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게임의 시작을 알린 ‘애니팡’ 이후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출시가 되고 있지만, 현재 모바일 게임은 ‘캔디크러쉬사가’나 ‘쿠키런문질문질’ 등 퍼즐 류가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플레이 방식이야 너무나도 익숙한 헥사 스타일일 뿐인데, 그럼에도 이토록 갑자기 큰 성공을 거둔 이유에 대해서는 모두들 의견이 제 각각이다. 이런 성공 게임에서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은, “군더더기가 없는 게임의 힘”이다.

많은 개발자들이, 아니 많은 개발사들이 성공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그를 위해 자꾸 무언가를 더 넣고 싶어 한다. 이런 사람도 만족시키고 싶고, 저런 시장 유저도 끌어들이고 싶다는 욕구는 게임에 살을 계속 붙여나가게 만든다. 개발 시간도 더 걸리고, 개발비도 더 들어가며, 용량도 커져서 점점 게임은 비대해진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성공하는 게임을 보기는 쉽지 않다.

남코의 오래된 게임 중 ‘미스터드릴러’라는 게임이 있다. 그냥 계속 아래로 땅만 파고 들어가는 게임이다. 죽지 않으려면 땅 속 곳곳에 숨어있는 공기 아이템만 먹으면 된다. 그 게임을 보면서 개발자인 한 벗이 자조 섞인 푸념을 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이 게임을 만든다면, 아마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넣으라고 하겠지? 레벨도 넣고 성장도 넣으라고 하겠지? 네트워크 기능은 필수라고 하겠지? 중력 가속도를 적용하자는 말은 나오지 않을까 모르겠네.”

10가지의 재미 요소를 가진 게임은, 한 가지의 핵심 재미 요소와 9가지의 부가 요소를 가진 게임보다 재미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그 핵심 재미 요소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이것저것 타 게임에서 이미 검증된 재미 요소를 덧붙이려는 판단을 하게 만든다. 인기가 없는 게임의 실패 원인은, 마케팅 등 외부적 요소를 차치한다면, 핵심 재미 요소가 약하거나, 아니면 확고하게 그 포지션을 선점한 타 게임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를 만회하고자 수많은 추가 요소를 덧붙여도, 그 본질은 크게 바뀌기 어렵다.

게임 인터페이스만 보아도 위의 내용은 유추 가능하다. 좋은 인터페이스란, 가능한 한 많은 기능이 가능하도록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기능만 가장 눈에 잘 뜨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기능이 다양해질수록 게임의 규모는 방대해지고, 인터페이스도 복잡해진다. 신규 유저 입장에서 그것이 “다양한 할 거리”로 반갑게 느껴질지, 아니면 “불편한 가독성, 떨어지는 접근성”으로 부담스럽게 느껴질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게임업계에 입문할 무렵, 지금은 고인이 되신 회사 대표님께서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 있다.

“기준을 잡아라.”
어느 게임을 만들던, 여러 군데 눈을 돌리지 말고 단 한 가지의 기준을 잡으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기준에 어울리는 요소라면 아무리 이상해 보여도 넣어야 하고, 어울리지 않으면 아무리 타 게임에서 검증된 요소라도 배제하라는 말이다. 그 단 하나의 기준이 게임의 아이덴티티를 결정하고, 성공의 키가 된다. 덧붙여지는 각각의 게임 요소가 군살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게임들이 숱하게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알려지지도 못한 채 그렇게 사라져간다. 그리고 그 많은 게임들 뒤에는,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젊은 날을 바친 개발자들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들이, 성공과는 무관한 군더더기를 만드는 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군살 없는 게임, 명확하고 심플한 재미로 무장한 게임들이 더 많이 나와, 바쁜 삶에 부대끼다 잠시 휴식을 찾는 우리의 삶을 한층 즐겁게 해 주었으면 한다.

[김정주 객원논설위원/노리아 대표 rococo@nor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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