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국회에서 ‘게임, 중독인가 예술인가?’ 에 대한 게임정책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게임은 예술인가에 대한 국내에서의 첫 번째 토론회라는 점에서 기억될 만하다. 게임을 주제로 문화예술적 측면에서 논의해 보는 공개 자리가 마련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게임 연구가, 정책 입안자, 게임 개발자를 비롯하여 많은 게임 기자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 특히 이 행사가 게임 규제법을 제정하는 국회에서 열렸다는 점은 꽤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게임을 하나의 예술이자 문화로 인정해야 한다는 순수한 발상의 행사가 기획된 배경은 신의진, 손인춘 의원 등이 발의한 게임 중독법과 이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게임업체로부터 매출의 일부를 거두어야 한다는 주장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최 측은 이번 토론회가 일방적인 공개토론회나 자기주장의 나열만으로 그친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 중독은 매우 유해하기 때문에 예방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규제의 입법화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측(신의진 의원, 손인춘 의원, 한국중독정신의학회 등)과 게임은 예술이고 문화이고, 긍정적인 효과가 많아 창조 경제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규제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며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제에 반대하는 측인 문화평론가, 뉴 미디어 아티스트, 게임학자를 초청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주최 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중독인가, 예술인가를 열린 자세로 논의해보자는 자리에 게임은 유해성을 주장하는 측의 사람들은 한 사람도 참석에 응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대중 앞에서 논의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인가, 아니면 논리적 대응이 부족했던 것일까. 어쨌든 국내 최초로 게임을 예술로 볼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는 반쪽 토론회로 개최될 수밖에 없었다.

토론회는 진보논객이자 미학자인 진중권 교수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됐다. 그는 2500년 전 문자를 발명하여 파라오에게 사용을 권하자 거부했던 플라톤의 대화편을 사례로 들면서 새로운 발명품과 문화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불신하는 것은 새로운 매체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것은 케케묵은 보수적 편견이라고 주장하였고,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고 생각한 만화나 TV가 이미 유용한 정보제공 채널이 되었고, 예술이 되었다는 것을 예로 들며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게임은 21세기 문화 전체의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과거에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라고 여겨졌던 영화가 오늘날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듯이 게임도 머지않아 오락과 스포츠의 면모를 가진 예술 장르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어서 뉴미디어 아트스트인 류임상 작가는 21세기 대중은 ‘경험' 하길 원하며, 대중들은 예술도 단순한 감상을 넘어 ‘경험’하기를 원한다고 하면서 게임은 어떤 장르의 예술보다도 발전적이고 대중 친화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예술 경험’에 최적화된 새로운 예술 형태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게임은 예술 뿐 아니라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여가 생활의 일부이며, 문화라고 주장한 필자의 발표는 게임의 문화 예술적 효용성을 사례 중심으로 설명하였다.

청중으로 참석한 사람들도 너무 좋은 사례만을 예로 들어 게임을 미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고, 게임 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게임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서의 토론을 통해 발표자와 패널, 그리고 청중들도 대부분 게임은 21세기 창조 문화를 선도하는 패러다임이며, 예술이라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했고, 게임 규제법은 과잉이라는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앞으로도 이런 심도 있는 논의가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형섭 논설위원/상명대 게임학과 교수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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