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수시장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 깊은 수렁의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계속 가라앉고 있다. 정부의 계속된 규제 정책도 한 요인이 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혼란스러운 시장판 때문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인 것 같다.

그런 판을 이끈 주범은 다름아닌 모바일 게임이다. 모바일 게임은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블루오션 장르였다. 간단히 즐기는 캐주얼 게임과 같은 부류에 속했을 뿐이다. 그런데 스마트 폰 시대가 열리면서 사정이 달라져 버린 것이다.

모바일 게임이 온라인 게임 수요를 잠식해 갈 때만 해도 게임시장은 온라인, 모바일 등 양 진영에 의해 파이가 형성하는 등 더 크게 성장할 것이란 게 전반적인 예측이었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 수요가 일취월장, 온라인 게임수요를 압도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예상과는 달리 파이는 줄어줄고 시장은 쪼그라들었다. 또 모바일 게임 수요에 의한 수혜자 또한 아주 제한적이고 특별했다.

오픈마켓 플랫폼을 쥐고 있는 구글과 애플만이 쾌재를 불렀고, 일부 모바일 게임개발업체만 수혜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는 사이, 온라인게임시장은 수직 하강곡선을 그렸다. 일부에서는 시장을 주도할 게임을 개발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이미 가볍게 즐기는 게임에 익숙해 져 버린 게임 유저들의 발길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 됐다.

즐길만한 게임이 없어 유저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모바일 게임 때문에 온라인 게임을 외면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온라인 게임의 진성 유저들이 상당히 주춤하며 머뭇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고민스러운 것은 과연 닭이 먼저냐 아니면 계란이 먼저냐 하는 거룩한 명제를 얘기하기에 앞서 산업이이라고 하는 ‘어항’의 물이 계속 고갈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컨대 투자를 해서 좋은 게임을 개발해 선보였는데, 모바일 게임에 치여 흥행에 실패했다는 것과, 아예 투자 재원이 없어 하늘만 쳐다보다가 시기를 놓쳐, 모바일 게임에 눌렸다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얘기다.

게임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 들면서 산업조차 흔들리고 있다. 인프라 재원이 가뭄 속 단비처럼 찾아보기 힘들어 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모바일 게임 수요가 대체 수요로 버텨주는 데 무슨 엄살이냐고 하지만 그 같은 지적은 게임계의 현실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한 문외한의 말과 같다.

지금 게임시장은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이 따로 국밥처럼 굴러가고 있다. 또 잘 나간다고 하는 모바일 게임업계에서도 황금궤를 꿰찬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물론 모바일 게임시장이 팽창하면서 가장 큰 수혜자로 떠오른 오픈 마켓 주인들을 절대 빼놓을 순 없겠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모바일게임업체들 조차 동절기를 지내고 있다고 할 만큼 가난과 궁핍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것은 모바일 게임시장의 또다른 이면이자 숨겨진 어둠의 잔상이 아닐까 싶다.

결국 온라인게임업체 입장에서 보면 이런 것이 엄한 곳에 돈이 새고 유저가 빠져 나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게임 내수시장이 당장 바닥을 치고 반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할 것이다. 부양책은 커녕 정부의 규제책만 남발되고 있는데다, 모바일게임으로 인한 시장 버블이 상당히 넓게 번져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뽀족한 부양책도 없다. 그렇다면 안개로 뒤덮인 시장판이 자연스럽게 걷힐 때 까지 버텨야 한다는 것인데, 그 때까지 자활의 능력을 잃지 않고 그대로 업계가 체질을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팔을 걷어붙이고 지자체, 기관들이 거들어 줘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게임이란 산에 몇몇 큰 나무만 덩그러니 남고 모두 아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규제 완화란 정부의 정책변화도 그 것이지만, 무엇보다 게임산업이란 어항에 물을 붓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게임업계 어항은 물갈이를 못해 빚어지는 부영양화 현상으로 업체들이 숨을 쉬지 못할 지경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글로벌 게임시장은 커녕 국내 시장에서도 미, 중, 일에 밀릴 판이다.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다시 한 번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노력이 시급하다. 지금은 채찍보다 당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것은 게임산업이란 어항에 새 물을 붓는 것이다.

뉴스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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