다.

경제적으로는 2분기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겉으로는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게임산업도 마찬가지였다. 수출도 순조로웠고 전체 시장을 놓고 보면 그럭저럭 숨을 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역대 최악이었다는 IMF 때보다도 지금이 더 어렵다는 아우성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게임계도 마찬가지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활기를 띠고 있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모바일게임업체 뿐만 아니라 온라인업체들도 못살겠다며 몸부림이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움은 경제적인 것 뿐만이 아니다. 제도권에서 바라보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개선되기는커녕 더 안 좋은 쪽으로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의원 회관에서 ‘과도한 게임이용 문제, 올바른 진단과 기업의 역할’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게임을 잘 알고 있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여러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이 가운데 이장주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의 주장은 귀를 세우기에 충분했다. 그는 게임 이전에도 책, 소설, 자전거, TV 등 수많은 신기술과 콘텐츠들이 새로운 것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중독’으로 매도되어 왔으며 이제는 게임에 대한 자율적인 발전을 유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가 현대 사회에 어떤 위치에 있는지 지적하며 게임 역시 자동차산업과 마찬가지 의 위치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게임이라는 어마어마한 변화의 물줄기에서 우리는 안전을 위해 댐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배를 만들 것인지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나는 양심을 걸고 배를 만들 시기라고 말하고 싶다. 댐은 잠시 우리를 지킬 뿐 넘쳐흐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의 골자는 ‘게임을 바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발제자들의 의도와 달리 그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은 귀를 막고 예전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되풀이 하며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데 그쳐야 했다.

이 행사를 주관한 손 의원은 “발제내용에 굉장한 실망감을 느꼈다”며 서운한 마음을 여과 없이 노출시켰다. 게임계를 설득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가 오히려 게임계에 설득당하는 자리가 된 것이니 그럴 만도 했다.

심리학자들은 가장 바꾸기 어려운 것이 선입견이라고 한다. 한번 ‘이렇다’고 인식된 사안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제도권, 특히 정치권의 강한 선입견으로 인해 게임계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같은 토론회조차 사치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게임계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소모적인 논쟁을 더 이상 벌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지금 게임계는 ‘죽느냐 사느냐’하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 정치권을 설득하고 시민단체를 설득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한다면 삼척동자도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비난할게 뻔하다.

어찌 보면 이러한 결과가 업계 스스로 만들어낸 ‘자업자득’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이러한 책임론을 따질 때는 아니다.

언제까지 이렇듯 원론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해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제도권에서 좀 더 귀를 기울이며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기득권을 쥔 채로 한건주의 식으로 게임계를 제단하거나 줄을 세우려 든다면 숨이 막혀 성장판이 멈추는 운명을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장주 교수는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콘텐츠가 인기를 얻을 때 기득권층에서는 늘 ‘중독’이라는 멍에를 뒤집어 씌웠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잘 모른다고 해서 ‘나쁜 것’으로 치부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되겠다. 모른다면 공부를 해야 하고 또 상대를 알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먼저 선행돼야 함은 옛 선현들의 가르침이자 교훈이다.

경제적으로 참 어려운 시기에 게임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 제도권에서 특히 정치권에서 이제는 게임을 알겠다는 그 소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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