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엔에이·그리 등 히트작 없어 ‘고민’
현지화·트렌드 반영에 실패… 구미코리아만 유일하게 ‘흥행가도’

모바일게임 붐을 타고 수년 전부터 국내에 진출한 일본 모바일게임 업체들이 예상 외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유저들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론칭하기 보다는 기존 작품들을 단순히 재가공하는 차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 모바일업체들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가능성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외국 업체들의 관심 역시 크게 늘어나게 됐다. 최근 추세는 중국 업체가 가장 활발하게 신작 공세를 펼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오래 전부터 웹게임을 통해 기반을 잡았던 중국 업체들이 모바일게임 사업 확장 및 전환에 나서, 보다 빠르게 그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일본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에 오래 전부터 모바일게임 터전을 닦아온 업체를 꼽기도 쉽지 않은 탓이다.

현재 국내에 진출해 있는 대표적인 일본 모바일업체는 디엔에이(DeNA)와 그리, 구미 등 3개 업체를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국내에 진출하며 강한 의욕을 보였던 디엔에이와 그리의 경우 이렇다할 히트작을 만들지 못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반면 비교적 늦게 진출한 구미코리아는 몇몇 작품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국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 매서운 신고식에 ‘고전’
디엔에이(DeNA)는 지난 2011년부터 다음과 협력을 통해 ‘모바게’ 플랫폼을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다음과 카카오 합병법인 설립이 추진됨에 따라 디엔에이의 모바게는 향후 행보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는 다음모바게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대치가 낮아진 상태라 더욱 그렇다.

그동안 다음모바게는 ‘바하무트:배틀오브레전드’ ‘블러드브라더스’ 등을 통해 존재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급격하게 변화하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정체된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 카카오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지만 여기에 끼어들지 못함으로써 침체 분위기는 더욱 빠르게 진행됐다. 양적인 측면은 물론 트렌드 부분에서도 힘을 쓰지 못함에 따라 시장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디엔에이는 국내 사업 철수설이 퍼지기도 하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이 회사는 국내 개발사와 협력 관계를 다져나가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특히 모바게 플랫폼을 활용한 글로벌 시장 공략 파트너 물색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후 와이디온라인, 이키나게임즈 등 국내 업체가 디엔에이와 함께 일본 수출에 나서기도 했다. 이밖에 세시소프트 역시 디엔에이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공동개발을 시작한 상태다.

이렇게 디엔에이가 국내 시장에서 부진한 성과를 거둔 것은 채널링 위주의 사업 전개를 펼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직접 콘텐츠를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성과가 검증된 작품을 그대로 옮겨오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음은 이메진(현 아자게임즈)과 협력해 ‘신데렐라나인’을 다음모바게를 통해 선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신데렐라일레븐’까지 의욕적으로 후속작을 발표했으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이는 여전히 시장 트렌드 파악에 미진하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과거 일본 시장에서 주로 사용됐던 인터넷 웹 페이지 형식의 구성을 고수해, 국내 정서와 맞지 않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한정된 유저층에게 어필하는 장르를 내세운 것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패인의 요인이 됐다. 또 막상 목표 타깃층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완성도나 운영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메진은 이 작품 외에도 다음과 협력해 ‘정령판타지아’ ‘드래곤택틱스인피니티’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다음의 모바일게임 사업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함에 따라 대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 시장 트렌드 파악이 핵심
그리코리아(대표 아오야기 나오키)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부터 한국 시장 진출 의지를 나타냈으며, 신작 출시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국내 모바일게임 업체 모비클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작품 개발에 나서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울아일랜드’ ‘로스트인스타즈’ ‘배틀코드온라인’ ‘만테카히어로’ 등 여러 작품을 선보였으나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는 평가다. 현지 본사의 사정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국내 지사도 휘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적 악화의 책임으로 국내 지사 대표가 교체됐으며, 대규모 인력 감축도 진행됐다.

그러나 이 회사는 철수 대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MORPG ‘아브리아’ 비공개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출시 초읽기에 들어가 관심을 더하고 있다.

그리 역시 일본에서 영향력 높은 소셜 네트워크 업체지만, 국내 진출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디엔에이와 달리 국내 개발 인력을 대거 확보해 야심찬 행보가 기대됐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이는 본사와 해외 지사 간 복잡한 소통 과정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일본의 사업 성향은 게임 업계에서 익히 알려져 있는 편이다. 미세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검토를 거쳐야 되는 복잡함으로 국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발 인력이 국내에 있어도 오히려 능률이 악화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그리는 현지 플랫폼을 애매하게 활용했다는 점 역시 악재로 작용하게 됐다. 현지 플랫폼이 원활하게 작동되는 것도 아니면서 완전히 배제한 상황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로 서비스 만족도만 하락시키는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 업체의 국내 진출은 개발 권한 및 독자성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변하는 모바일게임 시장 트렌드를 쫓아가기 위해서는 복잡한 소통과정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새로운 도약을 노리는 그리 역시 이런 문제들을 대폭 개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가장 시급한 부분부터 쇄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 업체들은 자체 플랫폼 구축에 너무 많은 힘을 소진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미 국내 시장은 카카오 플랫폼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함에 따라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굳어졌다. 또 이를 깨뜨릴 만큼 필사적인 노력을 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 시장 상태를 인지하고 전략을 바꾸는 시간 역시 너무 오래 걸렸다는 것이다.

# 잠재력 커 경쟁 속 협력 긴요
그리코리아 역시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점핑테일’을 선보였으나 캐주얼 장르가 급격히 냉각된 시기에 선보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반면 구미코리아(대표 오노기 마사루)는 앞선 두 업체와 달리 현지화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트리니티소울즈’를 선보였으나,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게 됐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국내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개편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이 회사는 국내 시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 결과, 점차 입지를 넓혀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일본 IP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점 역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출시한 ‘퍼즐버블’이 5주 만에 3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등 이런 전략의 성과를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일본 업체의 모바일게임 한국 진출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부진을 면치 못하기도 했으나 점차 그 위력을 더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보유한 방대한 IP는 물론 새로운 가능성이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이에 따라 이들을 두고 새로운 경쟁 상대로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것은 물론 해외 진출을 위한 파트너로 주시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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