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시장은 혼란스럽고 문화는 황폐화되고 있다. 특히 게임문화는 싹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붕괴되고 있다.

시장의 혼란스러움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온라인과 모바일이 상호보완 관계에 있을 때만해도 좋아 보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하면서 판이 바뀌었다. 피처폰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종속 변수로만 여겨져 왔던 모바일게임이 상수가 되어 주력상품으로 떠오른 때문이다. 잠시 그러다가 말 것이라는 예측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아우성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시장이 완전히 모바일게임판이 됐다. 사람들은 모바일게임 사업을 하지 않으면 망할 것 같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상을 하나 더 차리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나 쉬운 일 또한 아니다. 온라인게임업체들의 선택의 고민은 거기에 있었다. 또 한 상을 차리기에는 가당찮고 흉해 보였던 것. 사업 규모가 그랬고 모바일게임 볼륨이 그랬다.

그러나 한해가 지나자 상황은 확실해 졌다. 그냥 한 상을 더 보는 게 아니라 모바일게임을 하는 게 큰상을 차리는 게 됐다. 주력업종으로 서둘러 바꾼 기업은 쾌재를 불렀고, 그냥 눈치만 보며 전전 긍긍하던 기업은 뒤따라 나서기에 급급했다.

그러자 온라인게임 시장엔 작품이 사라져 버렸고 시장 분위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여기저기서 힘들다고 아우성 소리가 귀를 때렸다. 선순환구조가 붕괴되고, 투자자금 유입도 끊기기 시작했다.

빈곤의 악순환은 수출시장에도 미쳤다. 유저들의 눈들이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꽂힌 건 우리나라도 중국도 일본도 처지는 비슷했다. 모바일 게임 상품은 상종가를 치는 데 반해 온라인 게임 상품은 문전박대를 당하는 처지가 됐다. 게임수출 단가가 곤두박질 친 건 불문가지였다.

게임계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불요불급한 비용을 줄이자며 허리를 졸라맸고 실적 없는 스튜디오와 인력은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해 버렸다. 영업이익에 부합되지 않는 용도와 항목은 대거 삭감하거나 줄여 나갔다.

그 것은 살아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마디로 금융가와 증권가의 눈치만 보겠다는 것이고, 그들의 힐책만 피해나가겠다는 고도의 책략이었다. 대부분이 월급쟁이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게임 CEO들로선 그 방법이 아니면 자신의 위치를 지탱하지도 유지할 수도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건 게임문화계다. 지금 게임계는 문화가 붕괴됐다는 표현보다는 궤멸됐다는 직설적 화법이 더 맞을 듯 하다.

산업은 시장과 문화에 의해 형성되고 성장한다. 마치 두 바퀴에 의해 굴러가는 수레처럼 한쪽으로 쏠리면 넘어가게 되고, 한쪽으로 기울면 위태롭게 보여질 수 밖에 없다. 지금 게임계가 딱 그 형국이다.

2014년 대한민국 게임계는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달리고 있다. 위기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그 누구도 이같은 위급한 국면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계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질책은 무겁고 준엄하기까지 하다. 그런 측면에서 대민, 대정부 창구와 게임계 목소리를 전하는 메신저가 절실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게임계는 되레 문화비용을 줄이거나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오로지 돈을 끌어 모으는 마케팅에만 사활을 걸고 있다.

게임문화계는 오래전부터 업계의 ‘을사오적’들이 게임 문화계를 말아 먹었다는 말이 나돌았다.

이들은 을사조약을 통해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처럼 자신의 영달을 위해 회사가 문화비를 삭감하거나 아예 편성조차 하지 않아도 그대로 순응한 자들이다. 대외 홍보업무를 추진하면서 관련 예산이 없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더군다나 일정규모에 달한 기업에서 자금문제로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 다는 건 상상할 수 도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책임을 간과했다.

이들 ‘을사오적’은 그러면서 영세한 게임 언론에 대한 겁박을 일삼기 일쑤였고 논조가 문제가 되면 그 알량한 광고를 중단하겠다며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문화에 대한 의식조차 없던 그들은 문화계 씨조차 깔아 뭉겠다.

안타깝게도 이들 ‘을사오적’은 게임계 이쪽 저쪽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치졸한 논리로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가 하면 과거 옛 직장에서 배웠던 그 모습 그대로 뻔뻔함을 드러내며 문화의 한편을 기웃거리고 있다.

게임문화를 초토화 시킨 그들의 무지를 탓할 수만 없는 것은 어찌 보면 그들도 영업이익과 순이익만을 생각하는 몰상식한 기업들의 피해자이자 하수인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안됐다는 마음도 든다. 그럼에도 그들을 게임계에서 물리쳐야 하는 이유는 이들‘을사오적’이 미친 악영향이 너무나 뼈저리고, 게임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반드시 게임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더 생각하고 돌아가란 말이 있다. 게임계는 지금 위기상황이자 전시상태다. 현실적으로 보면 안팎으로 녹록한 게 하나도 없다. 내수시장과 수출전선, 정치권과 사회단체 등 제도권과의 대화도 그렇다.

그 첫 걸음은 문화를 살리는 길이다. 시장은 근 20여년의 성상을 쌓아왔다. 반면 게임문화는 이제 종종걸음 수준이다. 산업계의 휘청거림의 원인은 문화가 궤멸됐기 때문이다. 두바퀴의 수레가 잘 굴러가도록 문화계에 대한 투자를 먼저 늘려 나가야 한다. 그 다음 평형을 바로 잡는 것이다.

그 길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바로 선 그릇 속에 모바일이면 어떻고 온라인이면 어떻겠는가. 그저 찻잔 속에 담긴 물일 뿐인데.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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