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제고 위해 쪼개고 합치고…
NHN 이어 CJ, 다음 등 동참… 중견업체들도 힘 결집 위해 안간힘

최근 들어 게임업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 조짐이 다시 일고 있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대형 업체가 둘로 나눠지는가 하면 중견업체들이 모여 힘을 집중시키는 등 서로 다른 모양이지만 추구하는 목표는 동일하다. 바로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여기에 일부 대기업의 경우 출자제한 조건에 걸려 자의반타의반의 조직정비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 까지 근 1년간 게임계의 최대 화두는 모바일게임 시장과 조직재정비였다.

지난 해 NHN엔터테인먼트의 홀로서기로 시작된 게임업계 분사 바람은 지난 3월 CJE&M 게임부문이 바통을 이어받더니 다음의 게임부문 떼어내기로 마무리될 모양이다.

대형 게임업체들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분사를 결정하는 것과 반대로 중소업체는 튼튼한 자회사를 흡수해 체질개선에 나섰다. 중견기업인 위메이드와 웹젠, 넥슨지티(구 게임하이)는 휘하의 자회사를 영양제 삼아 부실해진 체력을 보충했다.

현재까지 각 업체의 조직개편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게임업계는 이런 흐름이 정체된 투자환경을 개선할 신호탄이 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게임계에 불고 있는 조직 개편 바람은 업체의 크기별로 쉽게 나눌 수 있다. 대형업체에 속하는 기업들은 쪼재고, 중견업체들은 합치고 있다.

분사의 시작은 NHN이었다. 지난해 6월 28일 NHN이 게임부문이었던 한게임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2000년 7월 네이버와 합병돼 NHN으로 변한 한게임이 13여년만에 다시 홀로서기를 시작한 것이다. 당시 NHN은 네이버와 한게임을 완전히 나눔으로서 포털 부문과 게임 부문의 독립성을 보장해 줌으로써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갖추기를 바랬다.

NHN엔터는 여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지난 2월 NHN블랙픽(대표 우상준), NHN스튜디오629(대표 김준수) NHN픽셀큐브(대표 김상복)를 설립해 물적분할했다. 3개사는 NHN엔터의 100% 자회사로 모바일게임과 온라인게임을 나눠 맡았다. NHN블랙픽의 경우 NHN엔터의 핵심인 온라인게임을 대거 가져갔고, 나머지 두 회사는 각각 자체 개발한 모바일게임 ‘우파루마운틴’과 ‘피쉬아일랜드’를 나눠가졌다.

# 목표·방향은 제각각
NHN엔터에 이어 지난 3월 CJ E&M은 게임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CJ 게임부문을 위기에서 살린 모바일게임을 무기로 해외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내기위해서다. 또, 분사과정에서 외부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지배구조부터 뜯어 고쳤다. 물적분할되는 신규법인 CJ넷마블(가칭)은 오는 8월 1일 신설법인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 최세훈) 역시 게임부문 강화를 위해 ‘분사’ 카드를 꺼냈다. 지난 5월 8일 PC, 모바일 게임 등 급변하는 국내외 게임시장에 강력한 경쟁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게임 부문을 분사한다고 밝혔다. 이는 온라인게임 사업의 1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5.2%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형업체가 경영전략에 따라 분사를 진행하는 반면 중견업체들은 합병이 잇따르고 있다.

‘서든어택’을 개발한 게임하이(대표 김정준)는 지난 2월 넥스토릭을 흡수했다. 3월에는 사명을 넥슨지티로 바꿔 새단장 했다.

김정준 대표는 합병에 대해 “넥스토릭의 MMORPG라인업과 해외사업역량이 게임하이의 캐주얼 역량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개발자원 관리를 통해 양사가 개발중인 신작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웹젠(대표 김태영)과 조이맥스(대표 장현국)도 지난 4월 23일 각자 자회사를 흡수 합병한다고 공시 했다. 두 회사 모두 오는 7월 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먼저 웹젠은 웹젠이미르게임즈를 흡수한다. 이미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어 큰 문제없이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IP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절차로서 합병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조이맥스도 ‘윈드러너’를 개발한 효자 링크투모로우를 흡수해 체질개선에 나섰다. 여러 갈래로 나뉜 자회사 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판단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 모바일게임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한 조치다.

대형업체 분사는 조직의 소형화를 통해 빠른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조금씩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NHN엔터의 3개사 물적분할의 속내는 ‘경쟁’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사내강연 등을 통해 벤처정신을 직원들에게 주문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 NHN이 대기업화 되면서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는 꾸지람이다. 위기의식을 잊지말라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NHN엔터 한 관계자는 “물적분할의 목적은 사내벤처를 도입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같은 업체에 근무하지만 서로 경쟁하고 견제하면서 긍정적인 시너지 발생과 위기의식을 곁에 두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해진 의장과 이준호 의장의 갈등이 불똥이 돼 네이버와 NHN엔터 분사라는 형태로 결말지어졌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회사를 세운 공신들의 파워게임이 분사라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CJE&M의 물적분할은 이유가 명백하다. CJ는 앞서 공정거래법상 증손회사 지분율 규제를 놓고 크게 고심해 왔으며 이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대규모 투자유치를 추진해 왔다. 이 과정이 와전되면서 CJ가 게임부문을 매각할 것이라는 설도 제기됐지만, 중국 텐센트로부터 5억달러(약 5000억원)의 투자를 받아 게임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하면서 모든 궁금증이 풀렸다.

# 신속한 의사소통 ‘핵심’
곧 물적분할 될 CJ넷마블은 ▲증손자법 해소 ▲독자경영 체제 구축 ▲막대한 자금 확보 ▲글로벌 진출 통로 확보 등 여러 가지 득을 봤다. 분사의 이유가 명확한 이상 조직개편에 딸려 나오는 소란이나 논란이 최소화 된 것도 이득이라면 이득이다.
NHN엔터나 CJ와 달리 다음의 게임부문 분사는 이사회결의가 공시되면서부터 많은 논란이 돼왔다. 이미 한번의 실패를 경험한 게임부문을 다시 떼어낸다는 자체가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라는 이유다.

물론 다음 게임부문이 채널링 사업 확대와 노하우 축적으로 게임사업 실적이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아직 홀로서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다음이 게임업계 매출 일부를 강제 징수하는 ‘인터넷게임 중독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다음과 같이 게임부문을 소유하고 있는 업체에게 게임매출이 아닌 전체매출의 일부를 내놓으라는 식의 확대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유였다.

다음 관계자는 이에대해 “전문화와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을 뿐 일부에서 이야기 되는 게임악법 때문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다음과 카카오가 인수합병을 발표하면서 이런 논란도 진화되는 모양세다. 카카오가 보유한 플랫폼 ‘카카오게임하기’와 다음 게임부문을 융합하는 과정을 보다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 분사를 결정했다고 보는 편이 더 설득력이 크기 때문이다.

# 모바일시장 영향력 확대
국내 게임시장을 대표하는 업체들이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조직개편을 진행한다. 각자 속내는 다르겠지만 공통분모는 존재한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업체들의 경영전략을 ‘속도’에 맞추고 목적에 따라 조직을 자르고 이어붙이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 게임시장을 지배한 모바일게임 때문으로 분석된다. 온라인게임이 여전히 게임업체 성장과 매출에 중심을 잡고 있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모바일게임이 부족한 부분을 매우고 성장동력이 됐다는 점에서 이견을 제기할 수 없다. 따라서 모바일게임에 맞춰 체질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트렌드는 빠른 변화다. 1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득세하는 게임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온라인게임처럼 장수하는 게임은 한손으로 꼽힐 정도다. 오히려 손가락이 남아 민망할 정도다. 그만큼 유저의 요구가 빠르게 변화는 시장이 모바일게임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계가 기존의 조직구조로는 생존이 불가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기존 온라인게임이 적어도 1년 이상의 매출을 책임 진 반면 모바일게임은 내일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형업체는 너무 커진 몸집을 줄이고, 중견업체는 밑에서 올라오는 기획을 더 빨리 통과시키길 원하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의 경우 적게는 한명, 많아도 20명 정도로 팀이 꾸려지고 있으며 이것이 모바일게임의 수명을 좌우하는 한계로 본다”며 “최근 미드코어 게임이 득세하면서 중형 온라인게임 수준으로 팀을 꾸리는 경우도 있지만 모바일게임의 수익구조가 분배에 치중돼 있어 개발비가 수익을 뛰어넘는 역전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모바일게임에 맞춘 형태로 조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말로 분석된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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